금상첨화

이분법 세상

by 아마도난

"신부님, 그건 왜 가져가십니까?"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선 신부님이 배낭 위에 휴대용 변기를 얹자 일행 가운데 한 사람이 물었다. "신부 체면에 아무 곳에서나 용변을 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가져가는 겁니다." 목표 고도는 5,000미터. 수천 미터 높이의 등산로에 화장실이 없는 것은 당연지사. 이런 곳에서 볼 일이 생기면 남녀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결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 배낭 무게를 줄이고 하는데 신부님은 엉뚱하게 휴대용 변기마저 챙기고 나 것이다.



대변을 봐야 할 때는 물론 소변을 볼 때도 신부님은 휴대용 변기를 챙겨 들고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지곤 했다. 점점 높은 곳에 오르면서 휴대용 변기를 들고 사라지는 신부님의 동작도 빨라졌다. 급기야 5,000미터에 가까워지자 면 불고하고 제자리에서 몸만 돌린 채 바지를 훌렁 내리고 일을 보았다고 한다. 얼마나 급했으면 그랬을까?


높은 산을 오르면 신체 내부와 바깥의 기압 차가 커져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신체 내의 모든 부위가 팽창하는 것이다. 고산병도 혈관이 팽창해서 오는 결과라고 한다. 신체 내 장기들이 팽창해 있어 소변도 몸에서 빠져나오는 속도가 무척 빨라 약근을 아무리 조여도 막을 수가 없다고 한다. 우물쭈물하다가는 속옷에 실례하 십상이니 차라리 체면을 조금 잃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겠다. 결국 신부님의 휴대용 변기는 거추장스러운 짐이 되고 말았다.


어느 모임에서 산악인이 들려준 이야기다. 그의 입담 너무나 걸쭉해서 우스꽝스러운 동작과 함께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모두 배꼽을 쥐고 웃었던 기억이 새롭다. 무사히 5,000미터 고개를 넘은 신부님은 이날 이후 '5,000미터 이상을 올라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세상 사람을 나눈다고 한다.


세상에는 많은 이분법이 존재한다. 로 힘 있는 사람이 자기를 중심으로, 혹은 자기 생각을 중심으로 세상 사람들을 둘로 나눈다. 이를테면 '제주 올레길을 걸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라든지 '촛불을 들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등이 그런 예다. 신부님처럼 애교스러운 이분법을 만들면 좋을 텐데 대부분의 경우 자기 마음대로 기준을 정해놓고 은근히 상대방을 무시다. 심한 경우에는 적대시하기도 한다.


코로나 19로 전 세계가 고통을 겪고 있다. 초기에는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확진자가 많아 국제적인 비난과 따돌림을 받았다. 이제는 어떤가? 진단 키트, 드라이브 트루 검사 등 앞선 장비와 새로운 방법을 선보이며 코로나 19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모범적인 국가로 평가가 바뀌었다.


국격이 올라가니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 상황을 마냥 즐기면 안 될까? 정부는 자기들이 노력한 결과라며 모든 공을 독차지하려 한다. 한쪽에서는 정부가 별로 한 일도 없으면서 자화자찬만 한다고 꼬집는다. 참으로 꼴사나운 모습이다. 그러지 말고 서로 수고했다며 상대방의 어깨를 톡톡 쳐주면 안 될까? 그러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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