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나 그리고 또 나]

세 번째 소설

by 아마도난

두 권의 장편소설을 출간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쓴다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다. 세 번째 소설의 소재는 부여에서 열리는 은산별신제와 일본에서 열리는 시와스마쓰리로 일찌감치 결정해 두었다. 백제 멸망 이후 원혼들을 달래는 행사라는 공통점이 있는 축제였다. 문제는 어떻게 구성하고 누구를 주인공으로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순수 역사소설에 판타지가 가미된 글을 쓰려고 했다. 특히 시와스마쓰리에서 기리는 인물이 백제의 정가왕(데이카오)이라는 사실에 착안하여 주인공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내용으로 구상하기도 했다.


은산별신제의 상당 굿 장면
시와스마쓰리 중 무카에비(迎え火) 장면


은산별신제에서 무녀가 상당 굿과 하당 굿을 한다는 사실과 시와스마쓰리에서도 신녀들이 요카구라(밤 제사) 때 춤을 춘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일본 춤의 비조가 된 백제 여인 미마지를 주인공으로 하는 역사소설도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의 줄거리가 수없이 바뀌고, 제목도 수시로 바뀌었다. 겁 없이 달려들었던 첫 번째 소설보다 두 번째 소설에서 더 어려움을 느꼈는데 세 번째 소설에서는 완전히 혼돈에 빠져 버렸다.


미마지 탈춤

문득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쉰 살이 넘어가고 회사원들이 평균적으로 퇴직한다는 나이가 되었을 즈음 내 의지와 관계없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이 새삼 떠오른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어쭙잖은 글일망정 소설도 쓰고 브런치 작가도 되면서 그 분노가 진정되었고 삶의 즐거움도 되찾아가고 있는 내 모습도 떠올랐다. 마침내 소설의 방향이 결정됐다. 순수 역사소설이나 판타지보다는 내 삶의 일부를 투영한 자전적 성격을 담은 글을 쓰기로 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젊었을 때 품었던 야망이나 꿈을 점차 잃어가는 것 같았다. 나도 그랬다. 그 꿈을, 그 야망을 끝까지 지니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얻은 성취감은 어느 정도나 될까? 우리네 삶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계획했던 대로 실현되지도 않고, 원하는 대로 살기도 어려운 게 우리네 인생인 모양이다. 엉뚱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다반사인 우리 삶. 그렇지만 잘못되었다고 치부할 수 없는 우리 삶. 그런 이야기를 소설에 담아보기로 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 삶이었고 내 인생이었으니 사랑하자는 말을 하고 싶었다.



제목에 표현된 '나'는 소설의 주인공인 이인범이다. '또 나'는 시와스마쓰리의 주인공인 데이카오 (정가왕)다. 인범과 데이카오의 갈등을 줄거리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인범과 데이카오를 중심에 두다 보니 일본 춤의 비조가 된 미마지가 설 자리가 없었다. 아쉽지만 미마지는 다음 소재로 미뤄두고 대신 아름다운 무녀를 소설에 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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