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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도난 Aug 25. 2019

무지해서 몸이 고생했다

독일여행

독일에서 하이델베르크 대학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대학인 뷔르츠부르크 대학. 마치 공원을 방불케 하는 캠퍼스에 감탄하며 천천히 마인강으로  향했다. 고 아담한 도시의 아름다움에 취해 걷다 보니 왼쪽으로 Käppele Sanctuary가 보이는 다리에 도착했다. 다리 밑으로는 잘 다듬어진 도로가 강을 따라 길게 뻗어 있고 강 건너 언덕에는 위용을 자랑하며 마리엔베르크 요새가 우뚝 서 있었다. 뷔르츠부르크를 대표하는 관광지의 하나다. 강변도로도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발길을 유혹했다.


마인강과 마리엔베르크 요새


5월 초였지만 초겨울 날씨처럼 쌀쌀해서 오래 걷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마인 강변의 작은 커피숍에 들어가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추위도 피하며 잠시 쉬었다. 커피숍의 창밖으로 보이는 마인강과 강 건너의 마리엔베르크가 멋지게 다가왔다. 시간도 늦고 기온도 낮아 마리엔베르크는 다음날 방문하기로 하고 알테마인교 에서 발길을 돌렸다. 알테마인 교에서 바라본 뷔르츠부르크 시가지는 고풍스러운 건물들로 매력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다음날 마르크트 광장으로 갔다. 주변에 뷔르츠부르크 대성당, Neu Münster, 돔 세인트 킬리안 대성당(Dom St.Kilian), Domschatz, Am Dom박물관 및 성모 성당(Marienkapelle) 등이 몰려 있는 곳이었다. 여행을 계획할 때 뷔르츠부르크 궁과 함께 많은 기대를 했던 곳이다. 맨 먼저 노이 뮌스터 교회로 갔다. 분홍색 외관이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하얀색 벽면에 거대한 천정 프레스코화가 사람을 압도했다. 독일의 알려진 교회 가운데 이런 형식이 많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지만 처음 보았을 때는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노이 뮌스터 교회에서 본 감동의 여운이 사라지기 돔 세인트 킬리안 대성당으로 향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으로 뷔르츠부르크에서 순교한 선교사 성 킬리안(St.Kilian)에게 봉헌된 교회이다. 1040년부터 건축이 시작되어 마지막으로 탑이 완성되기까지 약 200년이 소요된 유서 깊은 성당이다. 그 뒤로도 증개축을 하면서 고딕, 르네상스 그리고 바로크 양식까지 모두 볼 수 있는 성당으로 독일 건축 예술의 정수로 손꼽힌다. 외부와 마찬가지로 내부도 전체적으로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치장되어 있고 제단이 있는 중앙 부분은 황금빛 제단을 정교한 조각으로 장식한 바로크 양식이었다. 수백 년 동안 짓고 고치다 보니 이런 특이한 건축물이 탄생한 모양이다.





돔 세인트 킬리안 성당 구경을 마치고 뷔르츠부르크 대성당으로 향했다. 뷔르츠부르크가 원래는 주교의 영지로 발전한 도시였기 때문에 주교가 주로 활동하던 성당도 장엄하고 장식도 화려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성당을 나서기 전에 입구에 있는 안내창구로 가서 성당의 위치를 물었다. 그녀는 성당의 위치를 설명하는 대신 성당과 연결된 통로를 가리키며 귀중한 보물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니 들러보라고 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Dom Schatz다. 하지만 뷔르츠부르크 대성당을 먼저 보고 싶은 마음에 그녀의 제안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때 그녀가 안내해준 대로 했더라면 아무 혼란도 느끼지 않았을 텐데....




성당 밖으로 나와 근처에 있을 또 다른 뷔르츠부르크 성당을 찾았다. 구글 지도에도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었다. 주변을 여러 바퀴 돌았지만 성당은 찾을 수 없었다. 구글 지도를 켜고 따라가다 보면 목적지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르츠부르크 성당 찾기를 잠시 중단하고 Dom Schatz를 먼저 방문하기로 했다. 보물 성당이라는 뜻인데 구글 지도에 역시 인근에 있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럽쇼? 뷔르츠부르크 성당을 찾아갈 때와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걷다 보면 목적지가 사라지거나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인내심이 한계치에 이르기 시작했다. 차라리 안 보고 말지....




마침 젊은 여자가 지나갔다. 그녀에게 구글 지도를 보여주며 뷔르츠부르크 성당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그녀 친절하게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 곳 돔 세인트 킬리안 성당이었다. 그곳에는 이미 다녀왔고 우리는 뷔르츠부르크 성당을 찾고 있다고 했지만 그녀는 우리가 설명을 못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는지 따라오라며 앞장섰다. 친절하기도 하지. 그녀가 우리를 데려간 곳은 돔 세인트 킬리안이었다.




뷔르츠부르크 성당, 돔 샤츠를 찾아 헤매다 몸이 지쳐버렸다. 더구나 독일 여자의 길안내를 받고 난 후에는 허탈하기까지 했다. 피곤하기도 해서 눈앞에 있는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향긋한 커피로 몸과 마음에 위안을 주고 나서 자료를 찾았다. 도대체 뷔르츠부르크 대성당은 무엇이고 돔 샤츠는 또 무엇인지, 어렵더라도 꼭 찾아가야 할 만큼 의미 있는 곳이지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가 막혔다. 세 곳이 같은 곳이었다. 돔 세인트 킬리안 성당이 200여 년 동안 지어지면서 뷔르츠부르크 대성당으로 불리게 됐고, 돔 샤츠는 뷔르츠부르크 대성당 안에 있었다. 같은 곳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찾아다니니 구글 지도도 현지 주민도  돔 세인트 킬리안 성당으로 안내했던 건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아니 최소한 방문하기 전에라도 자료를 제대로 찾아보았더라면 이렇게 허망한 짓을 하지는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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