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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도난 Aug 11. 2019

우연히 보게 된 뚜르 드 프랑스

프랑스 여행

시떼 섬으로 가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노트르담 대성당과 쌩트샤펠, 콩시에르주리를 보고 유명한 퐁네프를 지나 마레 지구의 퐁피두 미술관과 피카소 미술관 등을 돌아보기 위해서였다.  호텔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튈르리 역에서 전철을 타고 서너 정거장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풍네프에 걸려있는 사랑의 자물쇠들



전철역으로 가는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길가에 바리케이드가 처져 있고 차량통행은 물론 사람도 길을 건너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렵에는 유럽의 주요 도시들이 폭탄테러를 당하거나 위협을 받고 있을 때였다. 이런 위협 때문에 여행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파리 시내도 한가했다. 차량통행 제한 조치가 혹시 폭탄테러 조짐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전철역 역무원에게 물으니 자전거 경주대회 (Cycling Event)때문이라다. 우려했던 상황은 아니어서 마음이 놓였지만 무슨 행사길래 이토록 요란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전철에 올랐다.






시떼 섬과 마레 지역을 돌아보고 나서 지친 몸을 끌고 전철에 올랐다. 소사! 전철이 튈르리 역에 서지 않고 그냥 통과해 버렸다. 도리없이 다음 역인 콩코드 역에 내렸는데 여기에서도 튈르리 정원 쪽으로 나가지 못하게 출구를 막고 있었다.  짜증도 나고 불안한 마음도 들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젊은이에게 이유를 물으니 자전거 경주대회 때문에 튈르리 일대의 출입이 모두 금지되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행산데 이렇게 난리야?' 하는 생각을 하며 튈르리로 갈 방법을 물었다. 그는 한 정거장 다음에 있는 마들렌 역까지 가서 다른 노선의 전철을 타고 피라미드 역에서 내려 튈르리까지 걸어가라고 했다. 젊은 친구가 친절하게 설명해줬지만 지친 몸을 끌고 그렇게 가려니 짜증이 극에 달했다. 우여곡절 끝에 튈르리 정원 앞까지 왔다. 도로변은 아침과 달리 한 발짝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했다. 


인파를 뚫고 호텔로 가려는데 경찰이 길을 막고 모든 사람들의 소지품 검사하고 있었다. 영문을 알 수 없어 경찰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더니 퉁명스럽게 그냥 가라고 했다.


"이런 싸가지 하고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을 막고 일일이 소지품을 검사하다 보니 길이 매우 혼란스러웠다. 럼에도 불구하고 불평하는 사람 하나 없. 오히려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렵게 앞으로 나가는데 문득 '뚜르 드 프랑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사방에서 들려왔고 뭔지 모르게 사람들은 흥분해 있는 것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투르 드 프랑스가 그려진 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기념품 가게에도 셔츠가 가득했다. 랬다. 뚜르 드 프랑스가 사람들을 끌어모은 것이다. 사람들의 술렁임이 점점 커져 갔다. 잠시 후 선수들이 질주하는 모습을 중계하는 전광판 차량이 나타났다.  화면일 망정 선수들의 모습이 보이자 사람들은 일제히 엄청난 환호를 질렀다. 호텔로 돌아갈 게 아니라 선수들의 모습이 잘 보이는 자리를 찾아야 했다.





우연히 뚜르 드 프랑스의 마지막 날을 함께 했다.  이 순간을 위하여 튈르리 일대의 차량통행이 하루 종일 통제되었던 것이다. 튈르리를 지난 선수들은 콩코드 광장을 돌아 샹젤리제 거리를 질주한 뒤 개선문에 골인하여 우승자를 가르게 된다.

이 극적인 광경을 튈르리 정원과 루브르 사이의 지하차도 근처에서 보게 되었다.  큰 유럽인들 틈바구니에 서 까치발을 하고 핸드폰을 높이 들어 동영상을 찍으려 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젊은 친구들이 자리를 양보해줬다. 고맙기도 하지. 쳐있던 몸이 다시 생기를 되찾아 그들과 함께 환호하고 웃었다. 역무원이나 자원봉사자들이 말한 자전거 경주대회는 Tour de France였던 것이다.  이런 행사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깜짝쇼'를 보았으니 여행의 본전은 뽑은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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