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보다 힘든 석탄 끊기
2022년이라는 숫자가 낯설게만 느껴졌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6월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이쯤 되면 새해 결심을 돌이켜 보며 부끄러움에 몸서리칠 만한 시점인데요, 금연이나 다이어트, 독서, 외국어 배우기.. 등 각기 여러 목표를 가진 분들이 많았겠지요. 하지만 역시나 느껴지는 건,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며 변화하기가 참 쉽지 않단 겁니다. (저는 이럴까봐 아예 계획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훗.)
특히 어려운 건 이제까지 의존해 왔던 뭔가를 '끊는' 것입니다. 개인이 술이나 담배를 끊기 어려운 것처럼, 사회적으로도 끊기 어려운 관습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에너지도 마찬가지죠. 이제까지 잘만 써오던 석탄과 석유, 가스 등 화석 연료를 끊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닙니다.
토마스와 친구들이 룰루랄라 실어 날을 때만 해도 잘 몰랐지만, 이제 석탄이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복잡할 것도 없는 것이, C+O=CO2니까요) 그래서 사실 요 몇 년간은 다들 열심히 석탄 사용을 줄이고 있었죠. 그러나 갑자기 불어닥친 전염병이며, 전쟁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발생하자 슬금슬금 나쁜 버릇이 다시 도지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2021년에는 세계적으로 석탄 화력발전소 용량이 18.2GW 증가했습니다. (1GW는 중간 크기 도시 하나가 쓰는 전력량이니, 거의 스무 개의 도시가 쓸 만한 전력을 석탄으로 추가 생산할 수 있단 거죠) 당장 끊어버려도 시원찮을 판에 석탄 발전을 늘리다뇨ㅜㅜ 새로운 용량의 절반 이상은 중국 때문인데요, 중국의 동년 대비 일일 석탄 발전량이 11%나 증가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어요. 중국을 욕할 것만은 아닌 것이, 우리도 다른 나라들도 중국이 물건을 계속 만들어 줘야 살아갈 수 있게 되어버렸으니, 우리 모두의 탓이죠.
중국에서 석탄 발전이 늘어난 것도 국제 정세 때문입니다. 요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무서운데요, S&P Global Commodity Insights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에너지 가격이 비싸지면서 석탄과 천연가스 수입이 줄면서 오히려 석탄 발전은 늘렸다고 합니다.
중국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드넓은 아웃백에서 뛰어노는 캥거루가 연상되는 '청정' 국가 호주는 사실 석탄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나라입니다. 2021년 호주의 석탄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일인당 4.04톤에 달했는데요, 이 기사를 읽으며 "쯔쯔.. 호주도 문제네, 어쩌려고 이러나?"라고 하면 큰일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이 2등이거든요. 중국과 미국보다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습니다. 너나 나나, 다 같이 문제인 셈이죠.
그러고 보면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사안에 급급할 때는 장기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참 힘든 것 같아요. 건강을 위해 당연히 담배를 끊어야 할 것을 알면서도, 당장 손 떨리게 땡긴다면 담뱃갑으로 손이 가게 마련이니까요. 술을 마실 때, 스트레스 받을 때, 배부를 때 한 개피만 피우고 싶은 그런 마음처럼, 당장 눈 앞에 석탄이라는 싸고 쉬운 옵션이 있을 때 이를 외면하긴 어려운가 봅니다. 요즘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엄청난데요, 전세계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더 값비싼 청정 에너지를 고집하기는 참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건강 문제는 미룬다고 해결되는 게 아닌 것처럼, 기후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찾아온 엄청난 폭염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는데요, 석탄을 태우고 지구를 데우는 것이 이미 끊기 어려운 악순환이 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에서 발간한 <기후 현황 보고서>는 "지난해 온실가스 농도, 해수면 상승, 해양 열(ocean heat), 해양 산성화 등은 모두 기록적인 수치를 달성했다. 이는 UN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레스가 '기후 이상을 해결하지 못한 인류의 실패를 보여주는 수없이 많은 사례 중 하나'이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참을 금연하다가 다시 피우는 일이 없도록, 석탄에 대한 금단 증상도 잘 참아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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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