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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May 12. 2022

귀뚜라미 한 마리 하실래요?

예나 지금이나, 참 먹거리가 문제입니다. 


삼시 세끼 밥상에 뭐를 올릴지 신경 쓰다 보면.... 먹을 게 하나도 없어요. 예전처럼 입에 풀칠만 하며 살아갈 때와는 달리, 요즘은 '좋은' 먹거리, '바른'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죠.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된 커피콩을 사용하였는지 확인하고, 달걀 한 판을 살 때도 동물복지 기준을 준수한 달걀을 골라서 사는 소비자들이 많아졌으니까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기후변화의 적은 고기 섭취'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도 전에 이와 관련해서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사실 화석 연료 사용뿐 아니라 식량 생산은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주범입니다. 우리가 늘 먹는 육류와 유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온실 가스가 생산되기 때문이에요. 


https://brunch.co.kr/@yjeonghun/18 


아, 정말 육식은 줄여야겠어요. 그러면 생선을 먹어야 할까요? 


그런데 생선 섭취도 답은 아닙니다 ㅠㅠ 플라스틱 빨대를 줄이려는 각고의 노력 끝에 커피숍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식당에서도 이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사용하게 되었는데요, 사실 그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를 대규모 어업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쓰레기라는 사실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지요. 


이에 대한 다큐멘터리 씨스피러시(Seaspiracy)에 따르면, 플라스틱 빨대는 전체 해양 쓰레기의 0.03%를 차지하는 반면 어망은 무려 46%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엄청난 규모로 물고기를 잡느라 거북이나 고래 등 전혀 상관없는 동물들도 몽땅 죽임을 당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참다랑어 8마리를 잡기 위해 45마리의 돌고래가 희생된다고 하니, 가슴이 아픈 일이죠. (돌고래들아 미안해ㅜㅠ) 이 다큐멘터리의 결론은 우리가 어류를 먹으면 안 된단 겁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Seaspiracy


단순히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의 직접적 영향만 생각하면 육류보다는 해산물인 것 같은데, 바다 환경과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생각하면 차라리 어류보단 육류를 소비해야 할 것 같아요. 이 딜레마를 어쩌면 좋을까요? 



채식 이외에 답은 없을까?

고기도 생선도 안된다면, 한 가지 답은 물론 '채식'입니다. 그러나 모두에게 채식을 하자고 강요할 수는 없을뿐더러, 효율적인 단백질 섭취의 측면에서 봤을 때 완전한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점점 다양해지는 미식과 취향의 세계 속에, 채식 이외의 대안은 없을까요? 


최근 BBC에서는 흥미로운 기사를 냈습니다 [1]. 실험실에서 '제조'된 육류 또는 곤충을 먹으면 기후변화와 건강에 모두 이롭다는 건데요, 핀란드에서 수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1) 물 소비량, 2) 토지 사용, 3) 탄소 배출량으로 인한 환경 영향 이렇게 세 가지 기준으로 대체 식량을 평가했다고 해요.  


이 연구에서 소개한 몇몇 음식은 다음과 같은데요, 


파리와 귀뚜라미 (으악)

닭 합성 세포에서 얻는 달걀 흰자 

켈프(해초의 일종) 

버섯이나 미생물로부터 얻는 단백질 파우더 

식용 조류(새 말고, 물풀) 

세포로부터 합성한 우유, 육류, 베리 등 


이런 음식들은 미래 어느 시점엔가는 지금보다 더 흔히 볼 수 있는 식재료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육류를 어떻게 합성하나 싶었는데, 요즘 과학 기술로는 동물의 세포를 채취한 후 실험실에서 그 샘플을 배양해 육류를 만들 수 있다고 해요.  


실제로 Eat Just라는 회사는 닭을 죽이지 않고도 치킨 너겟을 만들어 파는데요, 아직 규모가 크지 않아 논란의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는 하죠 [2]. 대체 육류 시장이 커지는 추세이기는 하니까요.

Eat Just의 치킨 너겟 (오, 일단 맛있게 생겼네요)


아무튼 이런 음식으로 육류와 유제품을 대체하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80%나 줄일 수 있을뿐더러, 채식 식단에 비해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다는 것이 연구의 요지입니다.  



... 먹기 싫은 게 문제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바로, 그런 걸 먹기 싫다는 겁니다. 

진짜 치킨 너겟이랑, 진짜 스테이크랑 먹고 싶다고요. 아니, 일단 귀뚜라미는 싫다고요. 

오마이.. 쿠팡에서는 이미 팔고 있네요. 앞서 나가는 사람들 같으니.


중국 여행을 갔을 때, 안에 닭고기 비슷한 것이 들어 있는 딤섬을 먹은 적이 있어요. 식사를 마친 뒤에야 그게 개구리 고기인 걸 알았더랬죠(개굴개굴). 저는 비위가 약한 편이 아니라서 '뭐, 생각보단 먹을 만 한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일상적으로 개구리를 먹고 싶진 않았거든요. 귀뚜라미는 말해서 뭐하겠어요?  


앞서 소개한 BBC 기사에서도 내켜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마음(unwillingness)이 가장 큰 난관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나저러나, 현재로서는 채식을 조금씩이라도 늘리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 듯합니다. 




[1] https://www.bbc.com/news/science-environment-61182294

[2] https://www.theguardian.com/food/2021/jun/16/eat-just-no-kill-meat-chicken-josh-tetr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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