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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Sep 21. 2022

싸이코패스처럼 살고 싶다

한동안 인터넷을 떠돌던 이 트윗을 아시는지?

출처: 인터넷 줍줍


진짜;

저런 사람이 있다고?



옛날 드라마를 보면..

10 이상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들이 어떻게 시간을 채우는지  흥미롭다. 커피숍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주인공. 주로 잡지나 신문을 읽기도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도 한다. 휴대폰이 있더라도 스마트폰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들여다보는 대신 간단히 통화를 하고 끊는다.


다른 방문객들도 글을 쓰거나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도 보이고, 주변 사람들과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기도 한다. ! 십자말풀이를 하는 것도 자주 나온다.


미드의 전설 <Friends> 중 (아이고 이게 몇 년 전이냐..)


여러 사람이 모이는 씬은 또 어떤가? 모여서 보드게임을 하기도 하고, 같이 영화를 틀어놓고 보기도 하며, 몸짓 알아맞히기 게임을 하기도 한다. 가족 저녁식사를 방해하는 건 TV 정도다. 반항적인 십 대 아들은 온 힘을 다해 무관심을 표현하지만, 그래 봤자 멍하니 있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요즘 드라마를 봐도 여러 가지 활동을 하긴 한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사랑하는 연인의 집에 무작정 찾아가 기다리기도 하고.. 그러나 실제 우리의 생활과는 괴리가 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드라마에 나오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부분을 스마트폰 화면에 할애하고 있으니까. 하긴, 드라마에서조차 행인들이 손바닥 안만 들여다보고 있고, 주인공들이 서로의 눈 대신 옆에 놓인 아이폰 화면을 힐끔거리면 시청률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드라마에서만큼은 마스크도 쓰지 않으니, 뭐 허용될 수 있는 현실의 왜곡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드라마에서 다 이러고 있을 순 없으니.. (이미지: Unsplash)

내가 꼰대일 수도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요즘보다 예전에 더 "취미"라는 것이 존재했던 것 같다. 뭔가 모으기도 하고, 만들기도 하고, 공상을 하기도 했다. 내가 어릴 때는 심심할 때 친구한테 편지를 썼다. 멀리 있는 친구가 아니라 바로 내일 만날 친구에게,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말을 꼭꼭 눌러써서 대수롭지 않게 전하곤 했다. (펜 바꿨다, 뭐 이딴 말)


만화도 무지하게 그렸다. 만화방에서 만화책을 빌려다가 소중하게 읽고, 멋진 그림을 따라 그리곤 했다. 잡지에서 맘에 드는 패션을 오려서 스크랩북을 만들기도 하고, 유치한 소설을 쓰기도 했다. 하루는 너무나 길었고, 할 일은 무척 많았다.



기승전"스" - 스크린으로 귀결되는 세상

물론 요즘도 취미생활을 많이들 한다. 캠핑, 골프, 헬스 등 예전보다 다채롭고 활동적인 취미생활을 할 기회도 많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 하더라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거나 틱톡에 업로드하는 등 결국은 스크린으로 귀결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기-승-전-스크린인 셈이다. (물론 누구나 컨텐츠를 소비하는 대신 생산할 수도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전등의 발명은 인쇄물의 폭발을 가져왔다고 한다. 예전에는 촛불이나 가스등을 써서, 지금과는 비교도 안되게 밤이 어두웠다. 그러다 환한 전등 빛이 생기자 사람들은 밤의 여가시간을 이용해 뭔가 읽기 시작했고, 신문이나 잡지 등 읽을거리에 대한 수요가 대폭발했다.


이에 반해 스마트폰의 발명은 여가생활의 "폭발"보다는 "통일"을 가져온 것 같다. 잠시 짬이 나면 다들 뭘 하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나는 잠시 숨을 돌릴 때 가족, 친구들과 주고받는 메시지를 사랑하고, 마켓 컬리와 쿠팡 앱에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 모든 볼일을 다 끝마치고 나서도 휴대폰을 손에서 바로 놓는 경우는 드물다. 


손바닥 안에 대화, 신문, 업무, 잡지, 게임기, 오디오, 책, 일기장, 쇼핑이 몽땅 들어가 있다니. 정말 편리하면서도 납작한 세상이다. 


계속 '라떼' 얘기를 해서 죄송한 마음이지만, 아무튼 나는 예전에 태어나서 다행인 것 같다. 나는 학창 시절에도 친구들을 너무 좋아했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처음 맛보는 자유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어 다녔었다. 아마 지금 같은 세상이었으면 나는 내 일상의 일거수일투족을 자랑하기에 너무 바빠서 그때의 반만큼도 열심히 살지 않았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당연한 지금의 어린 세대는 분명 새로운 매체를 통해 창의력을 발휘하고 스크린 밖의 삶과 병행할 줄 알 것이다. 하지만 나는 디지털 디톡스의 필요성을 간간히 느끼는 기성세대의 일원으로 자라나고(?) 있다.  



가끔은 싸이코패스처럼

시대를 역행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싸이코패스처럼 살고 싶다. 


스크린에서 벗어나, 누구와도 실시간으로 연결되지 않고 고요히 나 자신과만 있는 시간이 가끔은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지금 스마트폰으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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