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른이 되면...

by Hoon

곧 돌을 눈앞에 둔 우리 집 둘째는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마스크를 쓴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유행한지도 2년이 다 되어가던 시점에 출생했으니까요. 그래서 요즘도, 집에서 놀다가도 어른들이 마스크를 쓰면 외출하는 걸 눈치챕니다.

모두가 마스크를 쓴 세상.. (이미지: unsplash.com)

얼마 전, 형아가 학교에 가려고 현관에 나가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마스크를 주워서 아장아장 형아에게 걸어가 내밀었어요. 이런 모습을 보며 한편으론 귀여워서 얼굴에 미소가 절로 피어났지만 (여러분 아셨나요? 둘째가 이렇게나 귀엽습니다), 다른 한편으론 마스크 없는 세상을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깝기도 했어요.


그 뿐일까요? 이 아기가 크면 극지방에 눈부시게 펼쳐진 얼음도 영상으로나 접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기후도 제가 어렸을 때보다 좀 더워지는 것에 불과하면 좋겠지만, 수십 년 후에는 물난리와 가뭄, 물과 식량 부족 등 여러 가지로 삶이 팍팍해질 것 같아 걱정이 큽니다.


이런 세상에서 아이들이 어떤 어른으로 자라도록 키워야 할까요?


(..물론 엄마 맘대로 되는 건 아님)



한 표를 던질 나이가 되면..

기후 위기는 나날이 심각해지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표'를 통해 보다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겁니다. 진짜로 유의미한 변화는 사회에 법과 제도가 정립되었을 때에만 찾아올 수 있으니까요.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면 투표장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겠죠.


어떤 정치인이 기후 위기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내세우고 있는지를 주목하고, 적극적인 인물에게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은 정책 결정자가 정책의 큰 방향을 제시하고 예산을 분배하는 것이니까요.

투표를 하는 것도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이미지: unsplash.com)


그런데 이러한 '정치 투표'만이 투표의 전부는 아닙니다. 윤순진 전 탄소중립위원장은 정치 투표 뿐 아니라 '화폐 투표'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화폐 투표란 말 그대로 소비자로서 돈을 쓸 때 영리한 소비를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소비자는 소비를 통해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고, 기업에게 수요 시그널을 보냄으로써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만을 찾던 소비자가, 이제는 '착한' 기업의 물건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조금 더 비싸더라도 친환경적인 제품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래서 이제는 플라스틱 케이스를 넣지 않은 김이라든지, 플라스틱 대신 종이 포장지를 쓴 제품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도 약간 더 비싸더라도 라벨이 붙지 않은 페트병에 든 생수나, 생분해되는 물티슈를 구매하곤 합니다. 아이들도 자라서 옷이나 물건을 살 구매력이 생길 텐데, 이 때 환경을 한 번 더 생각하고 구매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착한 상품을 구매하는 것 뿐 아니라, 내 신념에 맞는 단체나 캠페인을 후원하거나 입소문을 내 주는 것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일 겁니다. 요즘은 SNS을 통해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쉬운 세상이니까요.



아이와 기후에 대해 일상적으로 이야기하기

이제 우리 삶에서 기후변화는 일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활동부터, 기후변화 때문에 일어난 피해까지 모두 우리의 몫이고 우리의 책임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불편하고 재미없는 주제라도,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해 일상적으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도 기후변화의 과학과 원인, 현상과 해결책에 대해 얘기해 줘야 해요. 어릴 땐 동화책으로, 커서는 신문과 사설로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기후변화의 시대를 몸소 겪어야 할 건 바로 그 아이들이니까요.


기후변화는 멀리 떨어진 북극곰의 것이 아닙니다. 도로 위에 다니는 전기차부터, 우리집 관리비 고지서의 환경부담금까지, 바로 코앞에 있는 주제입니다. 또,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주제도 아닙니다. 요즘 한창 힙한 비트코인에 사용되는 블럭체인 기술이나 인공지능도 기후변화에 이용되고 있거든요. (탈탄소 경제에 꼭 필요한 IoT나 스마트 그리드에 블럭체인 기술이 사용되고, 기후변화 모델링에 인공지능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기후변화를 다룬 어려운 다큐멘터리가 아니더라도, 웹툰이나 대중 강의, 소설처럼 쉽게 접근하고 소비될 수 있는 여러 컨텐츠가 많습니다. 아이들에게 읽어줄 동화책도 시중에 많이 나와 있고, 학교나 과학관에서 개최하는 교육 행사도 있죠. 지인들과, 아이들과 소소하게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웹툰 <기후변화 그림일기> (왼쪽), 기후변화 관련 교육행사 (오른쪽)


함께 살아가는 지구, 아직 망하지 않았습니다

이제까지 기후변화의 이모저모에 대해 아이에게 대답하는 기분으로 끄적거려 보았습니다.


끝으로, 꼭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폐해는 지구 상 누구에게나 다가오겠지만, 모두에게 '공평하진' 않을 겁니다. 더위와 자연 재해에 대처할 인프라가 부족한 저개발국과 빈민층에게 훨씬 더 가혹할 테니까요. 날씨가 더워지면 에어컨 설정 온도를 낮추고 아이스 커피를 홀짝일 여력이 우리에게는 있지만, 지구에 존재하는 훨씬 많은 사람들은 변화하는 기후 속에 속수무책으로 생업을 잃고 건강을 잃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기후변화가 왜 생겼으며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를 배워야겠지만, 더워진 세상에서도 적응해서 살아가는 것, 그리고 '모두 함께' 살아가는 것 역시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구는 망하지 않았지만, 약자를 배려할 줄 모르고 마구 살아간다면 이제까지 인간의 행태와 별로 다른 점이 없으니까요.


함께 살아가는 지구, 아직 망하지 않았습니다.



표지 이미지: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