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on Nov 01. 2023

몸무게 피크를 찍었다면

다이어트를 한다고 합시다.


목표는 10kg 감량입니다. 이 10kg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여러 가지가 있겠죠? 무조건 굶을 수도 있고, 식사량을 줄여볼 수도 있고, 운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죠. 무조건 굶는 건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건강한 방식이 아니란 것을. 오히려 요요현상이 올 수도 있고 몸 상하기 십상입니다. 식사량을 조절하며 운동을 해야만 바람직한 다이어터란 건 상식이 되었죠.



몸무게 피크 찍을 지경 

지금 인류는 뚱뚱이가 되었습니다. 진짜로 살이 쪘단 게 아니고, 화석연료에 기댄 성장을 당연시한 나머지 온실가스 비만이 되어 버렸단 거죠. 이로 인해 기후 위기가 코 앞에 닥치자 그 주범인 화석연료 사용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에너지 전환, 즉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탈탄소를 해야 한단 거죠. 비만한 사람이 살을 빼야 하는 것처럼, 인류는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러나 "무조건 에너지를 쓰지 말자!"라고 주장하는 건 무작정 굶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실적이지 않은 방법입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되었던 2020년 상반기, 인류의 경제는 마치 무조건 굶는 사람처럼 에너지 소비를 멈추었습니다. 항공기도 운행하지 못하고 공장도 가동하지 못하는 등, 경제가 잠시 올스톱 상태에 머문 거죠. 이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도 8퍼센트가량 감소했어요. 항상 증가하기만 하던 배출량이기에 굉장히 보기 드문 사건이었죠.


그러나 그게 오래가지 못했음은 우리가 모두 목격했지요? 코로나19가 주춤하자마자 보복성 소비와 여행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은 다시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으니까요. 마치 굶다가 요요가 찾아온 것처럼 말이죠,


최근에 올해 에너지와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피크가 될 것 같다는 기사가 떴습니다. 그 말이 과연 무슨 소리인가 하면, "이제까지는 쭉쭉 늘고 있었다"는 겁니다. 기후 위기니, 재생 에너지니, 에너지 전환이니 실컷 떠들면서도, 사실은 지금 이 순간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고 있단 거죠. "나 다이어트할 거야! 진짜야!"라며 동네방네 실컷 떠들었는데, 사실은 체중계 눈금은 여전히 슬금슬금 늘고 있다는 슬픈 소식. 그나마도 재생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늘어 피크를 찍는 시점이 많이 빨라진 것이지, 원래 예측은 2030년 경이었다고 하니 기뻐해야 할까요?

그래도 피크를 찍는다는 건 좋은 소식입니다. 어쨌든 피크를 찍어야 내려가니까요. 그리고 인류의 화석연료 다이어트도 건강하게 가야 합니다. 결국은 에너지를 절약하고(식사량 조절) 재생에너지를 늘이며(건강한 식습관), 탄소 흡수를 하는(운동으로 칼로리 태우기) 세 가지 방식을 병행해야만 한단 소리죠. 다이어트에 왕도는 없습니다. 재미없어도 꾀 안 부리고 정석대로 해야죠.


"다 귀찮아. 그냥 무조건 굶을래"라고요? 무조건 에너지를 안 쓰겠다는 소리는 냉난방도 하지 않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어가고, 스마트폰도 쓰지 않으며 로빈슨 크루소처럼 살겠다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소리입니다. 인류와 에너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거든요. 바츨라프 스밀의 말처럼, "에너지는 유일한 보편 통화(universal currency)"니까요.

이렇게 살 수는 없…. (이미지: Grace Barker Health)

게다가 앞으로도 인류 전체에게 필요한 에너지양은 늘어나기만 할 겁니다. 지금 막 빈곤에서 벗어나려 하는 개도국의 국민들도 우리처럼 물질적 풍요를 이루고 싶어 하고, 마땅히 그래야 하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80억 인구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건강한 다이어트라는 결론이 나오는 거죠.



꿀벌을 위해, 인간을 위해 

문제는 피크를 찍는 시점도 좀 앞당겨졌지만,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넘게 오르는 것도 예상보다 더 빠를 것 같다는 겁니다. 현재 국제적으로 기온 상승 폭을 2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것이 목표인데요, 전문가들은 2도는 물론이고 1.5도만 올라도 지구의 생태계가 교란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그런데 이제 곧 1.5도가 오를 것 같다니, 무섭죠.


인간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동식물과 곤충들도 기후변화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거든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기존의 기후에 맞춰 진화해 왔으니까요. 특히 한 사례를 들자면 꽃밭을 날아다니는 벌들이 있어요. 이번에 노르웨이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아 화제가 되었는데요, 같은 노르웨이 작가인 "마야 룬데"를 아시나요? (그 나라 사람들도 글을 참 잘 쓰는 것 같습니다) 그녀의 소설 <벌들의 역사>라는 소설이 있어요. 벌들이 자취를 감춘 지구에서 생존을 위해 인공 수분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죠. 결국 벌이 사라지면 식물도, 사람들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경고입니다.

“윤식당”으로 유명한 윤여정 배우님도 이번에는 꿀벌을 위한 “꿀벌식당”을 차렸다고 해요. 생태계 지킴이 꿀벌을 지키고자 하는 그린피스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하는데, 아이디어가 참 좋죠. 그러고 보면 살을 빼는 다이어트는 기본적으로 나를 위한 것이지만, 화석연료 다이어트는 인간만을 위한 건 아닌 셈입니다. 이제 어서 피크를 찍고 내려갈 날만 오기를 바라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