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on Nov 16. 2020

빠져나가기 전에 잡아서 묻어 버리자

탄소 채집 및 저장 기술(CCS)이 뭘까?

온실 가스 규제책을 볼 때마다, 발전소에서 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굴뚝에서 그냥 미리 잡아 버리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대기 중으로 뿜어져 나오니 온난화가 발생하는 건데, 그냥 몽땅 모아서 다른 데다 갖다가 버리면 안 될까요? 정말 기똥찬 아이디어 아닌가요?

 

근데, 그 기술이 이미 있습니다.


'아, 그렇구나..'


소위 탄소 채집 및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CCS)라고 부르죠. 요즘은 활용, 즉 Utilization의 U를 하나 더 붙여 CCUS라고 부르기도 해요. 말 그대로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기 전에 온실가스를 '가로채서' '어딘가에 묻어 버리는' 걸 말하죠. 이 기술은 (저조차 생각해 냈으니) 이미 기후변화 협상이 시작됐던 한참 전부터 논의됐던 겁니다. 수십 년 전에는 2020년쯤이면 이미 상용화되어 배출량의 상당수를 채집하고 있을 거라고 믿었을 거예요. 실상은 비용 문제나 기술적 한계로 전혀 그렇지 못하지만요. 

CCS 개념도 (Climate Change New Economy)

전에 몇 번 썼던 '욕조 비유'를 기억하시나요? 욕조에 물을 받는 걸로 지구 온난화를 설명하는 모델이지요. 온실가스를 내뿜는 인간의 활동을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 지구를 욕조, 기온 상승을 물이 차는 수준이라고 합시다. 아무리 수도꼭지를 잠그려 해도, 기존에 경제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도저히 완전히 잠그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바가지를 수도꼭지 아래 놓아서 욕조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요? 탄소 채집이 바로 그거죠. 



'잡는' 과정 

이제까지 대부분의 CCUS 프로젝트는 기껏해야 시범 프로젝트 규모를 넘지 못했는데요, 대규모로 발전하지 못했던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석탄 발전소에 탄소 채집 장비를 설치한다고 합시다. 돈이 무지막지하게 들뿐더러, 크기도 너무 커서 간혹 발전소 자체만큼이나 큰 공간이 필요하기도 하다고 해요. 토지도 더 필요할 뿐 아니라 운영 부담도 엄청난 거죠. 게다가 장비를 사용하려면 에너지도 엄청 많이 들어서, 발전소 전체의 에너지 효율성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고 하고요. 어째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느낌이죠. 

스위스의 직접 채집 장치 (Climate Central)

'저장하는' 과정 

그래도 최근엔 기술이 많이 좋아져서, 좀 더 큰 규모의 프로젝트들이 노르웨이 등에서 시작되었어요. 그런데 이산화탄소를 잘 잡는다고 쳐도, 잡은 가스를 어떻게 할까요? 땅에 묻습니다. 사실 땅 속에 여러 구조물을 묻는 건 전부터 토목과에서 열심히 해 왔던 거예요. 그래서 CCUS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은 땅 속에 공간도 충분하고 모니터링 시스템도 존재해서 안전성도 검증되었다고 말하죠. 


하지만 채집한 탄소는 최대한 오랜 시간 동안 땅 속에 있어야 합니다. 이제까지 대규모로 시험된 바가 없으니, 탄소가 우리 생각처럼 계속 땅 속에 있어줄지는 아무도 모르죠. 혹시 지진이라도 나거나 저장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가 없기에 불확실성이 분명 존재합니다. 



전문가의 이야기 

작년, 저는 운 좋게 세계 최고의 전문가를 만나 이 기술에 대해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프린스턴에 계시는 Michael Celia 교수님은 인터뷰에서 최근의 CCUS 논의와 가능성에 대해 말해 주셨어요. 

인터뷰 전체는 여기에! 


* 최근의 기술

아까 말한 '굴뚝 위에서 바로잡기'는 여전히 너무나 비용이 비쌉니다. 게다가 캡처한 탄소를 저장 부지까지 운반하는 건 어떻게 하죠? 도로로 운반하는 건 탄소 배출의 규모상 불가능하고, 결국 파이프라인을 건설해야 합니다. (점점 더 돈이 많이 드는 시나리오) 그래서 요즘 진행되는 중요한 논의 중 하나는 에탄올 정제소처럼 비교적 채집 비용이 적게 드는 장소에서 시작하자는 겁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파이프라인을 '크게' 건설해, 나중에 발전소처럼 더 배출량이 많고 비용도 많이 드는 채집 과정을 용이하게 하자는 거죠. 


* 어디에, 어떻게 묻는가

땅 속 깊이 묻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부지에 얼마나 '빈 공간'이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주변 지반의 구성 등을 고려해 적절한 빈 공간에 채집된 탄소를 주입합니다. 

땅 속에 주입합니다. (CO2CRC)

* 안전성은 어떤가

한 번 묻으면 수천 년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해요. 그래야 그 사이 기후가 안정성을 찾으니까요. 이런 긴 시간 동안 직접 관찰을 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모니터링 포인트에서 모델링을 해서 향후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장된 탄소가 새어 나오는 것에 대한 걱정도 많이 있는데, 이건 오래된 유전이나 가스 부지를 연구하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합니다. 유전에서 석유를 다 빼고 나면 빈 곳에 물 등 액체를 주입해야 균형을 유지하는데, 이런 곳들을 연구하면 대규모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비슷하게 짐작해 볼 수 있다고 해요.  


* CCUS의 미래

기후변화 협상에서는 항상 CCUS가 논의되지만, 결국은 경제성정책에 달려 있습니다. 그냥 잡지도 묻지도 않고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게 항상 가장 저렴한 옵션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탄소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CCUS를 활용할 기회가 생기죠. 



지난 9월, 지금 세계 각국이 2050년까지 넷 제로 배출량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는데요, 국제 에너지 기구(IEA)는 CCUS 기술 활용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의 투자와 프로젝트가 필요할 거라고 덧붙였죠. Celia 교수님도 CCUS의 미래가 정치와 경제 상황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것이란 건 인정하시면서도, 미래의 어느 시점엔가는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하셨어요. 연구자로서 그때를 위해 최대한 준비하고 있다고 하셨죠. 


우리도 막연히 '미래에는 기술이 발전해서 기후변화가 해결되지 않을까?'라고 말하곤 하죠. 근데 그 '기술' 중 하나가 바로 CCUS라는 걸 한번쯤 알아놓으면 좋을 듯 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 대선, 강건너 불구경이 아닌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