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채집 및 저장 기술(CCS)이 뭘까?
'잡는' 과정
이제까지 대부분의 CCUS 프로젝트는 기껏해야 시범 프로젝트 규모를 넘지 못했는데요, 대규모로 발전하지 못했던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석탄 발전소에 탄소 채집 장비를 설치한다고 합시다. 돈이 무지막지하게 들뿐더러, 크기도 너무 커서 간혹 발전소 자체만큼이나 큰 공간이 필요하기도 하다고 해요. 토지도 더 필요할 뿐 아니라 운영 부담도 엄청난 거죠. 게다가 장비를 사용하려면 에너지도 엄청 많이 들어서, 발전소 전체의 에너지 효율성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고 하고요. 어째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느낌이죠.
'저장하는' 과정
그래도 최근엔 기술이 많이 좋아져서, 좀 더 큰 규모의 프로젝트들이 노르웨이 등에서 시작되었어요. 그런데 이산화탄소를 잘 잡는다고 쳐도, 잡은 가스를 어떻게 할까요? 땅에 묻습니다. 사실 땅 속에 여러 구조물을 묻는 건 전부터 토목과에서 열심히 해 왔던 거예요. 그래서 CCUS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은 땅 속에 공간도 충분하고 모니터링 시스템도 존재해서 안전성도 검증되었다고 말하죠.
하지만 채집한 탄소는 최대한 오랜 시간 동안 땅 속에 있어야 합니다. 이제까지 대규모로 시험된 바가 없으니, 탄소가 우리 생각처럼 계속 땅 속에 있어줄지는 아무도 모르죠. 혹시 지진이라도 나거나 저장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가 없기에 불확실성이 분명 존재합니다.
전문가의 이야기
작년, 저는 운 좋게 세계 최고의 전문가를 만나 이 기술에 대해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프린스턴에 계시는 Michael Celia 교수님은 인터뷰에서 최근의 CCUS 논의와 가능성에 대해 말해 주셨어요.
인터뷰 전체는 여기에!
* 최근의 기술
아까 말한 '굴뚝 위에서 바로잡기'는 여전히 너무나 비용이 비쌉니다. 게다가 캡처한 탄소를 저장 부지까지 운반하는 건 어떻게 하죠? 도로로 운반하는 건 탄소 배출의 규모상 불가능하고, 결국 파이프라인을 건설해야 합니다. (점점 더 돈이 많이 드는 시나리오) 그래서 요즘 진행되는 중요한 논의 중 하나는 에탄올 정제소처럼 비교적 채집 비용이 적게 드는 장소에서 시작하자는 겁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파이프라인을 '크게' 건설해, 나중에 발전소처럼 더 배출량이 많고 비용도 많이 드는 채집 과정을 용이하게 하자는 거죠.
* 어디에, 어떻게 묻는가
땅 속 깊이 묻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부지에 얼마나 '빈 공간'이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주변 지반의 구성 등을 고려해 적절한 빈 공간에 채집된 탄소를 주입합니다.
* 안전성은 어떤가
한 번 묻으면 수천 년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해요. 그래야 그 사이 기후가 안정성을 찾으니까요. 이런 긴 시간 동안 직접 관찰을 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모니터링 포인트에서 모델링을 해서 향후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장된 탄소가 새어 나오는 것에 대한 걱정도 많이 있는데, 이건 오래된 유전이나 가스 부지를 연구하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합니다. 유전에서 석유를 다 빼고 나면 빈 곳에 물 등 액체를 주입해야 균형을 유지하는데, 이런 곳들을 연구하면 대규모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비슷하게 짐작해 볼 수 있다고 해요.
* CCUS의 미래
기후변화 협상에서는 항상 CCUS가 논의되지만, 결국은 경제성과 정책에 달려 있습니다. 그냥 잡지도 묻지도 않고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게 항상 가장 저렴한 옵션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탄소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CCUS를 활용할 기회가 생기죠.
우리도 막연히 '미래에는 기술이 발전해서 기후변화가 해결되지 않을까?'라고 말하곤 하죠. 근데 그 '기술' 중 하나가 바로 CCUS라는 걸 한번쯤 알아놓으면 좋을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