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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Feb 15. 2021

 백 퍼센트 깨끗하면 안 되나요?

신재생 에너지 백 퍼센트, 과연..

어린이들이 놀이터에서 모래 장난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한 어른이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어요. "얘들아, 모래밭에서 빨간 구슬을 찾아오면 만 원씩 줄게. 어때?" 아이들은 신나서 빨간 구슬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어요. 모래밭을 다 뒤집어 보니 웬걸요, 빨간 구슬이 줄줄이 나옵니다.

아이들이 제각각 빨간 구슬을 가득 손에 들고 어른에게 다가가자, 어른은 약속대로 만 원씩 나누어 줍니다. 그런데 이를 어쩌죠? 빨간 구슬을 찾은 어린이들이 너무 많아진 거예요! 어른은 슬쩍 가격을 오천 원으로 내립니다. 빨간 구슬이 점점 많아지고, 어른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금액도 점점 적어졌어요.

아이들이 울상을 짓네요. "이럴 거면 그냥 모래 장난이나 할 걸 그랬어."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 에너지. 청정한 미래를 위해 장려되는 산업이지요. 그런데 마음만은 백 퍼센트 신재생이라 해도 그 비중을 높이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습니다. 아니, 대체 왜요? 화석 연료를 안 쓰고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를 늘려서 발전을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얼마 전에 뉴스에도 나왔는데요, 정부가 꾸준히 태양광 산업을 밀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발전소들은 손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에요. (뉴스: "신재생 장려해놓고..." 수익성 악화 '울상') 왜냐고요? 원래 태양광 발전소는 전력을 생산하면 한전에서 인증서를 공급받고, 이를 화석연료 발전소에 되파는 형식으로 수익을 냈습니다. 그런데 지금 재생 에너지에 사업자들이 몰리며 인증서 가격이 너무 떨어져 버렸어요. 투자는 다 해놨는데 발전을 할수록 손해만 보는 실정인 거죠.


현재 한국에서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율은 7%에 불과한데요, 2034년까지 25%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애걔, 겨우 25%?"라고 생각되는 수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조차 쉬운 게 아니란 거죠.



재생 에너지, 늘리기 쉽지 않다

얼마 전에 재생 에너지가 많이 싸졌다고, 좋은 소식이라고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만, 그래도 재생 에너지 비중 자체가 드라마틱하게 는 것은 아닙니다. 거북이처럼 느리게 성장하고 있어요. 많이 싸졌다고는 하지만 그건 전 생애 주기를 보았을 때 얘기고, 현재 멀쩡히 돌아가는 화석 연료 발전소를 당장 대체할 만큼 싼 건 아니란 소리죠.


부모님들은 이런 소리를 많이 하죠.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요." 태양광 패널을 만들고 풍력 발전기를 세우는 것이 예전보다 많이 싸졌고, 신재생 설비 용량이 많이 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게 실제로 신재생 발전량이 늘었다는 소리는 아니란 거죠. 태양광 발전소를 열심히 세워 봤자, 요즘 실태처럼 돈을 못 벌면 차라리 놀리는 게 나으니까요.


성적이 오르려면 머리만 좋아선 안되고 공부를 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기후변화를 방지하고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신재생 에너지 역량을 키울 뿐 아니라, 실제로 신재생 에너지 발전이 제약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해요.  



전력망, 대체 뭐길래

사실 한국에서만 이런 일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햇살 따사로운 하와이에서도 2000년대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태양광을 밀었었는데요, 이게 또 한 번 난리가 났었습니다.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붙이는 경우 생산하는 전력을 전력망에 되팔 수 있도록 했었는데, 하와이 주민들이 신나서 너나 나나 폭발적으로 태양광 발전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 공급이 너무 많아지자 하와이 전력회사는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전력망이 감당할 수 없는 양이 되어 버렸거든요. 결국 기존 지원 제도를 폐지하기에 이르렀죠.


제주도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지요. '바람의 섬'이다 보니 풍력 발전을 밀고 있었는데, 풍력 발전 과잉 사태가 벌어지는 겁니다. 결국 작년 한 해에만 전력거래소가 제주도 쪽에 "스탑!! 신재생 발전 좀 그만해!"라고 발전 중지 요청을 수십 번이나 했다고 해요.


이렇듯 전력망은 복잡 미묘한 것이라서, 지금과 같이 중앙집중적인 인프라에서 개인이 발전을 해버리면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즉, 우리 집에서는 일방적으로 전기를 받아 써 왔고 전력망도 그 방식에 최적화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너나 나나 미니 발전소가 되어 전력망에 전기를 보내려고 하면 전력망은 SOS를 외치게 되는 거죠. 실제로 공급 과잉이 되어 버리면 주파수에 문제가 생기고 대규모 정전 사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말 백 프로를 목표로 해야 할까? 

그래서 미래에는 분명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발전이 이루어질 겁니다. 그래서 신재생 에너지 얘기할 때 꼭 '분산 전원' '마이크로 그리드' '스마트 그리드' 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현재와 같은 중앙집중식 발전 형식 대신, 수많은 꼭지에서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해서 전력을 생산하는 차세대 전력망에 대한 얘기지요. 우리 집 지붕에서도, 자동차에서도, 수많은 개별 기기에서 발전이 이루어지고 남는 전력은 필요한 곳에 손쉽게 보내서 소비할 수 있는 전력 시스템이라니, 참 효율적이고 청정하겠지요.


하지만 여기엔 근본적인 질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00퍼센트 신재생 에너지가 꼭 지금 목표가 되어야 할까?


엥, 당연한 소리 아니냐고요? 물론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늘리는 건 많은 사람들이 막연하게 찬성하는 사안이지만,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히면 과연 어떨까요? 예를 들어 한국은 원자력 발전의 경험이 많고 인력이 풍부합니다. 산업 부문의 전력 소비도 매우 크고요. 이때 기저 부하를 원자력으로 유지한다면 온실가스나 비용 면에서 큰 희생 없이, 신재생 에너지가 100퍼센트가 아니더라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분산 전원의 도입에 대해 전반적인 생각은 동일하더라도 과연 꼭 지금 한국에서 백 퍼센트를 목표로 해야 하는지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한 이유지요.


실 전력망의 문제만이 유일한 건 아닙니다. 바람이 불지 않고 태양이 없는 밤에도 전력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에 저장의 문제도 있고, 국토가 한정되어 있고 안 그래도 부동산이 골치 아픈 마당에 부지 선정도 쉽지 않죠.



내게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최근 많은 나라들과 도시들이 2050년경까지 신재생 에너지 100퍼센트 달성을 발표하고 있고, 기후변화 대처 측면에서 보면 적극적인 모습이 분명 고무적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문제가 아니란 건 일반인들 시각에서만 그런 건 아닙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학자들조차 서로 너무 다른 말을 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제레미 리프킨이나 레스터 브라운의 책을 읽어 보면 마치 지금 당장 신재생 에너지의 시대가 눈앞에 펼쳐질 것만 같습니다. 화석 연료 좌초 자산을 걱정해야 하는 것 같고요.


스탠퍼드 대학교의 마크 제이콥슨 교수도 신재생 에너지 100퍼센트가 얼마든지 가능하단 것을 학술적으로 접근해서 수많은 신재생 옹호가들의 총아가 되었죠. 자력 발전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 '아, 정말 무조건 신재생이지'하다가도 반대쪽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으면 또 고개가 끄덕끄덕하게 됩니다.


반면 윌리엄 노드하우스는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방안으로 오히려 천연가스를 옹호하고,  신재생 에너지 백 퍼센트를 이루지 못한 갭은 기술로 얼마든지 커버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뭐가 맞는 걸까요?


따져 보면 "뭐가 맞다"는 건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국내 사정에 맞도록, 가장 구체적이고 일관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목표 자체보다 더 중요할지 몰라요. 가장 "틀린" 건, 이리저리 의욕만 앞서 목표만 세웠다가, 또 다른 말에 흔들려 금방 목표를 바꾸는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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