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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Jul 05. 2021

뜨거운 지붕 아래에서

열돔과 극단적 기후

요즘 한국 날씨는 어떤가요? 동남아시아 날씨처럼 폭우가 쏟아지고 장마는 오히려 뒤로 한참 밀렸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홍콩은 뭐 여느 여름처럼 습하고 덥습니다. 네.. 더워요.. (아우 진짜 나가기 싫음ㅠㅠ)


그래도 아시아는 좀 나은 것 같습니다. 최근에 매일같이 미디어에서 대서특필하고 있는 지역은 캐나다랑 미국 서부 지역인데요, 바로 ‘열돔(heat dome) 현상’ 때문에 생긴 어마어마한 혹서 때문입니다. 특히 원래 선선~한 여름을 자랑하는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 지역이랑 미국 오레곤 쪽은 갑작스레 닥쳐온 살인적인 더위로 인해 무진장 고생을 하고 있다고 해요. ‘살인적’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 것이, 실제로 폭염 때문에 사망한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으니 정말 심각한 상황입니다. 저도 미국 서부에 살 때 여름 날씨는 햇볕이 세도 건조하기 때문에 그늘 안에 있으면 견딜만했었거든요. 일 년에 일주일 정도 많이 더울 뿐이라 대개의 집에는 냉방 시설이 없어도 문제가 없었어요. 지금 폭염에 시달리는 지역도 마찬가지라서 에어컨도 없이 50도에 가까운 기온 속에 내던져진 셈이죠. 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요? 


막연히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올라가는 것은 알겠는데, 열돔 현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형성되는지 궁금해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열돔 현상이 왜 일어날까? (이미지 출처: Barrons.com에서 캡쳐, 데이터는 NOAA 및 미국, 캐나다 미디어)


‘열돔’은 말 그대로 열기로 이루어진 지붕입니다. 대기가 뜨거운 열을 뚜껑처럼 덮어서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현상이죠. 열돔 현상은 다음과 같이 생겨요:


1. ‘제트 기류’라는 것이 있습니다. 공기를 섞어 주는 역할을 하는 기류인데 얘는 여름이 되면 북상을 하게 되죠. 지금 미국 북부와 캐나다가 있는 쪽으로 말이죠.

2. 그런데 마침 제트 기류의 오목한 곳에 형성된 고기압이 위로 상승하며 지붕과 같은 형태를 만듭니다. 안에 갇힌 열기가 빠져나가고 싶어도 위에 고기압이 아래로 누르는 바람에 갇혀 버리죠.

3. 아래로 눌린 뜨거운 열기는 압축되며 더 많은 열을 방출합니다. 더 더워지고 건조해지는 거죠.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며 지표면은 더더욱 달구어지고  안에 갇힌 사람들과 동식물은 죽을 맛입니다. (어떤 기사에는 ‘누가  얼굴에 불을 던지는  같았다  시민의 말이 실리기도 했습니다ㅠ) 게다가 요즘 극지방의 얼음이 대규모로 녹는 바람에 제트 기류가 약화되며 열돔 현상을 강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즉 지구의 온도가 올라갈수록 이 뜨거운 지붕은 더 심해진단 거죠. 열돔은 일단 형성되면 구름도 막아 버리기 때문에 햇볕을 피할 도리가 없다고 해요. 조만간 한반도에도 커다란 고기압이 찾아와 열돔 현상이 예고되고 있다는데, 냉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피해가 더욱 막심할텐데요.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은,


- 단지 기후변화 때문에 열돔이 생긴 것은 아니다!

- 그러나 기후변화는 한번 생긴 열돔 현상의 정도가 더 심하게 만든다!!


.. 겁니다. 혹한과 혹서는 산업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물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구가 점점 더워지면서 혹한과 혹서의 정도가 점점  심해진단  문제입니다. 기억나세요?   전만 해도 문제는 더위가 아니라 추위였습니다. 지구 온난화라는데  이렇게 추운지, 한파 때문에 난리였죠. 다음은 제가  1  잡지에 게재한 글의 일부입니다.


이제 일상에서 기후변화나 지구 온난화는 흔히 쓰는 단어가 되었다.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학창 시절 과학 시간에 온실 효과를 배우기도 했고, 공장이나 자동차가 내뿜는 온실 가스 때문에 지구가 더 더워진다는 사실도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내용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기후변화가 과연 어디까지의 변화를 의미하는지 딱 잘라서 말하려면… 참 애매하다. 기온의 상승만일까, 아니면 혹한, 폭우, 가뭄이 다 관련이 있을까? 여름철 날이 덥고 며칠씩 폭우가 쏟아질 때는 ‘아휴, 역시 기후변화 때문에 올해는 너무 덥고 비가 많이 오네’라고 하다가도, 겨울철 꽁꽁 언 길을 얼어 출근을 하면서는 ‘기후변화고 뭐고, 다 거짓말인가 봐’하고 속으로 구시렁대는 게 우리 모습이다.

하긴, 불과 1960~70 년대만 해도 지구 온난화보다 새로운 빙하기의 도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때만 해도 인공위성이나 컴퓨터를 동원한 정교한 기후 모델링이 불가능했으니 그럴 법도 했다. 하지만 ‘빙하기’며 ‘간빙기’ 같은 말은 수만 년에서 수백만 년에 이르는 엄청나게 장기적인 변화를 말한다. (만화 영화 ‘아이스 에이지’를 떠올려 보자. 문명과는 거리가 멀다.) 반면 여기서 말하는 건 산업화가 시작된 이래 몇 년 사이에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단기적인 변화다. 둘은 구분해야 한다. ‘날씨’와 ‘기후’도 마찬가지다. 오늘 우연히 열대의 싱가포르가 평소보다 선선했다고 해서 ‘싱가포르의 기후는 서늘한 편입니다’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우리와 우리 아이들 세대가 살아가는 수십, 수백 년의 프레임 안에서 전반적인 기후에 꾸준한 변화가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는 소리다.

우선, 지구 온난화에도 불구하고 겨울철 날이 추운 이유는 바로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웬 뜬금없는 동어 반복일까? 당연한 소리지만, 극지방에는 아주 아주 추운 공기가 있다. 그걸 극소용돌이( polar vortex)라고 부르는데, 원래는 아래 왼쪽 그림처럼 바람과 기압, 온도 등의 요인이 안정적으로 맞물려 극지방 주위에만 몰려 있었다. 북극의 저온과 적도 부근의 고온이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제트기류라는 공기층이 형성되어 그 사이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기온이 상승하며 북극의 빙하가 엄청나게 많이 녹아 버리면서 이 균형이 깨져 버린다. 북극 주위로 뭉쳐 있던 차가운 공기는 여러 층으로 갈라지며 남쪽으로 내려오고, 그래서 우리가 사는 곳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북극의 공기가 우리에게 왔으니, 추운 게 당연하다.

- <법무사>지 2021년 1월호, ‘이렇게 추운데 온난화라니?’ 중 일부 발췌 -


즉 기후변화의 폐해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극단’입니다. 점점 극단적으로 덥고, 춥고, 폭우가 오고, 가뭄이 심해집니다. 당연히 원래 예전에도 덥고 추운 건 있었고, 장마철도 있었고 가물 때도 있었죠. 하지만 더울 때는 더 더워지고, 추울 땐 더 추워지며, 한 번 비가 오면 왕창 오고, 가물었을 때는 너무나 바싹바싹 마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온도가 1도, 2도 올라갈수록 극단적인 정도도 더 심해질 겁니다.


전문가들은 인류가 생존하려면 지구 기온 상승 폭을 2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사실은 1.5도만 넘어가도 어찌 될지 모른다고 해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NASA에 따르면 이미 1.5도 이상 더워진 지역이 많습니다. 특히 극지방은 변화가 더 심했고요. 사실 이런 경고는 예전부터 지속되어 왔습니다. 다음의 문서들을 볼까요?  


기후변화에 대해 경고한 레터들 (출처: E&E News)


첫 번째 문서는 1960년대 여러 대학에서 연구 중인 과학자들이 린든 존슨 대통령에게, 두 번째는 1970년대 백악관 과학 전문단이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 마지막은 1980년대 기후변화 전문가 임시 위원회에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제출한 레터 중 일부입니다. 이미 산업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의 폐해에 대해 예고하고 있었죠. 하지만 극적인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극적인 건 수십 년이 지난 요즘의 기후뿐이지요. 앞으로 수십 년 후에 어떤 모습의 미래를 맞이할지 한 번쯤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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