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매스 에너지, 기후변화에 도움이 될까
요즘 저희 가족의 '최애' 햄버거집은 파이브가이즈(FIVE GUYS)입니다. 저와 남편은 거기 가면 가끔 건강을 생각한답시고 번 대신 양상추 랩을 선택해서 먹고, 음료도 제로 콜라를 마십니다. 그러나!! 그런 날은 땅콩기름으로 튀긴 감자튀김을 평소의 세 배쯤(...) 먹곤 합니다. 폭풍 흡입 후 기름으로 번들거리는 손가락을 볼 때마다 고민하곤 합니다. 양상추 랩과 제로 콜라가 과연 아군일까요? 적군일까요?
에너지원에도 비슷한 경우가 하나 있습니다. 화석 연료는 대 놓고 기후변화의 적이라 마치 빨간 콜라나 버터 가득한 브리오슈 번 같은 존재죠. 하지만 그 자체로는 재생 에너지원 같지만 늘 논란이 분분한, 꼭 제로 콜라 같은 '바이오매스'라는 녀석이 있습니다.
바이오매스, 어디서 들어본 말인데..
바이오매스는 말 그대로 '바이오', 즉 생물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농작물이나 나무뿐 아니라 이용하고 난 목재 찌꺼기 같은 것도 모두 포함된 개념이지요. 바이오매스 에너지는 이런 바이오매스를 이용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을 말해요. 바이오매스를 태워서 증기 터빈을 돌리면 전력이 생성되니까요.
발전소에다가 석탄이나 천연가스 같은 화석 연료를 집어넣는 것이 아니다 보니 바이오매스는 재생 에너지로 취급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위키피디아에 "신재생 에너지" 또는 "재생 가능 에너지"라고 쳐 보면 풍력, 태양광, 수력, 지열과 더불어 바이오매스도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요.
한국에서도 바이오매스는 이미 이용되고 있습니다. 목재 팰릿(나무 조각? 톱밥? 같은 거예요) 등을 수입해서 에너지를 생산하죠.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은 대규모 바이오매스 발전소 허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는데요, 작년에 일부 시민 단체들은 바이오매스 이용이 국민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소송까지 냈습니다 [1]. 왜 재생 가능 에너지원을 두고 이런 논란이 있을까요?
바이오매스, 뭐가 문제일까?
미국의 천연자원보호협회(NRDC, 미드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How I met your mother)"에서 마샬이 그토록 들어가고 싶어 하던 바로 그 기관)에서는 바이오매스에 대해 청정한 재생 가능 에너지원으로 "잘못 인식되어 있다"라고 지적합니다. 특히 최근의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석 연료보다도 탄소 배출량이 많은 경우가 많으며, 생물 다양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이게 당연한 것이, 바이오매스 이용 목적으로 식물을 생산하면 생산지에서 원래 있던 삼림을 파괴하게 되니까요. 게다가 온실가스와 대기 오염 물질도 석탄 화력 발전소와 비교했을 때 오히려 더 많이 배출한다면, 바이오매스는 오히려 금지시켜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현실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 다른 재생 에너지원처럼 똑같이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게 문제죠. 제로콜라가 그 자체로는 아무리 칼로리가 0이라도, 샐러드나 닭가슴살과 동일한 선상에 놓일 수는 없지 않겠어요?
바이오매스를 두고 논란이 분분한 이유는 우리가 한 단어로 뭉뚱그려 사용하기는 하지만 사실 바이오매스 에너지에는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입니다. 적절한 환경에서 잘 이용하면 환경에 유해하지 않지만, 무조건 바이오매스라고 다 친환경적인 것은 절대로 아니라는 겁니다.
아래 그림처럼 바이오매스는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어요.
- 나무/목재: 나무를 태우면 장작 아닌가요? 놀랍게도 맞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구 공장이나 종이 공장에서 나오는 여러 나무 찌꺼기들과 먼지들도 다 포함됩니다. 버리는 대신에 그걸 태워서 에너지를 생산하면 꿩 먹고 알 먹는단 논리죠.
- 농산물 관련: 옥수수, 대두류 등의 농작물과 녹조류(algae) 등이 포함되고, 식품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들도 여기 해당됩니다. 옥수수는 사람도 먹고, 동물 사료로도 쓰고, 바이오 연료로도 쓰이네요.
- 고형 쓰레기: 우리가 쓰레기를 버리면 플라스틱처럼 인공적, 화학적으로 생산된 물건들도 있지만 종이, 면/모 등의 섬유, 음식물 쓰레기나 정원에서 나온 쓰레기처럼 생물 활동에 기반한(biogenic) 쓰레기들도 있죠. 이런 것들이 해당됩니다.
- 가축 응가와 사람들이 오수: 이건 뭐.. 지지(?)지만 에너지원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도 여러 가지예요. 먼저 직접 태워서 열을 만들 수 있는데, 이 경우 그 열을 난방이나 온수에 사용할 수도 있고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만들 수도 있겠죠. 화학적으로 변환해서 고체/액체/기체 형태의 연료를 만들 수도 있고요. 생물학적으로 변환해서 연료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요건 다 약간 복잡한 과정이지만, 생물학적 변환의 쉬운 사례로 음식물 쓰레기나 가축의 분뇨를 발효시켜 '바이오에탄올'을 만들어서 차량의 연료로 쓰는 경우가 있겠죠. (냄새는 엄청날 듯)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아무튼 그래서 전문가들도 한마디로 "바이오매스는 좋다/나쁘다"로 딱 잘라 말하지는 못하는 입장입니다. 어떤 바이오매스인지, 어떻게 생산하는지에 따라 답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NRDC도 적절한 경우에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제재소에서 나오는 목재 찌꺼기는 부패가 빠르고 그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것은 저탄소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고 해요.
또한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도 무조건 "바이오매스=재생가능에너지"라고 하지 말고, 생애주기 온실가스 배출량과 순 에너지 밸런스 등의 24가지 지속가능성 요인을 평가해 재생에너지로 인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2]. 사실 제로 콜라도 상황 따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달라지잖아요. (저처럼 제로 콜라에 위안을 얻으며 감자튀김을 흡입하면 안 마시느니 못한...)
미래에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기후변화 대처에 가장 중요한 과제인데요, 여러 기술과 혁신이 나오겠지만 흔히 재생 가능이라고 알려진 에너지원조차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사실이 조금 놀랍기도 합니다. 지금 개인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에너지 효율화와 절약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 표지 이미지 출처: Unsplash
[1] https://www.energy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2203
[2] https://www.e2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300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