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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Sep 06. 2021

미래의 도로 위에는

전기차의 미래를 생각하다

테슬라에서 모델 S가 처음 나온 건 저희 가족이 캘리포니아에 살 때였어요. 전기차라고 하면 실용적 용도의 조그맣고 땅딸막한 차를 막연히 상상하던 제게, 그 어떤 고급 세단보다도 품위와 멋이 줄줄 흐르는 모델 S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요즘도 테슬라뿐 아니라 현대, BMW, 쉐보레, 혼다, 닛산, 벤츠 등 우리에게 익숙한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에서는 꾸준히 전기차를 개발, 생산하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멋있는 이 녀석.. (이미지: Tesla.com)


이렇게 잘 나가는 전기차 시장인데요,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2018년에는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2%만이 전기차였는데요.

2035년이 되면 도로 위 자동차 중 몇 % 나 전기차일까요?


뉴욕 타임스의 한 기사에 따르면 놀랍게도 겨우 13%에 불과할 것이라고 합니다. 아니, 왜 그것밖에 안 되죠? 요즘 전기차 생산이 점점 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워낙 옛날 차들이 계속 굴러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만들어서 파는 차량'이랑 '실제로 운전하는 차량'은 다르단 거죠. 2050년이 되면 미국 신차 판매량의 무려 60%가 전기차일 것으로 예측되지만, 도로 위에는 내연기관차가 여전히 과반수일 것이라고 합니다

 

조금만 쓰면 늘어나서 새로 사는 머리끈도 아니고, 차를 누가 그렇게 바로바로 바꾸냔 말입니다. 자동차의 수명은 꽤나 길게 마련입니다. 미국의 경우 한 번 구매한 차량은 평균적으로 13년 동안 쓴다고 하고요, 처분하고 나서도 중고차 시장에 가게 되면 더 오래 도로 위에 남아 있겠죠. 그마저도 은퇴하고 나서 멕시코나 이라크 등 해외로 수출도 한다고 해요. 그럼 20년도 넘게 쓰는 경우가 많겠죠. 


엔지니어링이 발달하며 가솔린차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고장도 잘 안 나고, 전기차에 비해 믿음직스럽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이러한 느릿한 관성 때문에 전기차로의 전환은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지요. 


그런데 각국이 앞다투어 발표한 것처럼 넷 제로 2050을 실제로 달성하려면.. 2050년까지 내연기관차가 과반수나 차지하고 있으면 안 되겠죠. 그래서 넷 제로를 위해서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을 올스톱!! 해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미국의 경우는 교통 부문의 배출량이 1/3에 달하니까요.


그래서 영국이나 캘리포니아 주 등에서는 십수 년 내에 제로배출 차량만을 생산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죠. 만일 전기차의 가격이 지금처럼 보조금 없이는 더 비싼 경우, 시장에 비싼 전기차만 있으니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기존의 내연기관차를 더 오래 탈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교통 부문에는 승용차만 있는 건 아니죠. 쓰레기차나 대형 버스, 화물 트럭 같은 경우는 왜 배터리를 달아서 전기로 갈 수 없을까요? 그건 너무 무거워서 그래요. 배터리 성능은 한계가 있는데, 그 무거운 걸 지탱하고 끌고 다니려면 엄청나게 많은 배터리가 필요하게 되죠. 그러면 적재량도 더 적어지고요. 비행기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아는 상업용 비행기의 경우 배터리를 달려고 하면 제트 연료보다 35배나 무겁다고 합니다. 뜰 수가 없겠죠ㅠㅠ (달랑 두 명 타는 개인 비행기의 경우 전기 비행기가 있고, 두세 시간은 비행이 가능하다고 해요.) 


생각보다 교통 부문의 전력화에 장애물이 많지요? 



그래도 혁신은 존재한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분명 바뀌는 것들이 많습니다. 


일단 전기차 가격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는 배터리 가격의 하락과 관련이 있는데요, 자동차에 들어가는 리튬 배터리의 가격은 2010년부터 7-8년 만에 80%나 급락했어요. 전기 차량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평균 에너지 밀도 또한 매년 5-7% 향상되고 있고요.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인지는 모르지만,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전기 차량이 보조금 없이 내연기관 자동차와 경쟁할 수 있는 티핑 포인트를 2024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말 몇 년 안 남았죠?  

전기차 배터리 평균 가격 추이 (그래프: statista.com)

빌 게이츠의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에 보면 쉐보레에서 나온 내연기관차 '말리부'와 전기차 '볼트 EV'를 비교한 부분이 나옵니다. 저는 차를 잘 모르지만, 같은 회사에서 만들었을 뿐 아니라 마력과 내부 면적은 비슷하다고 해요. 구매 가격을 비교해 보면 세금 혜택을 빼고 천만 원 정도 차이가 납니다. 전기차가 아직 꽤 비싸긴 하죠 (세금 혜택이 큰 주를 찾아가면 거의 비슷하거나 좀 더 쌀 수도 있지만요). 


그러나 차량을 선택할 때는 구매 가격뿐 아니라 유지비와 보험료 등 '보유 전반'에 대한 가격도 고려해야 합니다. 계산해 보니 전기차가 1마일당 10센트 더 비싸다고 해요. 즉 연간 1,200달러 정도가 차이가 나는 건데요, 상당한 금액이기는 하지만 아예 고려 못할 정도는 아니죠. '친환경을 위해 그 정도 돈은 플렉스 할 수 있다!'라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쓸 수도 있고요. 또, 휘발유 가격이 오르는 경우 더 경쟁력이 생길 겁니다. 


게다가 전기차로의 이행에는 도로 위의 더 큰 변화가 따라옵니다. 개인의 여정뿐 아니라 물류나 운송 산업 전반을 바꿀 가능성이 있어요. 현재 매일 9600만 배럴의 석유가 이용되고 있는데, 그중 62.5%는 운송 부문에 사용되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개인이 전기차를 계속 구매하고 그 수요에 대한 신호를 보내면, 기업들은 이를 포착해 점점 더 전기차 산업이 커질 겁니다. 석유 수요가 감소하며 좌초 자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고 있죠.  


뿐만 아니라 최근의 변화는 차량 공유 서비스자율 주행 차량 도입 등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죠.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자율 주행 차량만 해도 원래는 운전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인데 이 부담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 시간이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며 결국 이동 시간이 상품화되고, 새로운 산업이 창출됩니다. 



전기차 시대로의 이행을 위하여

수십 년 전만 해도 교통 부문에서 최고의 친환경 정책은 연비 기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의 시대에는 이것마저도 구시대적일 수 있습니다. 정책도 발맞춰 바뀔 필요가 있단 얘기죠. 


넷 제로를 위해 가솔린차를 빨리 은퇴시키려고 세계 각국에서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 여러 나라에서 성행 중인 라이드 쉐어링 서비스(Uber나 Lyft 등)부터 전력화하기

- 캘리포니아 주의 "Cash for Clunkers" 이니셔티브는 유달리 연료가 비효율적인 차를 어서 바꾸도록 리베이트 형식으로 인센티브를 주기도 했었습니다.

- 가장 간단한 건 배출량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거고요.  

- 가장 복잡하고 포괄적인 형태는 '도시 개조'일 겁니다. 이건 특히 미국처럼 자가용에 대한 의존도가 큰 국가의 경우 진지하게 논의해볼 문제인데요, 차가 없이도 살 수 있도록 편리한 대중교통을 갖추고 친환경적인 도시 인프라로 개조하자는 거죠. (사실 서울의 경우는 이미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저 나라는 인프라가 아무리 좋아도 걸어서 돌아다니기 너무 위험한 경우가 많아서.... 

적절한 정책이 잘 뒷받침이 된다면, 전기차 시대로의 이행이 좀 더 빠르고 수월해질 수도 있을 거예요. 사실 전기차를 구매할 때는 차 자체만 보는 게 아니고 충전 인프라 등 기타 제반 환경을 더 많이 보게 되잖아요. 지금 전기차를 살 때 A/S나 충전 등을 고려하는 게 번거로운 것처럼, 나중에 시장 쉬프트가 본격적으로 일어나면 거리에 주유소도 잘 없고 가솔린차 구매가 더 번거로운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미래의 도로 위에는 뭐가 있을까 

여기서 중요한 건 전기차 이행만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답은 아니란 겁니다. 온 세계 사람들이 다 전기차를 탄다 해도, 그게 제로 배출량을 의미하는 게 결코 아니에요. 전기를 생산하는 데 여전히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면 여전히 탄소 발자국은 남죠. 게다가 차를 타고 어딜 가나요? 배출량이 엄청 큰 시멘트를 사용하여 지어진 터널을 통과하고, 석유를 사용한 아스팔트로 만든 도로 위를 운전합니다. 차량 자체에 드는 자재도 좀 더 탈탄 소화할 필요가 있고요. 


그리고 세상에 자가용만 있는 건 아니죠. 화물차와 선박, 비행기 등을 위한 대체 연료에 대한 연구도 지속되어야 합니다. 탄화수소 연료, 전자 연료, 수소 연료 등 실험적 단계에 불과하지만 만성적인 투자 부족으로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앞서 인용한 책에서 빌 게이츠는 컨테이너선에 핵연료 사용까지 언급하고 있어요. 


정책과 투자야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우리로서는 더 많이 걷고, 자전거를 타고, 공유 차량을 이용하는 등 작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겁니다. 미래의 여행이 좀 더 깨끗하려면 말이죠. 


* 교통 부문과 기후변화에 대한 이전 글:

https://brunch.co.kr/@yjeonghun/24


*표지 이미지: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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