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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Sep 21. 2020

먹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식습관 개선이 필요할까?

같은 글이 영문 블로그에도!


여기 친구 두 명이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걱정하던 친구 A는 1년간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정했어요. 한편 고기를 포기할 수 없던 친구 B는 장 볼 때 비닐 포장을 사용하지 않는 대용량 식재료만 구입하기로 결심했습니다. B가 A가 1년간 고기를 포기한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약하려면 몇 년이 걸릴까요?


정답은 11년입니다.


"11년간 비닐 포장을 쓰지 않는 것"과 "1년간 채식을 하는 것"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측면에선 같단 거예요. 사실 이건 뉴욕타임스에 등장한 미니 퀴즈인데요, 2013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닐 포장에서 오는 탄소 발자국은 고기 소비가 야기하는 탄소발자국에 비하면 훨씬 적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물론 비닐 포장 때문에 생성되는 엄청난 플라스틱 폐기물은 무진장 심각한 문제지만요.) 저는 (찍어서) 5년이라고 했는데, 저만 그런 게 아니고 평균적으로 엄청나게 낮은 정답률을 기록했다고 해요. 일상적으로 삼시세끼 먹는 식습관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많단 얘기겠죠. (저 포함..)



고기와 유제품 소비가 지구를 더 더워지게 해요

요즘 고기와 유제품 소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립니다. 식량 생산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데요, 특히 FAO 자료에 따르면 고기와 유제품이 14.5%나 차지합니다. 이는 자동차, 기차, 비행기, 선박의 배출량 총합보다도 높은 수치랍니다.


근데, 식량 생산에서 대체 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거죠? 공장이나 발전소, 교통 기관에서는 딱 봐도 뭔가 뭉게뭉게 배출되는 게 보이는데 말이죠. 목가적인 농장 풍경과 온실 가스를 연결시키기란 직관적으로 쉽지는 않은데요, 하나하나 뜯어보면 다음과 같은 요소가 있습니다.

평화로운 목장의 모습. 온실가스 배출은 어디에? (이미지: Nature's Seed)

- 소화와 분뇨(소와 양들이 트림을 하고 방귀를 뀌는;;; 양이 생각보다 상당하다고 합니다. 특히 이때 배출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 가스죠.)

- 가축 수송

- 사료 생산

- 토지사용 전환(가축을 방목하거나 사료 생산을 위해 대규모 벌목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숲이 사라지고 땅을 목축과 농업을 위해 사용하게 되죠.)


소가 트림 좀 하는 게 별 문제냐 싶지만, 그 소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야생동물보다 식용으로 사육되는 동물의 수가 15배나 많다고 해요. 지구 상 인구 1인당 닭이 3마리나 된다고 하니까요. 요즘 북반구에서는 육류 소비가 피크를 찍었다고도 하지만, 저개발국은 경제발전과 맞물려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영양의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사회문화적 요소도 있다고 해요. 우리나라도 예전에 그랬지만, 부의 상징이 고기 소비라고나 할까요. 중국의 경우 1980년만 해도 육류 소비가 미국의 절반밖에 안 됐지만, 2018년에는 무려 4배나 뛰었습니다.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하나?

그럼 우리 모두 채식주의가 되어야 할까요? (고기를 사랑하는 저로서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생각이기는 합니다ㅠㅠ) IPCC 자료에 따르면, 비건(가장 엄격한 형태의 채식주의)으로 전향하면 2050년까지 연간 8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토지사용을 숲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 크지요. 아래 그래프를 보면 감축 가능한 온실가스 양은 덜 엄격한 형태의 채식주의로 갈수록 적어지는 걸 볼 수 있어요.

식습관 형태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량 (그래프: Carbon Brief)


하지만 전 인류가 채식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도 말이 안 될뿐더러, 채식이 모든 걸 해결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우선 식물 기반의 영양 섭취가 '평균적으로' 탄소 발자국이 적은 건 사실이지만,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초콜릿커피는 예외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왜 하필!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ㅠㅠ) 커피의 경우 질소 비료 사용으로, 초콜릿은 토지 사용 전환으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굉장히 높은 작물들이니까요.


음식별 탄소 발자국의 양 (그래프: Carbon Brief)


또, 온실 가스만 줄인다고 만사 오케이는 아니지요. 혹시 "Impossible Burger"라는 걸 들어 보셨나요? 육류를 대체하기 위해 발명된 채식주의 버거인데요, 미국과 홍콩, 마카오 등에서 만나볼 수 있어요. 아마 '이게 고기가 아니라고? 임파서블!'이란 말이 절로 나와서 이런 이름이 붙었겠지요. 채식주의 버거인데 진짜 소고기를 쓴 버거보다도 비싸서 저는 한 번도 안 먹어 봤지만요. 그런데 이 버거의 경우 탄소 발자국은 20배 정도 낮지만 그렇다고 진짜 고기에 비해 건강에 엄청 좋은 건 아니라고 해요. 비슷한 맛을 내려고 포화 지방이나 소금 함량이 높기 때문이죠. 참 아이러니하죠?

임파서블 버거 (이미지: Washington Post)

또, 일반 우유 대신 아몬드 밀크를 사용하면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선택이 되겠지만, 아몬드는 물 소비가 엄청나게 큰 작물이기 때문에 물 부족 측면에서 보면 또 문제가 되는 것이죠. 워낙 서로 연결되어 있는 측면이 많다 보니, 온실가스라는 하나의 기준만으로 선택을 내릴 수는 없는 듯합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사실 저도 육류 소비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줄이기 어렵기는 합니다(줄이고 싶지 않은 것이 문제). 하지만 우리가 삼시 세끼 챙겨 먹는 것이 식사인 만큼, 이에 따른 문제를 알아놓는 것은 필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사실 식량 생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만이 문제는 아니거든요. 최근 스웨덴의 한 대학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식량 생산 말고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도 전체의 8%나 되는데, 코로나 사태로 락다운을 하는 상황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확 늘었다고 해요. 한국이야 그래도 엄격하게 음식물 쓰레기를 규제해서 줄일 유인이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가 태반이니 걱정되는 상황이지요.

코로나 사태로 더 심각해진 음식물 쓰레기 문제 (이미지: AP)

최근 Vox.com 역시 육류 소비와 관련하여 기후 변화와는 무관한 다른 문제점들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1]. 육류 생산이 점점 대규모, 공장화 되면서 산업 재해도 늘고,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가능성도 높아졌으며, 가축에 항생제를 남용하는 등의 문제도 따라오기 때문이지요. 어쨌든 식습관에 대한 고찰을 한 번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까 소개한 IPCC 자료를 보면, 채식주의를 여러 단계로 세부적으로 나누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즉 가장 엄격한 비건부터, 베지테리언, 플렉시테리언 등 여러 형태의 식습관 옵션이 있는데, 이 중 자기에게 맞는 걸 선택해서 실천에 옮겨 보아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구뿐 아니라 우리 몸 건강에도 좋으니까요.


Vegan: 백 프로 식물 기반 영양만 섭취
Vegetarian: 곡물, 채소, 과일, 설탕, 지방, 계란과 유제품으로 식단 구성. 한 달에 한 번 꼴로 육류나 해산물 섭취.
Flexitarian: 육류와 유제품의 75%를 곡류와 콩류로 대체. 붉은 육류는 주 1회 이하 섭취.
Healthy diet: 일반적인 건강한 식습관. 육류를 적게 소비하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
Fair and frugal: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2800 kcal를 섭취한다고 가정하고 동물성 식품을 상대적으로 적게 섭취.
Prescetarian: Vegetarian과 동일하되 해산물을 섭취.
Climate carnivore: 붉은 육류 소비의 75%를 기타 육류로 대체.
Mediterranean: 채소, 과일, 곡류, 설탕, 지방, 계란, 유제품, 해산물, 그리고 적은 양의 육류로 구성.



* 표지 이미지 출처: Taste of Home

[1]https://www.vox.com/future-perfect/2020/4/22/21228158/coronavirus-pandemic-risk-factory-farming-m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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