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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Mar 15. 2021

비트코인, 그냥 코인인 줄 알았지

비트코인에도 탄소 발자국이?

무식해서 죄송합니다만(?), 저는 비트코인이라고 하면 아직도 이런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코인이라며.. (이미지: Unsplash.com)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런 게 아니라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가상화폐이자, 암호화폐라고 하죠. 뭔가 컴퓨터에서 뚝딱뚝딱한다는 소립니다. 비트코인 얘기할 때마다 꼭 따라 나오는 게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인데, 분산화된 데이터를 연결하는 기술을 이용해서 암호화된 화폐를 만드는 거죠. (네, 읽어도 읽어도 와 닿지 않습니다.)


처음에 비트코인 얘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기존에 은행에서 발권되는 화폐처럼 사람들이 신뢰하고 유통될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최근 비트코인 시장은 무려 1조 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덩치를 갖게 되었거든요. 판이 커져도 엄청 커진 거죠.


그런데 인기쟁이 비트코인에도 탄소 발자국이 따라온다는 사실, 아시나요? 


아니, 사실 어마어마하다고 합니다. 최근 빌 게이츠도 언급하기도 했고, 뉴욕 타임스에도 실린 내용인데요 [1],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거래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연간 전력량이 너무나도 큰 나머지, 뉴질랜드나 아르헨티나의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또, 탄소 발자국으로 따지자면 신용카드를 735,121번 긁는 것이나 유튜브를 55,280 시간 보는 것(아이고 눈 아파)과 동일하다고 해요. 


왜 이렇게 엄청난 전력이 들까요? 왜냐하면 비트코인과 관련된 활동에는 엄청난 수학적인 계산이 들어가게 마련인데요, 이건 모두 컴퓨터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비트코인 시장 자체가 굉장히 경쟁적으로 변해서 개인이 집에서 컴퓨터로 채굴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는데요, 그럴수록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수식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그만큼 많은 작업을 필요로 하게 된 것이죠.

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서 진행 중인 비트코인 마이닝 오퍼레이션 (이미지: Alessandro Bianchi/Reuters)


하지만 전력이고 뭐고, 비트코인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릅니다. 인터넷에서 벼락부자 된 이야기도 떠돌고, 한편으로는 초기에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해서 버렸다가 다시 찾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지요. 다음 이야기는 제가 다 속상해지더군요. 

지난 2009년 비트코인 7,500개를 구입한 영국 웨일스 출신의 제임스 하웰스는 몇 년 동안 비트코인을 저장한 하드디스크를 서랍에 처박아뒀다. 이는 당시 비트코인 가치가 0원에 가까웠기 때문. 이후 2013년 집안을 정리하면서 하드디스크를 휴지통에 버렸는데, 하웰스는 자신이 구입한 비트코인이 450만 파운드(당시 72억 원)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쓰레기 매립지로 가서 1.5m가 넘는 쓰레기 더미를 뒤져야 했다. 하지만 쓰레기 매립지는 축구장만큼 넓었으며 비트코인이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찾는데 끝내 실패하면서 땅을 쳤다. 하웰스가 만약 하드디스크를 찾았고, 아직 비트코인을 갖고 있었다면 그는 1,000억 원대의 자산가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 서울경제 2018. 1. 18. 

이에 따라 비트코인의 가격은 고공행진 중입니다. 최근 토큰당 5만 달러나 한다고 하는데, 이는 1년 전에 비해 8천 달러나 오른 가격이지요. 



비트코인과 기후변화 

하지만 '전력을 많이 소모한다'는 말은 '기후변화에 해롭다'는 말과 같습니다. 빌 게이츠도 암호화폐 자체를 그다지 신봉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무엇보다 기업들이 친환경이다, 기후변화 대응이다 말은 하면서도 뒤로는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는 행태가 일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지요. 


특히 전기차를 생산하는 회사 테슬라(Tesla)만 해도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는 "전기차! 우와, 청정해 :)" 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동시에 테슬라는 비트코인에 최근 15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해요. 종합적으로 이 회사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물론 사용되는 컴퓨터를 신재생 에너지 전력망에 많이 연결할수록 탄소 발자국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사용하는 전력이 화석연료 대신 태양이나 바람의 에너지를 사용해서 만들어진다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현주소를 보면 그게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전체 비트코인 마이닝의 3분의 2는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중국에서는 아직도 석탄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요. 이 순간에도 비트코인에 관련된 활동이 모두 탄소 발자국으로 남고 있다는 얘깁니다. 


앞으로의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에 있어 다음과 같은 주요 과제가 있다고 볼 수 있죠. 


-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거래 방식을 찾기 
- 신재생 에너지 전력망에 최대한 연결하기 


탈탄소 경제에서 블록체인 기술

그렇다고 새로 나온 기술 때문에 쓸데없는 짓을 해서 기후변화에 해롭다고 생각할 것은 아닙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비트코인에 이용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탈탄소 경제에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특히 사물인터넷(IoT)이나 스마트 그리드 같은 말은 많이 들어 보셨죠? 미래의 전력망에서 아주 중요한 것은 깨끗한 신재생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것도 있지만, 그 전력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발전을 한 양을 전력망에 되돌려주고, 남는 곳에서 부족한 곳으로 전기를 자유롭게 주고받아야 한단 거죠. 


현 인프라에서 신재생 에너지 발전만 주구장창 한다고 만사 오케이가 아닌 이유는 다음 글을 참조하세요. 

https://brunch.co.kr/@yjeonghun/54


미래의 인프라는 본질적으로 유연하고 개방적이어야 합니다. 한전에서 일괄적으로 전력을 생산해서 가정과 산업체에 보내는 수직적인 방식이 아니라, 우리 집 지붕부터 자동차까지 수많은 작은 발전소들이 굴러가고 있는 분산화되고 수평적인 모습이어야 하거든요. 이때 블록체인 기술이 들어옵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레고 블록과 비슷해요. 자신이 소유한 인프라의 구성 요소를 조합하고, 재조합하고, 해체하고, 결합할 수 있는 기술인 거죠. [2] 


결국 비트코인이 전력 사용과 기후변화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건 수많은 예상치 못한 미래의 문제들 중 하나일지 모릅니다. 같은 기술을 가지고도 어떤 방식으로 쓰느냐는 우리가 지금 얼마나 열심히 현재를 읽고 미래를 준비하냐에 달려 있겠지요.  

 

[1] https://www.nytimes.com/2021/03/09/business/dealbook/bitcoin-climate-change.html?campaign_id=54&emc=edit_clim_20210310&instance_id=27919&nl=climate-fwd%3A&regi_id=82735091&segment_id=53154&te=1&user_id=b4113b6dafb0a172598be6dad851c6ba

[2] 참고문헌: 제레미 리프킨, <글로벌 그린 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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