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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머리 Jul 27. 2021

발코니에서 바라본 주차장

카테고리 - 우리가 사는 세상



하얗게 색칠해 놓은 직 사각형 속.

 한 대 두 대 자동차가 들어온다.

이른 아침 조반이라도 먹고 나갔을까.

하루 종일 온갖 먼지를 뒤집어쓰고 들어오는 자동차들의 문 닫는 소리가 경쾌하다.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아이들에게 가는 발걸음이라 바삐 가는 사람도 있고 차속에서 한숨 쉬고 있는

중년 부부도 보인다.

자식 때문일까 혹은 삶의 세파에 지친 고단함 일까?

정면 주차가 상식 이겠지만  후진 주차하는 얄궂은 30대 여인에게 굳이 발코니 창문을 열고 나무라고 싶지

않다.

한 손에 핸드백을 들고  다른 한 손에 어디서 장을 보았는지 비닐 백이 푸짐하다.

어서 빨리 집으로 가서 귀여운 아이들에게 지글지글 고기를 구워 먹이고 싶겠지.

어떤 이는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쓸쓸히 출구까지 걸어 나와 뜨거운 담배에 불을 붙인다.

밤이라 연기는 안 보여도 그의 얼굴에서 모든 이의 얼굴을 본다.

집에 들어가기 전 온갖 복잡한 일들을 연기와 함께 날려 버리고 집으로 들어가려는 듯하다.

집 안에선 아내와 아이들에게 웃어야 한다 웃어야 한다.

발코니 창문 앞에서 아무 생각 없이 밖을 바라보면 우리 이웃에게서 나를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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