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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May 05. 2024

긴긴밤의 끝

< 라라크루 금요문장 공부 >

⭕라라크루 [금요문장: 금요일의 문장 공부] 2024.05.03.

[오늘의 문장]  - � 루리,《긴긴밤》

훌륭한 코끼리는 후회를 많이 하지. 덕분에 다음 날은 전날보다 더 나은 코끼리가 될 수 있는 거야. 나도 예전 일들을 수없이 돌이켜 보고는 해. 그러면 후회스러운 일들이 떠오르지. 하지만 말이야, 내가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것들도 있어. 그때 바깥세상으로 나온 것도 후회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일들 중 하나야.


[나의 문장]

사춘기 이후 내내 다이어트를 달고 살았다. 그랬다고 하기에는 통통과 뚱뚱 사이 어디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몸이지만, 덕분에 그 정도라도 유지할 수 있었다. 나를 거쳐 간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을 세어본다. 간헐적 단식, 한약 다이어트, 원푸드, PT, 요가... 하지만 절대 다이어트를 떠올리지조차 않았던, 양질의 음식을 마음껏 먹으며 찌는 살에 대해 걱정조차 하지 않았던 시기가 있다. 너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내 안에 품고 있었던 두 번의 열 달이 그때다.



'내 살은 딴딴해서 잘 안 빠진다, 많이 안 먹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살이 잘 안 빠진다.' 같은 변명을 늘어놓다가 막판에 드는 생각은 '죄책감 없이 먹고 싶은 걸 실컷 먹을 수 있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뱃속에 귀한 새 생명을 잉태했던 때, 내가 먹는 것이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강력한 이유가 있었던 때.


딴딴한 살은 운동으로 더 쫀쫀하게 만들어서 잡아두면 된다. 많이 안 먹는 것 같지만 쉴 새 없이 먹기 때문에 살이 안 빠진다는 것도 안다. 그러니 이제는 임신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뺄 때다. 길고 길었던 밤에도 끝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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