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이후 평생 다이어트를 해왔습니다.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지요. 결혼, 출산 이후 불어난 몸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 번의 본격 다이어트로 세 번의 10kg 감량에 성공한 적도 있습니다. '나도 한다면 하는 사람'임을 스스로에게 증명했고, 살 빠진 모습이 살쪘을 때보다는 낫다는 것을 남들에게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증명했으니 다시 돌아가도 상관없다고 안일하게 생각한 것일 테죠.
어김없이 다시 살이 쪘고 감량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잘 붓는 몸이란 걸 알면서도 자극적인 음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붓기는 살이 되었습니다. 일찍 잠들고 충분히 자는 것이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지만 새벽녘에 잠들어 다섯 시간여를 자는 습관을 고치지는 못했습니다. 빵과 군것질을 좋아하는 식습관으로 돌아갔고 운동에서도 멀어졌습니다. '살면 얼마나 산다고 먹고 싶은 것까지 참으며...'라고 변명을 했고 '운동할 시간이 영 안 나서...'라는 핑계를 늘어놓았습니다.
감량에 대한 간절함이 사라지면서 자존감도 사라졌습니다. 붓고 푸석해진 얼굴을 볼 때마다 씁쓸했고 사진에 찍힌 부한 몸을 볼 때는 끔찍했습니다. 몸집이 크다는 놀림을 받을 때 욱했고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저 자신에 실망스러웠습니다.
다이어트를 왜 하고 싶냐는 남편의 물음에 "놀림 안 받으려고!!!"라며 속상한 맘을 내비쳤습니다.
"당신 건강만 생각하며 운동해! 살 빼려고 운동하지 말고 건강해지기 위해서."
뻔히 아는 정답이지만 다시 한번 곱씹어봅니다.
입증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운동, 식습관을 포함한 다이어트 그 자체가 목적이 되려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하는 'Body Positive'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건강한 나, 괜찮은 나를 오래오래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져야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가 될 테니까요.
근육이 많은 몸을 타고나 늘 탱탱한 제 엉덩이를 사랑합니다.
화장을 하지 않아도 매끈한 제 피부를 사랑합니다.
몇 시간 행군을 해도 끄떡없을 것 같은 제 허벅지, 종아리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또... 또...
매일 제 몸 구석구석을 살피며 긍정하는 것. 제 다이어트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