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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Nov 29. 2019

D-100 프로젝트 < D-30 >

< GGGG >


날이 추워지니... 두렵다...


지난 2월, 추위도 곧 끝나겠거니 하던 즈음...

독서실에서 밤늦게 귀가하던 아들이 말하길...

"엄마, 나 쥐 봤다?"

"어디서?"

"우리 집 앞에서."

"엥?"

"엘리베이터 문이 싹 열리는데, 방화문 앞에 쥐가 앉아있다가 뒤돌아서 문 밑으로 사라졌어."

"무슨 소리야? 여기 20층인데? 문 열리면서 불빛 때문에 잘못본거 아니야?"

"아니야... 따라 들어가는 쥐꼬리도 봤는데?"

"그래? 내일 관리사무소에 말해야겠네..."

이때까지만 해도 새벽 1시에 귀가한 아이가 피곤해서 잘못 보았다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파트 20층에 쥐라니...

다음날 아침 방화문을 열고 확인하니 쥐똥이 있었다. 아이의 말이 사실이었다. 앞집에서 내놓은 쓰레기봉투에 사골뼈가 있었는데 그걸 먹어보려고 했던 건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그렇지 그거 하나 먹겠다고 20층을?

때마침 나오시던 앞집 아저씨께 상황을 말씀드렸다. 전날 밤의 나처럼 전혀 못 믿겠다는 눈치였다. 껄껄껄 웃으시며 "쥐가 있다고요?" 또다시 웃으시며, "일단 쓰레기는 다 치울게요~"

관리사무소에도 얘기했으나 그곳 반응도 마찬가지로 신통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또 다른 목격자가 등장했다.

퇴근하며 들어서던 남편이 "고 녀석 엉덩이가 토실토실한데?"라며 목격담을 얘기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느꼈던 난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느 집이든 잠깐이라도 현관문을 열어두었다가 쥐가 집으로 잠입? 침입? 할 수 있는 일이었다.

A4용지를 꺼내 들고는 매직으로 쥐 출몰에 대한 글을 썼다. 밖으로 나가기가 끔찍해 남편을 시켜 엘리베이터 안에 종이를 붙이도록 했다.

겨우 하룻밤 게시되었던 안내문...

마치 내 몸에 쥐가 달라붙기라도 한 것처럼 소름이 계속 끼쳤고 잠도 오지 않았던 그날 밤...

검색창에 '아파트 쥐'를 쳐보았었다. 생각보다 많은 도심지의 아파트에서 쥐의 출몰 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특히 한강변의 아파트들은 베란다 하수구 구멍이나 욕실 변기 안에서도 쥐가 나온다고 했다. 분당의 어느 아파트에서는 화장실 천장에서 쥐 소리가 들린다고도 했다.

사람 사는 곳에 쥐가 없을 리 만무한데 그때까지 어떻게 그들의 공존에 대해 생각조차 못했던가 싶었다.


안내문을 붙인 다음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쥐의 존재를 인정했다. 옥상 입구에서도 쥐똥이 발견되었단다. 옥상문은 항시 잠겨있으니 그리로 들어왔을 리는 없고 언제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20층과 옥상층에 끈끈이 쥐덫을 설치했으며 청소하시는 분께서 꼭대기부터 내려오며 몇 번을 확인하셨지만 직접 목격하지는 못하셨단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앞집 아저씨도 쥐를 목격하셔서 관리사무소에 여러 차례 민원을 넣으셨단다. 방화문을 여는 순간 당황한 쥐가 계단을 빠르게 올라가 옥상층으로 숨었단다. 그러고는 궁금했는지 계단으로 살짝 내려와 목을 빼고 아저씨의 존재를 확인하더라며...

하지만 내가 붙여놓았던 안내문은 순식간에 떼어졌다. 밤에 붙인 후 다음날 이른 아침에 제거되었으니 본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며 그 소동을 아는 세대도 일부였을 것이다. 누군가의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해도 모를 일이었다. 씁쓸했다. 문제가 생겼다면 적극 알려 피해를 최소화하고 적극 방제에 나서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왜 쉬쉬하는지...


초등학교에서 학기초만 되면 벌어지는 현상과 똑같다. 시대가 어느 땐데... 라며 의아해할지 모르겠지만 요즘에도 '머릿니'가 유행한다. 특히 강남의 감염률이 평균의 3배라고 하는데, 그 이유가 학원이 밀집되어 있어 아이들 간에 감염이 쉬워서라는 분석이 흥미로웠다.

머릿니가 생기면 담임선생님께 빨리 알리고 다른 아이들의 감염 여부도 파악해야 하는데, 많은 엄마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자기 아이가 더러운 아이로 인식될까 봐 그러거나 요즘 세상에 머릿니가 생겼다는 것이 창피해서일테다. 잘 씻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람 사는 세상이라 그런 것일 텐데...


날이 추워진다.

작년에는 목격하지 못했던 G가 올해는 내 앞에도 나타날까 싶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두렵다.

올해도 난 G의 등장을 적극 홍보할 것이다.

G의 등장을 Sh Sh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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