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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Jul 21. 2024

매일 안부를 묻는 사이

< 라라크루 금요문장 공부 > 

⭕ 라라 크루  < 금요일의 문장 공부 >  2024.7.19

[오늘의 문장] - [ 무서록 ] (이태준)

지금 내 옆에는 세 사람이 잔다. 안해와 두 아기다. 그들이 있거니 하고 돌아보니 그들의 숨소리가 인다. 안해의 숨소리, 제일 크다. 아기들의 숨소리, 하나는 들리지도 않는다. 이들의 숨소리는 모두 다르다. 지금 섬돌 위에 놓여 있을 이들의 세 신발이 모두 다른 것과 같이 이들의 숨소리는 모두 한 가지가 아니다. 

모두 다른 이 숨소리들을 모두 다를 이들의 발소리들과 같이 지금 모두 저대로 다른 세계를 걸음 걷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꿈도 모두 그럴 것이다. 나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앉았는가? 자는 안해를 깨워볼까 자는 아기들을 깨워볼까 이들을 깨우기만 하면 이 외로움은 물러갈 것인가? 인생의 외로움은 안해가 없는 데, 아기가 없는 데 그치는 것일까. 안해와 아기가 옆에 있되 멀리 친구를 생각하는 것도 인생의 외로움이요. 오래 그리던 친구를 만났으되 그 친구가 도리어 귀찮음도 인생의 외로움일 것이다. 



[나의 문장]

매일 안부를 묻는 세 남자가 있다. 남편과 두 아들이다. 작은 아들은 군복무 중이라 잠시 떨어져 지내지만, 별일 없으면 매일 통화하고 있다. '잘 잤는지, 내일 스케줄은 어떻게 되는지, 언제 오는지, 오늘 하루 별일 없었는지'등의 내 질문에 반응하는 방식은 미세하게 다르다. 내가 하기 전에 더 많은 질문을 내게 하는 이, 성실히 답하는 이, 한 글자로 답하는 이.

한 집에 모여 같은 밥을 먹고 같은 공기를 나눠 마시며 사는 사이지만 나는 이들을 '식구', '가족'이라는 이름 대신 '동지'라는 이름으로 마음에 새겼다. 군중 속에 있거나 친한 이들과 있어도 인생은 문득 외롭기 마련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어도 때로는 그 이름이 차가운 족쇄처럼 느껴지거나 압박으로 느껴져 숨이 안 쉬어질지도 모른다. 더 가까이 다가가려 애쓰지 말고, 더 가까이 오라고 강요하지 않으려 한다. 기쁨, 즐거움뿐 아니라 괴로움, 외로움까지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곁에서 조용히 안부를 나누는 동지, 동무가 되어주고 싶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금요문장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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