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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Aug 13. 2024

제 사랑은, 거리두기입니다

< 라라크루 금요문장 공부 > 

⭕ 라라 크루  < 금요일의 문장 공부 >  2024.08.09

[오늘의 문장] -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 , 알랭 드 보통


� 이 세상에 항상 나쁘기만 한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 스스로도 고통스럽다. 그러므로 적절한 대응은 냉소와 공격이 아니라, 드문 순간이나마 우리가 할 수 있다면, 사랑해 주는 것뿐이다.  


[나의 문장]

이 세상에 평생 내 품에 있는 사람은 전혀 없다. 한없이 살갑고 다정한 사람 스스로도 정서적 독립을 지향한다. 그러므로 적절한 태도는 섭섭함과 슬픔이 아니라, 할 수 있는 한 매 순간, 끊임없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뿐이다.


[나의 이야기]

큰아들이 어깨 관절 수술을 받고 입원했습니다. 간호 병동을 활용할까 하다가, 방학이라 바쁘지도 않고 직접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간병을 자처했습니다.

큰 수술은 아니라지만 전신 마취를 하고 초췌한 모습으로 병실에 도착한 아들을 본 어미의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덜 풀린 마취, 수시로 몰려오는 진통, 보호대로 묶어 놓아 불편한 몸. 환자가 된 아들이 엄마 눈에는 마냥 아기로 보였습니다.


활동성이 강한 아들은 하루 종일 먹고 잠만 자는 병원 생활에 질려버렸습니다. 당장이라도 나가 축구를 하고 싶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합니다.

독립심이 큰아들은, 자신은 스물네 살의 청년이라며 뭐든 혼자 해 버릇해야 한다고 매정하게 말합니다. 부모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은 마음과는 달리 한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현실에 답답해합니다. 그러니 다정하고 살가운 말이 나올 없습니다.


자신을 과잉보호하려 한다는 아들의 퉁박을 듣고 나니 섭섭함이 밀려왔습니다.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환자라서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가슴 한편은 울적해집니다.


내 배로 낳고 품에 안아 키웠다지만, 자식은 세상에 나온 순간 독립된 인간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해야 합니다. 마음은 늘 자식을 향해 있고 눈은 한없이 자식을 보고 있지만, 뻗어 가려는 손길은 거두고 자꾸 열게 되는 입은 닫아야 합니다. 그게 힘들다면 들리지 않고 닿지 않는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야겠습니다. 그게 사랑입니다.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도움을 청할 때만 응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조용한 간병인이 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이 한없이 고마워지는 날입니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금요문장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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