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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Sep 06. 2024

작가님께

⭕ 라라 크루 <금요 문장 : 금요일의 문장 공부 > 2024.09.06.

[오늘의 문장] - 듄 1권,  베네 게세리트의 의식에 나오는 ‘공포에 대항하는 기도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두려움은 정신을 죽인다. 두려움은 완전한 소멸을 초래하는 작은 죽음이다. 나는 두려움에 맞설 것이며 두려움이 나를 통과해서 지나가도록 허락할 것이다. 두려움이 지나가면 나는 마음의 눈으로 그것이 지나간 길을 살펴보리라. 두려움이 사라진 곳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오직 나만이 남아 있으리라.”  


[나의 문장]

의심해서는 안 된다. 내가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 자격이 있는지, 글을 쓰는 게 내게 의미 있는 행위인지 아닌지 말이다. 의심은 한 글자도 쓰지 못하게 하고 서서히 글에서 멀어지게 할 뿐이다. 나는 쓰는 행위 자체에 대한 의심은 거두려 한다. 대신 내가 쓴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옳음에 가까운지 아닌지, 친절한 글인지 아닌지만 고민하려 한다. 의심이 사라진 곳에는 글의 재미를 알고 글로 인해 행복하며 글을 위해 잘살아 보고자 하는 나만이 남아 있을 것이다.


[작가님께 보내는 편지] 

작가님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작가님께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섯 시간을 떠들고도 못다 한 말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섯 시간 동안 나누었던 이야기를 정리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글 쓰는 이들과의 대화는 단조롭습니다. 온통 글 이야기뿐이니까요. 자식 이야기, 남편 이야기, 직장 이야기 등이 곁들여지지만 끝은 글로 귀결됩니다. 누굴 욕할 시간도 없고 신세를 한탄할 시간도 없습니다. 누굴 미워하거나 사랑하는 것, 삶이 힘들고 슬픈 것 등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기본값으로 놓고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서만 고민하는 우리니까요.


글을 계속 써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보면 위축된다고 하셨지요. 글이 뭔지도 모르고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는데, 아무 준비도 대책도 없이 무턱대고 들이댄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이렇게 글 쓰는 게 힘든 걸까 생각하신다고요.


주위를 보세요. 모두 어쩌다가 문득 글이 쓰고 싶어져서 시작한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작정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 후에 등단이라는 절차를 밟아 작가 타이틀을 단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오탈자, 비문 없이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요. 그저 마음에 해소하고 싶은 무엇이 있어서, 잘 쓰건 못 쓰건 그저 내 마음이 편안해져서, 쓰다 보니 쓰고 싶은 것이 또 생겨서, 함께 쓰는 일이 즐거워서, 쓰고 나면 혼자 뿌듯해서, 가끔은 공감해 주는 이들이 있어서... 그래서 쓰고 있지요.


간혹 쓰던 길에서 사라지는 이들이 있을 때면 궁금합니다. 처음 쓰고 싶던 마음에서 무엇을 잃어버렸을까. 나는 무엇을 지켜내야 계속 쓰고 싶은 마음을 가져갈 수 있을까. 그런 궁금증이 올라올 때면 이 말을 떠올립니다.

"부먹인지 찍먹인지 고민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먹어라."

우리는, 쓸까 말까 왜 쓸까를 고민할 시간에 한 글자라도 써야겠습니다.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가 공감을 자아낼 수 있을지 염려된다고 하셨습니다.

일기 같은 글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기나 하겠느냐면서요.

작가님과 얘기하다 보니 우리가 하는 작업이 바로 그것이더군요. 가장 개인적인 경험에서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찾아내는 작업.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공통 분모를 찾아내는 일. 그런데 그건 써야 알 수 있는 일 아닐까요.

나의 경험과 감정이 누군가에게 닿아 공명을 일으키는 순간을 찾아내려면 써야지요. 로또에 당첨되고 싶다면 로또복권을 매주 사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처럼요.


아팠던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과거보다 더 아파하는 지금의 나를 감당할 수 없어서 쓰기를 포기한다고 하셨지요. 

과거의 외로웠던 나를 감싸주고 싶었는데 과거의 어린 나에게는 보이지 않던 것이 어른이 된 지금의 시점에서 보인다고요. 어떤 이는 힘들었던 과거 이야기를 쓰며 치유를 받는다고 하는데 작가님은 더 쓰리고 아프다고 하셨습니다. 글을 쓰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부작용 중 하나일지 모르겠습니다. 파편으로 존재하던 기억을 이어 붙이고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되면 명암, 색채, 온도, 부피, 질량 모두가 달라져 있겠지요.


달라진 시야와 관점을 발견하는 것도 글쓰기의 재미가 아닐까요. 과거에 경험한 것과 똑같은 슬픔, 분노, 기쁨, 환희를 그대로 옮겨 쓰면 역사서지만, 그걸 바라보는 달라진 관점과 의미 해석을 곁들이면 역사철학서가 되듯이 말입니다.

글은 기록의 역할도 하지만 기록에 더해 성장, 성숙의 경험을 주는 역할도 한다고 생각해요. '그 시절 나는, 우리는 왜 외롭고 힘들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글은 내일의 나와 우리가 조금 덜 외롭고 덜 힘들기 원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니까요.


작가님.

우리...

의심하지 말아요.

글 쓸 자격이 우리에게 있는지, 글을 쓰는 게 의미 있는 행위인지 말이에요.

글에서 멀어지지 말아요.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금요문장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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