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라크루 바스락의 금요 문장 ( 2025.10.03 )
[오늘의 문장] ☞ <이어령의 말> 이어령, 틈 P212
우리는 일평생 살면서 아주 가까운 사람이 죽거나, 아주 슬픈 영화를 보거나, 정말 좋은 문학작품을 볼 때, 가슴이 찡해오는 얼마 안 되는 시간을 경험합니다. 저는 이것을 얼음이 쪼개진 틈으로 비유합니다. (...)
강물이 꽝꽝 얼어붙었는데 거기에 금이 가서 만들어진 틈, 살다 보면 그런 틈에 빠집니다. 그게 생명이에요.
[나의 문장]
살다 보면 로또에 당첨되거나, 자녀가 원하는 바를 이루거나, 글 조회수가 폭발했거나, 투고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을 때, 짜릿함이 한도 초과해 구름 위에 붕 떠 있는 것 같은 사건을 만납니다. 저는 이것을 사막 한가운데서 만난 샘으로 비유하고 싶습니다. 바닥이 바짝 마르다 못해 쩍쩍 갈라지는 사막 위를 터덜터덜 걷다가, 신기루인지도 모를 오아시스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게 삶이 아닐까요.
[나의 이야기]
오마이뉴스에서 발행하고 브런치에서도 공개한 글의 조회수가 폭발했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 옛적, 브런치 초창기 시절 경험했던 일이었는데, 실로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짜릿함이었습니다. 조회수가 금전적 이익이나 출판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 글이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공감받았다는 것은 글 쓰는 삶에 동력을 제공합니다.
로또에 당첨되어 5만 원을 받았을 때, 남편이 로또 3등에 당첨되어 100만 원이 넘는 돈을 받았을 때, 뜻하지 않던 곳에서 수익이 났을 때, 큰 빚은 못 갚지만 당장의 소소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숨통이 트이곤 합니다.
고군분투하며 혼자서 끙끙 앓던 자식들이 끝내 뜻한 바를 이루었을 때, 전화기 너머 들려오던 환호성과 복받친 흐느낌은 부모의 체증을 내려가게 합니다. '이제 살았다, 이제 됐다'라는 안도는 '기쁘다, 행복하다, 살맛 난다'라는 환희로 이어져 힘들었던 모든 순간을 치환합니다.
무슨 일을 하건, 누구를 만나건, 어떤 시간과 공간에 있건, 삶은 대체로 우리를 지치게 합니다. 원하는 대로 굴러가지 않고 뜻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삶 때문에 지치고 처지는 게 기본값입니다. 그러다 어느 날, 뜻밖의 곳에서 샘을 만납니다. 벌컥벌컥 물을 들이켜고 나면 세상은 이내 살맛 나는 곳으로 바뀝니다. 그래, 이게 행복이지, 행복이 별 건가 하는 갖가지 순간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고단한 삶에 숨을 불어넣는 생명유지장치.
아직 미처 발견하지 못한 행운이 많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각성제.
샘은 그렇게 문득 나타납니다.
살아가는 한, 또 나타납니다.
오늘도 살아내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