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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Oct 08. 2019

D-100 프로젝트
< D-82 >

사람은 '언젠가' 죽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죽을 수 있다.( 키키 키린 )

100일 후에 죽는다고 생각하고 살면 하루가, 세상이 달라 보일 것이다. 


# 어제저녁 설거지가 끝날 무렵

식사 후 부엌을 어슬렁 거리던 남편이 큰아이 지갑을 열어보았다. 텅 빈 지갑을 들여다보더니, "아이고~ 우리 아들 돈도 한 푼 없이 다니네~"하는 소리가 들렸다. 흔히 있는 풍경이었다. 자신의 가방에서 지갑을 주섬주섬 꺼내는 것까지 보았다. 또 1,2 만원 정도 넣어주려는 거였다. 고3이라 집, 학원, 집, 학원 오고 가는 생활을 하지만 틈틈이 PC방도 가야 하고 코노도 가야 하고, 가끔 아메리카노도 사 먹으려면 돈이 제법 든다. 보름에 한 번씩 주는 용돈으로는 택도 없을 것이다.


# 오늘 아침 등교 준비를 거들던 무렵

학원비 결제를 위해 카드를 지갑에 넣어주려고 큰아이의 지갑을 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돈이 한 푼도 없다.텅 비어있다. 어젯밤에 아이들 아빠가 돈을 넣어주지 않았었나? 그 이후로 얘가 밖에 나갔던 적이 있었던가?

없는데? 그렇다면???

얼른 남편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보았다. 그 역시 텅 비어있다. 


마음이 텅 비어버렸다. 아들의 빈 지갑을 채워주고 싶었지만 자신의 빈 지갑을 확인하고 느꼈을 남편의 황망함, 서글픔, 덧없음. 밤새 또 얼마나 뒤척거렸으려나... 괜한 모기 탓을 하며 몇 번을 일어나 앉던데, 모기 때문이 아니었구나...

자신을 위해서는 십원 한 푼 쓰는 것도 벌벌 떠는 사람. 재발한 목디스크 치료비도 아까워하는 이.


그 이의 지갑에 5만 원짜리 한 장을 넣어주고, 큰 아이의 지갑에는 2만 원을 넣어주었다. 나라고 풍족한 살림이겠냐마는 남편이 아이의 지갑을 채워주던 그 마음으로 오늘은 내가 그들의 지갑을 채워주었다.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생각난다.

형은 동생 살림을 걱정해주고 동생은 형의 살림을 걱정하며 서로서로 추수한 볏가리를 쌓아 놓았다는 이야기.

다만 다른 것은, 우리에겐 추수한 볏가리가 없었다는 점.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은 있으나 채워줄 무엇이 없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서글퍼하지 말자. 

돈으로는 못 채웠어도 훈훈한 마음으로는 가득 채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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