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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Aug 23. 2020

일흔일곱 번째 시시콜콜

동상이몽? 동금공침?

아침저녁 바람이 서늘해졌다. 

안방 침대에서 제대로 자야 할 시기라는 뜻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안방 침대에서 제시간에 잠을 자야 한다는 남편과 달리, 나에게는 유랑민처럼 이곳저곳에서 잠을 청하다 새벽녘에야 침대로 기어들어가는 요상한 습관이 있다. 

여름이면 안방의 답답한 공기 대신 베란다로 난 마루 창문 앞에서 선들선들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누워야 겨우 잠이 든다. 새벽 서너 시쯤 몸이 싸늘해지면 그제야 침대로 홀린 듯 걸어가 얇은 이불 하나 덮으며 더 깊은 잠 속으로 들어간다.

겨울이면 차가운 침대 대신 뜨뜻한 아랫목을 찾아 요를 깐다. 온몸의 냉기가 사라지고 손끝 발끝까지 따뜻해지면 그제야 허리가 아파온다. 주섬주섬 이불을 챙겨 침대로 올라가면 차가웠던 그곳이 기분 좋은 상쾌함으로 탈바꿈해 쾌적한 잠자리를 선사한다. 


그러다 보면 봄가을이 남는데, 이때도 온전히 잠자리에 드는 날은 드물다. 아침형 인간인 남편은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들고 새벽 일찍 잠에서 깬다. 반면, 올빼미형인 나는 식구들이 모두 잠든 후에야 책도 읽고 드라마도 보며 새벽 2시까지 고즈넉한 내 시간을 즐긴다. 자연히, 팔베개를 하며 잠자리에 들고 눈부신 햇살을 함께 나누며 아침을 맞이하는 부부에서 멀어졌다. 남편은 그게 늘 불만이다.


자고로 부부란 한 이불을 덮고 살을 부비며 자야 정도 쌓이고 불화도 줄어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남편이다. 몸이 멀어지면 맘도 멀어지는 것은 장기출장을 갔거나 주말부부인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한 지붕 밑에서 각방을 쓰고 잠자리를 따로 하는 부부에게도 해당된다는 것이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서먹했던 관계도 눈 맞춤 한 번에 부드러워지기 마련이고 죽일 듯이 싸웠어도 한 이불에서 하룻밤만 지내고 나면 마음의 거리도 좁혀진다. 게다가 지척에 있어야 배우자 건강의 이상신호나 생사를 민감하게 감지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수면의 질을 생각해보면 각방 혹은 각자의 잠자리를 갖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각자 침대를 이용한 부부일수록 관계 만족도가 더 높다는 조사도 있다. 코골이나 잠버릇이 심한 배우자로 인해 숙면이 방해받고 컨디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남편이 거나하게 취해 들어온 날이면  진하고 뜨거운 술냄새가 남편의 날숨을 타고 내 얼굴을 강타한다. 남편 쪽으로는 얼굴을 돌릴 수 없을 정도여서 한쪽으로 새우등을 하고 눕는데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런 날은 허리 통증을 감수하고 소파에서 잠을 청할 수밖에 없다. 간혹 꿈을 꾸는지 잠자다 무릎으로 가격이라도 하는 날엔 '우리 역시 싱글 침대 두 개로 바꿔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되기도 한다.  


싱글 침대 두 개 놓을 때 이왕이면 가운데 높은 협탁도 놓아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얼굴도 안보였으면 한다는 우스갯소리다. 같은 방은 쓰지만 얼굴은 안 보겠다는 것..

부부관계의 문제는 물리적인 거리가 근본적인 원인이 아님을 시사하는 말 아닐까?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부부는 반드시 한침대에서 자야 한다. >


* 내가 찾은 합일점은, 한침대 두 이불이다. 덮는 것만 달리해도 수면의 질이 확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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