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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Oct 08. 2020

여든여섯 번째 시시콜콜

<코로나 편>

지난 일주일간 우리 동네를 떠들썩하게 했던, 코로나 재확산 주인공들의 동선이 공개됐다.

추석 연휴 전 주말 동안 동네 공원에 십여 명이 모여 음식을 같이 먹었고 그들 중 일부는 당구장, 커피숍, 패스트푸드점을 돌아다녔으며 밤새 찜질방에도 있었다. 여론은 들끓었다. 집에 박혀 사는 사람만 바보 되는 세상인 거냐며 허탈, 허무를 넘어서 분노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동선 공개 전 이미 각종 카더라를 통해 '지난번 확진자들 무리다', '반성의 기미도 안 보인다', '죄질이 나쁘다'등의 이야기들이 떠돌았다. 심지어 이번에는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다. 아무리 그들이 학생이라도 말이다.


그들은 고1이었다.

어느 동네에나 있을법한, 무리 지어 노래방, 피시방, 공원을 전전하고 다니는 10대. 그들 중 일부는 담배를 피울 테고 여자아이들은 진하게 화장을 했다. 늦은 밤 공원에 모여 술도 먹고 왁자지껄 떠들기도 하며 침도 많이 뱉어대는... 소위 껄렁껄렁하다거나 노는 애들로 분류되는 그런 아이들이다. 가끔씩 학교를 빠지기도 하고 학교에 와서도 책상에 엎어져 내내 잠만 잔다. 선생님이나 주위 어른들의 충고, 지적, 곁눈질, 시선에 익숙할 것이다.

라는 편견으로 바라봐지는 아이들이다...


100명이 훌쩍 넘던 확산세를 잠재우기 위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숨죽이며 지내오던 터였다.

거리두기 2.5단계 때문에 문을 닫았던 상점의 주인들은 분노와 막막함이 턱밑까지 차 옳았을 것이다. 어린 자녀를 24시간 집안에서만 돌보던 엄마들의 우울증도 한계에 다다랐을 것이다. 이제 긴긴 원격 수업을 마무리하고 등교 좀 하나 기대했던 부모와 학생들은, 다시 컴퓨터 앞에 눌러 앉혀진데 대한 원망이 말도 못 했을 것이다. 교내 감염이 아닌데도 한 달 반 사이에 두 번이나 뉴스를 장식한 학교, 대외 이미지 실추로 체면이 말이 아닌 학교 역시 망연자실해졌을 것이다.

그러니 이 사태에 대해 그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같은 일을 반복하다는 것은 그들의 습관과 사고방식의 문제이니 이제는 바로잡아줘야 한다. 방역법에 근거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행하지 않은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학교에서도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미꾸라지 몇 마리가 물을 흐린다고, 그들만 처벌한다면 학교도 마을도 조용해질 것이고 확진자도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울분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로 그들을 활용해서는 안된다. 탓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대신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함께 힘을 모으는 어른들, 사회의 모습을 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무조건 법대로 처벌하고 사회에서 소외시키는 대신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하는 당위성을 일깨워주고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단계부터 꼼꼼히, 꾸준히 알려주어야 한다. 부모와의 갈등, 가족 간의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분도 살펴주어야 한다. 치기 어린 반항심으로 치부하지 말고, 이미 글러먹은 놈들이라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부모도 손 놓았는데 누가 뭘 해줄 수 있겠느냐고 단정 짓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아야 한다.

어른들도 좀 쑤셔 술집이며 커피숍을 꽉꽉 채우고 연휴에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해외여행도 당당하게 하는 마당에, 아이들에게만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며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

수업도, 친구도 온라인으로만 만나야 하는 아이들이다.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고 자주 바뀌는 수업 일정을 쫓아가기만도 바쁜 아이들이다.

부모의 감시 아닌 감시 속에 공부도 안 하고 놀기만 한다는 비난을 듣기도 하는 아이들이다.

뭔가 제대로 배운 것도 없는 한 해, 발전도 성장도 없었던 한 해 같아서 자괴감만 커지는 아이들이다.

"나도 힘들고 모두 힘들거든?" 하면서 등 돌려서는 안 된다.

"힘들지? 같이 잘 극복해보자!"며 손잡아주어야 한다.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방역법을 위반한 확진 학생들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함부로 지적하고 비난할 수 없다. 내 아이와는 무관하다고 당당히 얘기할 수 없다.

고등학생이었던 지난 3년 동안 그들과 똑같은 동선을 공유했던 큰 아들 녀석에게, "네가 올해 고3이었다면 확산의 주인공은 네가 됐을 수 있었다"는 말을 하니 이렇게 답했다.

"무엇 하나 나라에서 혜택 받지 못했던 우리 2001년생들에게 큰 복 하나 떨어진 셈 쳐야겠다."

급식비 지원, 교복 지원, 등록금 지원도 받아본 적 없고, 코로나 학생 지원금도 당연히 못 받은 세대. 해병대 캠프 사고와 세월호 사고로 인해 체험학습, 수학여행, 졸업여행이 줄줄이 취소되었던 세대다.

코로나 확산의 책임 시비를 비켜간 것과 모든 기회, 혜택의 사각지대였던 것을 퉁 치겠다니... 확진자라는 타이틀이 부담이 된다는 인식이 큰가 보다.


* 확진자가 나온 학교의 학부모라는 이유로, 참석하기로 한 각종 회의에서 정중히 거절당했다. 기분이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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