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언젠가' 죽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죽을 수 있다.( 키키 키린 )
100일 후에 죽는다고 생각하고 살면 하루가, 세상이 달라 보일 것이다.
'타인은 지옥이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다. 웹툰으로 재밌게 보았던 기억도 있었고, 중3 아들이 본방 사수하며 본다기에 함께 보게 되었다. 약간 난해하기도 하고 잔인하기도 해서 지인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드라마였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제목대로다. 일상에 퍼져있는, 내 주변 모든 이들이 나에게 지옥처럼 느껴질 수 있는 오늘날의 세태를 비판하면서,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는 지옥이 될 수 있다는...
드라마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즐겨보지도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단 우연히든 일부러든 보기 시작하면 재미없는 드라마는 없기에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침드라마,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 대하드라마 할 것 없이 열심히 챙겨보는 이들을 비난할 이유도, 마음도 없다.
최근에 만난 한 지인은, 거짓말 좀 보태서 드라마라는 드라마는 다 챙겨본다고 하셨다.
"드라마는 인생이여~."라시며 드라마 예찬론을 펼치셨다. 그 말에 동의한다.
다만 인생의 희로애락을 공감하고 삶의 교훈을 얻게 되는 매개체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영화가, 또 누군가에게는 책이, 여행이, 수다가, 혹은 고스톱이.
자신이 즐겨보는 드라마를 자신과 친한 내가 꼭 보아주었으면 하던 사람이 있었다. 거의 매일 만나는 사이었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같은 드라마를 보고 이야기를 나눈 적도 많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녀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어 봤던 것은 아니었다.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가 우연히 그녀도 본 드라마였기에 자연스레 얘기 나누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나 보다. 친하다면 서로가 좋아하는 드라마도 함께 봐줄 수 있어야 하고, 함께 운동도 시간 맞춰 가는 것이 예의이자 의무라고 생각한 듯하다. 서서히 나에겐 짐이자 부담이 되었다. 서서히 그녀도 이런 내가 맘에 안 들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내게
"넌 꼭 내가 보는 드라마만 일부러 안 보는 것 같더라?"라고 농담인 듯 말을 던졌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우리 사이에 금이, 벽이, 거리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
사실, 금을 긋고, 벽을 세우고, 거리를 두기 시작한 건 내쪽이었다. 만나기로 약속하면 며칠 전부터 부담감이 밀려오고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날 보면서 이제는 관계를 정리해야 하나 보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아주 먼 거리를 둔 '그저 동네 지인'사이가 되었다. 크게 싸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불만을 얘기한 적도 없는 그런 애매하고 찝찝하게 멀어진 사이. 그래서 늘 다락방 한구석에 정리안 된 잡동사니 상자처럼 보관되어있는 사람이다. 버리지도 못하고 정리도 안 하게 되는...
언젠가 관계를 회복해보고자 만남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헤어지면서 알게 되었다.
'오늘 우린 서로 발버둥 한번 처 본거였구나...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거구나...'
과거에는 그녀가 나에게 지옥이라고 생각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나도 그녀에겐 지옥이었다.
미안해요...죽기전에 꼭 말하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