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꾸준히도 썼다.
참 열심히도 썼다.
뭘 그리 쓰고 싶은 게 많았을까.
읽어보면 다 그 얘기가 그 얘기, 그날이 그날...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시절까지 써온 일기장을 버리지 않고 끼고 있다. 대단한 내용이 있을 것 같아서 버리지 못했지만 읽어보면 늘 시답지 않은 이야기이다. 당시에는 일생일대 최대의 고민 거리였거나,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뻤뎐 일이었겠지만 말이다.
맛있는 걸 먹었던 날, 엄마 아빠가 싸워서 속상했던 날, 친구와 싸운 날, 가족 여행을 간 날, 아버지 사업장의 개업식을 한 날, 엄마가 자궁암 수술하신날, 이사한 날.
짝사랑하는 옆반 남자아이, 짝사랑하는 옆집 오빠, 짝사랑하던 학원 친구, 짝사랑하던 학원 선생님, 짝사랑하던 학교 선생님, 첫사랑 오빠 이야기, 그 오빠와 연애하던 이야기, 그 오빠와 싸운 이야기, 그 오빠와 결혼한 이야기.
먹거나 사랑한 이야기가 대부분인 일기장...
인생이라는 게, 맛있는 것 먹고, 미워하는 마음보다는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살면 성공이라는 걸 묵은 일기장을 보며 깨달았다.
인생 뭐 없다. 일기장에도 뭐 없다.
그런데 버리지를 못한다. 인생도, 일기장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