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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Dec 19. 2020

소울푸드 소울친구

저녁 뭐 먹을래?

뭐 있는데?

있기야 다 있지. 밥도 있고 반찬도 있고.

엄마는 뭐 먹고 싶은데?

아무거나. 넌?

글쎄? 회 먹을까?


회 좋아하는 엄마 생각해서 회 시킨 거 모를 줄 알고?

근데, 올해 내내 우리 둘이서만 이런 대화를 했네?

근데, 올해 내내 우리 둘이서만 회를 먹었네?


사랑하는 회

사랑하는 회친구


회친구와 온종일, 1년을 함께 있다 보니 슬슬 권태기가 오나보다... 

어렸을 때는 엄마와 살 떨어지는 걸 그렇게 싫어했던 아이다. 밥 먹느라 두 손이 묶여있으면 엄마 다리 위에 자기 다리 한쪽이라도 걸쳐놔야 맘 편해하던 녀석. 귀찮지만 엄마니까 참고 넘겼다. 어느 순간 컸다고 살 비비는 걸 멈추길래 섭섭도 하고 편하기도 했다. 몰랐다. 다른 방식으로 치대고 있다는 걸. 질문도 많고 투정도 많이 부리는 고딩이 됐다. 


"뭐해?"

"왜 그래?"

"무슨 반찬해?"

"무슨 글 써?"

엄마의 사소한 일상에 대한 질문부터,

"시험은 왜 5일씩이나 보지?"

"공부는 왜 할까?"

"왜 성적으로 사람을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어떻게 하면 입시로 줄 세우는 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걸까?"

세상에 대한 온갖 불평불만까지 늘어놓는다.


식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내 앞에 아이가 쓰윽 나타나 앞에 앉으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하던 일을 멈추고 진지하게 들어주려 노력을 한다. 

"공부는 왜 할까?"

"왜 하는 것 같아?"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할 수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네~ 넌 뭘 안 하고 싶은데?"

"내 몸과 마음이 힘든 거."

"그걸 선택할 수 있으려면 공부가 필요하다는 거구만?"

"그러니깐, 왜 그러기 위해 공부가 필요하냐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고..."


유치원 다니던 시절, 아이와의 대화를 적어놓았던 "마주이야기"가 떠오른다.  < 마주이야기 - 고딩편 >을 코로나 덕에 연출하고 있다. 진지하게 동참해주지 않으면 엄마와의 대화에 흥미를 잃을까 봐 듣고 대답해주고 있는데... 이 녀석, 징징거리는 거나 내 곁을 뱅뱅 도는 게, 지애비를 똑 닮았다. 다정다감하게 엄마부터 챙기는 것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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