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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Dec 21. 2020

꼬꼬북(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읽기)

며칠에 걸쳐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다. 초반의 낯섬과 불편함을 꾹꾹 참고 읽어나갔더니 마음에 묵직한 메시지 하나를 남겼다.

그는 피가 덥고 뼈가 단단한 사나이... 슬플 때는 진짜 눈물이 뺨을 흐르게 했다. 기쁠 때면 형이상학의 채로 거르느라고 그 기쁨을 잡치는 법이 없었다.
이게 인생이거니.... 변화무쌍하고, 요령부득이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그러나 마음대로 안 되는.... 무자비한 인생
외부적으로는 참패했으면서도 속으로는 정복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인간은 더할 나위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끼는 법이다.


삶과 사람에 대한 조르바의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를 가슴에 새기며 김이나 작가의 <보통의 언어들>로 넘어갔다. 샘이 났다. 언어의 힘과 무게를 그렇게 잘 이해하고 있으니 대중의 사랑을 받는 가사를 만들어냈구나 싶었다.

공감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공감은 기억이 아닌 감정에서 나온다. 전혀 겪지 않은 일이라 해도 디테일한 설명이 사람들의 내밀한 기억을 자극해 같은 종류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공감을 사는 일인 것이다.
듣는 이의 성향과 아픈 곳을 헤아려 가장 고운 말이 되어 나올 때야 '조언'이지, 뱉어야 시원한 말은 조언이 아니다.
유난스럽다고 지적받은 적이 있다면 그 부분이 바로 당신을 빛나게 해 줄 무언가 일 것이다.
존엄한 사람들은 일상 속 하찮은 순간들이 정갈한 이들이다.


조르바만큼이나 삶과 사람에 대한 진지함을 품고 있는 그녀를 떠나 이번엔, 얼마 전 작고하신 윤지회 작가님의 <사기병 >을 읽었다. 가늠할 수 없는 투병의 고통을 글과 그림으로 군더더기 없이 풀어놓았다. 내용의 솔직함과 덤덤함의 크기는 고스란히 안타까움으로 남았다.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일상을 누리고 있고, 답답하지만 살아있음에 감사한 맘을 가져야겠구나'라는 맘을 갖고 있는 것조차 미안해졌다.

늘 속으로 '그래, 죽고 사는 문제 아닌데, 뭘. 넘기자.' 되뇌게 되었다.
요즘 나는 일상의 호사를 누리고 있다.


그녀의 죽음을 뒤로하고 셀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빌렸다. 마을교사들과 함께하기로 한 스터디의 첫 번째 책이다.

' 이 책을 읽고 나면 산다는 것은 무엇이고 죽는다는 것은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될까?'를 고민하고 있을 때, 교육자원봉사센터에서 보내준 책 선물이 도착했다. < 한 권으로 읽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5대 희극 >  


읽고 있는 책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외친다.

소소한 일상과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서 전해지는 행복을 놓치지 말 것.

살아있음에 감사할 것.


'대체, 근데....' <액체 근대>는 왜 빌려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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