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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Feb 18. 2021

의지박약, 환경설정 실패, 결국은 의미...

백다섯 번째 시시콜콜

의지박약, 환경설정 실패, 결국은 의미...

1월 11일. 야심차게 시작한 도전 과제가 있었다. 이름하야 < 함께 읽는 즐거움, 아독 야독 50일 챌린지 >.

당시 글에서도 밝혔듯이, 작년 수능 만점자의 공부 비결이 독서습관이었음을 알고 나서 시작한 도전이었다.

매일 아침 7시 30분에서 8시 30분, 밤 10시 30분에서 12시, 두 번에 걸쳐 책을 읽는다. 혼자서 읽는다면 동력이 딸릴 것이니 줌을 활용하여 서로 책 읽는 장면을 공유한다. 여기저기 소문내고 동참하도록 해서 함께 읽는다. 참가자는 두 타임 중 편한 시간에 한 번만 참가해도 좋다. 삼삼오오 모이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점점 많은 이가 참여하면 서로에게 힘이 되어 50일을 거뜬히 채우리라. 50일이 끝난 후에도 책 읽는 즐거움과 습관은 날 책 앞으로 이끌 것이며 나와 아이, 동참한 이웃에게 선한 영향이 미치리라.

1월까지만 해도 제법 괜찮았다. 선생님과의 의리를 지키느라 참가한 아이도 있었고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는 이가 함께 하기도 했다. 수익이 나는 장사가 아니었는데도 손님이 없으면 서운할 듯싶었다. 많을 때는 아홉 명까지도 참가했고 적을 때는 세네 명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공치는 날은 없었다.

누군가 들어올지 모른다는 책임감에 정해진 시간이면 어김없이 셔터를 올렸던 나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불타는 금요일이거나 실컷 늘어지는 일요일 아침이거나 호스트라는 사명감에 불타 줌 회의실을 열어놓았다. 그런데, 설을 한주 앞둔 시점부터 온전히 나만 남겨진 시간이 돼버렸다. 어차피 나와 아들의 독서 루틴을 만들기 위함이었다고 위안했지만 아들조차 참석하지 못했다. 새벽 두, 세시까지 학원 숙제를 하다 지쳐 잠든 아이를 차마 깨우지 못한 탓이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꽤가 나기 시작했다. 아무도 오지 않는데 문은 열어 뭐하나 싶었고 이불속은 달콤하리만치 따뜻했다. 거기다 출근하는 남편은 속삭였다.

"그냥, 조금 더 자~ 아무도 안 오는데..."

결국 챌린지 종료를 열흘여 앞둔 오늘 아침, 처음으로 줌을 켜지 않았다.


<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환경설정의 영향이 더 크다. >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환경을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점점 사그라들어가는 초반의 의지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동력을 잃지 않게 하려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혼자서 못하겠다면 함께하는 장치를 만들고, 함께도 힘들다면 적절한 보상과 처벌 체계를 만들어서라도 말이다. 사회가 흘러가는 방식이 그러하지 않겠는가. 무법천지가 될 수 있는 사회이지만 법과 제도라는 장치를 만들어 함께 더불어 안전하자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

따라서 챌린지를 만들고 여기저기 광고를 한 것은 괜찮은 전략이었다. 앞으로도 누군가 갑자기 마음을 다잡고 참여할 수 있기에 여전히 유효하기도 하다. 오늘 하루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살짝 삐끗하기는 했지만 다시 다잡으면 된다. 누가 찾건 찾지 않건 호스트를 자처한 나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는 책임감에 문을 열어 놓아야 하고 그럴 것이다. 50일이 되는 3월 1일, 대한독립만세 대신 챌린지 완료를 외치며 목표 달성을 자축할 것이다.


<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의지의 영향이 더 크다. >

결국, 마음의 문제다. 누가 들어오건 들어오지 않건 꿋꿋이 책을 펼친 것도 나요, 이불을 박찬 것도 나였다. 아니 애초에, 50일 챌린지를 만든 것도 나였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란 말이다. 지속성을 위해 호스트를 자처하고 챌린지를 홍보한 것 역시 나의 의지였다. 언제든 하기 싫다면 안 해도 그만이었지만 그러지 않은 것도 나의 몫이었다. 환경이 주어졌다고 해도, 만들었다고 해도 박차고 나가버리면 그만이다. 중이 절이 싫다면 절을 떠나면 되는 것처럼 해보니 별거 없다거나 도움이 안 된다고 느끼면 안 해도 그만인 것. 그걸 40일 가까이 끌고 온 것은 내 의지였다.

오늘 아침 악마의 속삭임에 이끌려 처음으로 아침 독서를 패스해버린 것은, 절대적으로 내 의지박약의 문제였다. 얼마든지 루틴을 따를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말고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무엇의 영향이 더 큰가. 환경 설정 vs. 강한 의지 >


* 환경의 문제도, 의지의 문제도 아니다. '의미'의 문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책 읽는 습관을 왜 만들고 싶은가.

그 본질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시 마음을 다잡아 본다.

 

https://brunch.co.kr/@yjjy0304/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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