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봄유정 May 18. 2021

성년의 날

"우리 큰아들은 아직 안 들어왔나?"

아침 식사를 하던 남편이 물어왔습니다.

"응. 아침에 온다고 했는데, 9시, 10시나 되어야 들어오지 않을까?"

"형, 집에 없어?"

"어. ㅎㅎㅎ 어제가 성년의 날이라 선배가 자취방에서 밤새 술 마시자고 했대."

"성년의 날이 뭐야? 군대 날짜가 정해진 거야?"

"하하하. 입대 날짜가 정해진 건 아니고, 만 스무 살이 되는 해 5월 셋째 주 월요일이 성년의 날이야~ 형이 올해 만 스무살이 된 거야."

"아~ "

누룽밥을 먹던 남편이 대뜸 허공을 응시하며 감상에 젖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빠는 엄마 성년의 날에 꽃 선물 준 사람이다~ 그러네... 내가 그날을 챙겨줬네."

거들먹거리는 아빠를 보며 아들은 탄성을 보냅니다.

"오~~"

"맞다 맞다. 당신이 꽃 줬지. 그런데! 사귀고 있을 때니까 여자 친구 성년의 날 선물 챙겨주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이 아침에 뭘 그런 걸로 생색을 내는가? 사귀는 여자 친구 성년의 날 안 챙겨주면 쓰레기지~"

"ㅋㅋㅋㅋ. 맞네 맞네. 그런데 OO아. 아빠는 엄마가 성년도 되기 전에 엄마랑 사귀었다?"

"헐... 그러네? OO아. 엄마가 만 열아홉 살 때부터 아빠랑 사귄 거다. 으아.... "

엄마 아빠의 대화에 아들은 껄껄 웃기만 합니다.

식사를 마친 남편이 그릇을 개수대에 가져다 놓으며 한마디 합니다.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안 하니만 못한 말이 아니라, 하지 말았어야 했죠.

"OO아. 엄마가 그때는 지금 반쪽이었다~. 팔뚝도 지금의 한.... 십 분의 일?"


25년 전보다 열 배나 두꺼워진 제 팔뚝에 남편은.....



가족들이 평화(?) 로운 아침을 보내고 있는 동안에도, 엄마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성년의 날 주인공은 아직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곧 수업을 하러 나가야 하는 저는 아들의 책상 위에 성년의 날을 축하하는 선물 하나를 놓고 갈 계획입니다.

아들이 재수할 때, 수능을 100일 앞두고 써 내려갔던 '엄마가 대신 써준 자서전'이 선물입니다.

엄마의 기억으로만 써 내려갔으니 반쪽짜리 자서전이지만, 성년이 된 아들에게 보내는 엄마의 러브레터입니다.

밤새 술쳐먹고 들어와 그게 책상위에 놓여 있는지, 알기나 할는지 모르지만요...


책처럼 인쇄, 제본해보았습니다. 언제쯤 출간작가가 될런지... 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까다로움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