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지난여름에 잘 입고 다녔던 베이지색 티셔츠랑 검은색 티셔츠 있잖아? 그거랑 똑같은 걸로 두 개씩 더 사줄 수 있을까?"
"똑같은 티셔츠를 왜?"
"나도 이제 내 삶에서 결정 피로를 없애야겠어."
"결정 피로? 그게 뭐야?"
"살면서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소비하는 자잘한 의사결정 때문에 생기는 피로감이야. 매일 아침 뭘 입을지, 끼니때마다 뭘 먹을지 같은 것 말이야. 그런 곳에 쏟을 에너지를 아껴서 중요한 일에 써야 한다는 거야."
"그래서 매일 똑같은 옷을 입겠다고?"
"스티브 잡스, 아인슈타인, 오바마, 저커버그 같은 사람들이 그러잖아."
"음... 그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거잖아. 대단한 사람들이 그렇게 결정 피로를 줄이기 위해 매일 같은 옷만 입는다고 하면 뭔가 있어 보이는데 일반인이 매일 같은 옷 입고 다니면 그냥 초라해 보이는 거 아닐까?"
"아... 그런가?"
남편의 요구대로 결정 피로를 줄여주기 위해 똑같은 옷 여러 벌을 구매해 줬습니다. 아침마다 옷장 앞에 서서 한참을 들여다보던 남편은 이제 손에 집히는 아무 옷이나 입어도 됩니다. 결정 피로에서 벗어난 것이죠.
하지만 저의 피로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데도 출근 전 제 앞에 서서 평소와 똑같이 물어보기 때문입니다.
"나 어때? 이상하지 않아?"
"우이쒸! 똑같은 옷을 입어놓고 나한테 물어보면 내 피로는 어쩌라는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