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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Nov 26. 2021

제 모든 글은 브런치에서 비롯됩니다.

이상한 습관이 생겼습니다.

오직 브런치 화면이 떠야만 안정적으로 글이 써지는 묘한 현상. 

한글 파일로 보내야 하는 글마저도 브런치에 작성해 복사해서 한글창에 붙인 뒤 저장합니다. 이게 대체 무슨 조화인지... 

브런치 고인물이 되어가는 절차인가봅니다. 


몇달 전 학교 교지에 실릴 글을 부탁받았고 2주전 교지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역 신문에 글이 올라왔습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학교를 소개하는 코너에 작은 아이의 학교가 뽑혔고 학생 몇명과 함께 학부모대표의 이름으로 글이 실린 것이죠. 

가르치는 학생의 어머님이 아침 일찍 기사 링크를 보내주셨습니다. 신문에서 저를 보니 너무 반가웠다고 하시며 널리널리 대지고를 홍보해주시겠다고 하셨죠. 함께 기뻐해주시는 감사한 마음에 저도 하루를 벅차게 시작합니다. 

http://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121901

< 아래는 글의 전문입니다. >


벌써 2년이 다되어갑니다. 

둘째 아이가 대지고등학교 학생이었던 기간,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은 시간, 학부모회장으로 활동한 임기가 어느새 그렇게 되었네요. 

종식은 고사하고 날이 갈수록 기세가 더해가는 코로나19 앞에서 우리는 다시금 주저하게 됩니다. 등교, 만남, 대화 등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던 일상을 다시금 내어주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무수히 반복했던 것처럼 말이죠. 


입학생들이 교실 한번 밟아보지 못한 채 온라인 수업으로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하던 때, 학부모회는 숨죽이며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수업 방식, 방역 수칙 등에 신경 쓰느라 경황이 없는 학교와 선생님들께 행여 조금이라도 누가 되지 않을까 염려한 탓이었습니다. 느지막하게 학부모회와 대의원회를 구성했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학생들의 안전을 염려해 학교 방문은 자제해야 했고 전 세계의 모든 이슈가 코로나19로 덮여버리는 상황에서 학부모들은 있지만 없는 존재가 되어야 했습니다. 


2020년 하반기, 재학생 중 확진자가 처음 나오고 학교가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던 때가 떠오릅니다. 다행히 교내 감염은 없었지만 두 달 동안 두 번이나 확진자가 나오는 바람에 교육청과 지역사회에서 학교의 입장은 꽤 난처한 상황이었지요. 2학기 지필평가가 끝나던 날 학부모들은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교문 앞에 섰습니다. 시험이 끝난 학생들이 노래방이나 PC방에 모여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는 바였지만 그들의 안전과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해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자제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부모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져서 시험을 치른 학생 모두가 집으로 돌아갔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학부모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냈다는 것에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는 비대면으로나마 총회도 제때에 치렀고 4월과 7월, 시청각실에서 충분한 거리두기를 하며 대의원회도 개최했습니다. 학부모들은 그 어느 해보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으며 학교에 대해 더욱 열렬히 고민했습니다. 학부모 진로진학 동아리인 '맘토링'은 학년별 진로진학 비대면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졌고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작년이 무색하게 모든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던 한해였습니다. 


권역별 네트워크 협의회에서 타학교 학부모회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 학교는 학부모회와 학교의 소통이 굉장히 원활한 편이더군요. 학교는 학부모의 이야기를 성실히 들을 준비가 되어있었고 학부모는 학생들의 행복한 학교 생활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듣기 좋은 이야기, 겉도는 이야기만 오고 간 것은 아닙니다. 쓴소리, 불편한 이야기가 오가고 때로는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지요. 하지만 대지고등학교는, 코로나19를 만능 핑곗거리로 이용해 소통을 원천 차단해버리는 학교들과는 분명 달랐습니다. 일 만들지 않고 잠자코 있는 학부모회를 원하는 학교들과도 달랐죠. 학부모회 임원분들도 달랐습니다. 큰아이, 둘째 아이에 이어 셋째 아이까지 대지고에 다니느라 7년째 대지고를 지키고 계시는 부회장님은 학부모회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셨습니다. 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을 겸임하고 있는 감사님과 간사님은 학교 운영에도 적극 참여하는 학부모회를 만들어가고 계시지요. 학년 대표님들은 각 학년이 겪는 애로 사항을 적극 취합해 학년부장 선생님과 직접 소통하고 계십니다. 학교와 학부모회가 코로나 이전과 다름없이 소통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당장은 편할지 모르나 발전은커녕 변화도 없죠.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마다 잠시 주춤할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조금씩 무언가를 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등교도 만남도 대화도, 결국은 일상도 되찾을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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