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꽉꽉 막혔다.
카페 거리로 유명한 동네라서 주말엔 차가 많기는 하지만, 이번 주말은 유난히 많았다.
"오늘 왜 이렇게 차가 많지? 이상하네? 카페 거리에서 무슨 행사하는 거 아닌가? 아... 핼러윈 축제 하나 보구나... 그러네, 오늘이 30일이니까..." 엄마의 중얼중얼 혼잣말에 아이가 물었다.
"핼러윈? 무슨 남의 나라 축제를 이렇게 요란스럽게 챙기는데?"
"그러게 말이다... 뭐... 핑계 낌에 노는 걸 뭐라고 할 수는 없는데, 이 시국에 꼭 저렇게 놀아야 되나 싶네."
"뭐 하면서 노는데?"
"음... 영어유치원을 안 다녀서 모르는 거야? ㅎㅎ 어린애들은 귀신 분장하고 사탕 바구니 들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사탕 얻으러 다니고, 젊은 연인들도 분장하고 돌아다니고... 그러겠지? 거리를 핼러윈으로 꾸며놨으니까 사진 찍기도 좋고."
"핼러윈 챙기면서 코스튬하고 그러는 것 영 아닌 것 같아."
"그렇긴 하지. 크리스마스는 종교 차원이니까 그렇다 쳐도, 핼러윈은 남의 나라 귀신 쫓는 행사에 불과한데..."
각종 코스튬을 입고 카페거리를 돌아다니며 기분을 만끽하겠다, 친한 지인들끼리 집집마다 방문하며 'trick or treat'을 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어떤 의상을 준비했다, 등등 핼러윈을 진심으로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렸다. 예전에는 영어유치원을 중심으로 소소하게 진행되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마을 잔치로 확대된 것 같아 씁쓸하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축제 있지 않을까? 사람 사는 곳은 똑같으니까."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태원과 에버랜드, 카페골목이 들썩 거릴만한 축제가 우리나라에는 왜 없을까. 분명 귀신을 쫓아내는 의식은 있었을 텐데...
"정월대보름에 하는 지신밟기가 비슷하겠네~ 집집마다 농악대가 돌아다니며 악귀와 잡신을 물리치는 놀이를 하면 집주인이 음식을 대접하고 재물도 줬다는데, 그거랑 비슷한 거 아닌가?"
엄마의 엉뚱한 발상에 아이는 맞장구쳤다.
"그러네. 비슷하네. 사탕 대신 음식을 대접하는 거구나?"
"호박등불 대신 청사초롱 켜놓으면 되겠다 ㅋㅋ. 팥죽이나 시루떡 쪄서 나눠먹고. 귀신 분장하고 싶으면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처녀 귀신, 내다리 내놔 귀신 하면 되지 ㅎㅎ 봉천동 귀신, 옥수동 귀신, 자유로 귀신... 종류도 얼마나 많아? 하하하하"
엄마의 객쩍은 농담에 마지못해 웃어주는 아들의 반응처럼, 정월대보름마다 지신밟기 축제를 한다고 하면 누가 호응할까 싶다.
다만, 이렇게 함께 모여 놀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인데, 기왕이면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차피 확진자 급증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에게 의미 있는 축제일 때 좀 덜 씁쓸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