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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Oct 31. 2019

D-100 프로젝트 < D-59 >

사람은 '언젠가' 죽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죽을 수 있다.( 키키 키린 )               

100일 후에 죽는다고 생각하고 살면 하루가, 세상이 달라 보일 것이다.


10월의 마지막 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를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이용, <잊혀진 계절>


"10월의 마지막 밤... 그냥 센치해 지지 않아?"

남편에게서 톡이 왔다. 

그러네... 10월의 마지막 밤. 

노래 때문인 걸까?

아니면, 10월에 비해 왠지 더 스산하고 차가운 11월로 넘어가는 것이 아쉬워서...?


사실, 센치해진 날은 따로 있었다. 

며칠 전, 아파트를 벗어나다가 본 풍광에 맥없이 눈물이 흘렀다.

'캠핑 가고 싶다...'

갑자기 왜 캠핑이 가고 싶어 졌는지 모르겠다. 남편도, 아이들도 캠핑이 번잡스럽다고 싫어했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얀 시트가 깔린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호텔에서 숙박하는 여행을 더 선호했다. 호텔 조식 뷔페가 더 땡겼으며 여행지에서 밥하고 설거지하는 건 딱 질색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캠핑이라니?


고구마를 구워 먹든 고기를 구워 먹든,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탔는지 어쨌는지도 모르고 맛있다며 먹는 저녁이 고팠다.

가족들과 모닥불 피워놓고 둘러앉아 두런두런 얘기 나누고 싶었다.

좁디좁은 텐트 안에서 다닥다닥 붙어 누워 말똥말똥한 눈으로 밤을 홀딱 새더라도 텐트를 치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맥락 없이 눈물이 났다.

캠핑 갈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아서였는지, 

다 커버린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끝나간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두 아이의 입시로 올해는 어떤 여행도 허락되지 않는 상황 때문이었는지...


여하튼, <잊혀진 계절>을 듣다 보니 다시 센치해지는것이 신기하고 우습다.


남편이 보낸 톡 "그냥... 센치해지지 않아?"

에 대한 내 대답은...

"그냥... 회가 먹고 싶어..."

센치하거나 말거나, 가을이면 주체 못 할 이놈의 식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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