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까지 D-405
네 방을 청소하다 손톱을 발견했다.
수시로 청소했는데 어디 숨어 있다가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네 손톱은, 볼 때마다 슬프다. 네가 입대하기 훨씬 전부터 그랬다. 책상이나 방바닥에 떨어져 나뒹구는 네 손톱을 볼 때면 늘 마음이 불편했다.
"으이구, 좀 치우고 살아라! 더럽게 손톱을 여기저기 버려놓으면 어떻게 하니?"라는 잔소리도 못할 만큼, 내게 네 손톱은 그랬다.
초등학교 몇 학년 때부터였을까, 네 손톱을 깎아줄 일이 없던 게 말이다. 중학생 때까지 엄마에게 손톱을 맡겼던 네 동생과는 달리, 넌 일찌감치 독립을 했다. 넌 늘 이빨로 손톱을 잘근잘근 씹어 흰 부분을 도려냈지. 제대로 된 손톱깎이를 방에 넣어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미 넌 이를 이용하는데 도가 텄지.
그게 내심 섭섭했단다.
사춘기를 맞으며 엄마에게서 저만큼 달아나 있던 아이라도 손톱을 깎아달라고 할 때는 엄마와의 물리적인 거리가 좁혀지게 마련이거든. 손가락이 열개인 게 아쉬울 만큼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와 나란히 앉아 아이의 손을 움켜쥐고 정성스레 손톱을 깎아주는 그 시간이, 그리웠단다.
다행히, 가끔씩 귀지를 파달라며 엄마 앞에 벌러덩 누워주어서 아쉬움을 달랬지. 귀지는 파는 게 아니라고 아무리 건강채널에서 떠들어봐야 내게는 소용없는 일이었단다. 엄마보다 한참이나 큰 아들, 얼굴 한번 보기 바쁜 아들의 얼굴을 가장 가까이에서 살펴보고 심지어 쓰다듬기까지 가능한 기회잖니.
손톱을 뜯어 뱉는 네 오랜 습관은, 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단다.
손톱뿐 아니라, 입에 걸리는 모든 걸 잘근잘근 씹고 손에 잡히는 모든 걸 살근살근 뜯어내 버리는 네 행동은 엄마인 나를 움찔하게 했지.
어떤 강박이 있는 걸까, 마음 어느 한 구석에 생채기가 있는 걸까.
무엇 때문에 티셔츠 목둘레가 쥐 파먹은 것처럼 되어 빈티지 티셔츠가 된 걸까.
침대 옆 창문의 실리콘을 뜯는 이유는 뭘까. 그것도 잠결에, 자신도 모르게.
TV를 보면서 리모컨은 왜 잘근잘근 씹을까.
엄마가 가끔은 진지하게, 때로는 장난스럽게 "너 애정결핍이야? 아니면 뭐 스트레스받는 거 있어? 강박증이야? 도대체 왜 그렇게 다 뜯어내는 거야?"라고 물어보면 넌 대수롭지 않게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냥 습관이지~"라고 답했지. 그 대답이 또 공허하게 느껴져서 신경 쓰였던 기억이 난다.
나도 모르게 널 억압하고 힘들게 했던 일이 있는 건지, 손톱만큼이라도 네 마음에 남아있는 응어리가 있는 건지...
아들아.
군대에서는 손톱 물어뜯는 습관을 고쳤니?
멍 때리며 그럴 여유가 없었으면 좋겠다.
그곳에서는 손 닿는 곳에 있는 무엇이든 뜯어버리는 습관을 버렸니?
주변에 뜯기 좋게 생긴 것이 아무것도 없었으면 좋겠다.
아들아.
손톱만큼이라도 풀리지 않는 무언가가 마음에 남아있다면, 집에 버려놓고 간 네 손톱을 보며 엄마가 많이 미안해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아들아.
코는 왜 파먹는 거니? 그건, 무슨 강박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