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사나이

전역까지 D-305

by 늘봄유정

눈비가 내린다.

거긴 어떠니? 검색해보니 거기도 비가 내린다고 하는데.

우린 잘 지내.

네 동생이 오늘부터 방에서 격리 중인 것만 빼면 말이야.

고3이라 각별히 조심한다고 했는데, 엄마도 최소한의 외출만 하고 사적인 만남은 거의 갖지 않았는데 별 수 없더라. 결국은 다 걸려야 끝날 일이라더니, 그런가 봐.


피할 때는 그렇게 두렵던 것이 막상 걸리고 나니 엄마는 오히려 담담한데, 네 동생은 아니더라. 크게 표현은 안 하지만 꽤 허탈해한다. 수업을 놓쳐서 수시전형에 차질이 생길까 전전긍긍했는데 결국, 수업도 못 듣고 첫 모의고사도 못 치르게 되었으니 말이야. 이 와중에 엄마는, 적어도 엄마 아빠가 먼저 걸려 옮긴 것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건강 걱정에 미안함까지 더할 뻔했지 뭐니.


엄마 아빠는 너를 떠올리며 농담을 한다.

만일 네가 재수를 안 했더라면, 군대에 안 갔더라면 우리 가족은 최소 세 번의 코로나 확진 가족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지. 원조 코로나, 델타, 오미크론까지 빠짐없이.

워낙 친구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운동하기, 친구들과 술 마시기, 친구들과 게임하기를 즐기던 네가 재수와 군대로 발목이 묶여버린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스무 살부터 인생이 확 폈다고, 대운이 들어왔다고, 행운의 사나이라고.


하지만 그 모든 행운이 너의 선택과 결정 덕분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학창 시절 엄마가 가졌던 너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모두 부질없던 것이었으며 너를 향한 뿌리 깊은 불신에 기인한 것임을 반성한다. 그래서 너무 미안하다.


엄마 아빠의 농담을 취소할게.

아마도 너는, 재수를 안 했더라도, 입대를 하지 않았더라도 코로나에 한 번도 걸리지 않은 채 건강하게 잘 지냈을 거야. 우리 가족 역시 모든 변이를 피해 가며 살아남았을 테지.

넌, 행운의 사나이니까~


* 네 동생의 식사를 방에 넣어주고 엄마 혼자 식탁에 앉아 점심을 먹는데, 문득... 네가 앞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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