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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Nov 05. 2019

D-100 프로젝트 < D-54 >

사람은 '언젠가' 죽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죽을 수 있다.( 키키 키린 )               

100일 후에 죽는다고 생각하고 살면 하루가, 세상이 달라 보일 것이다.


친한 언니가 최근 자신의 고민을 토로했다.

끝난 줄로만 알았던 중3 아들의 사춘기가 아직 안 끝난 것 같단다. 선생님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고 사회에 불만도 많으며 새벽까지 상당량의 시간을 게임으로 보낸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융통성 없으리만큼 원칙주의자였던 아이인지라 언니도, 곁에서 봐온 나로서도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머리가 좋아서 성적도 꽤 잘 나왔고 운동도 잘하며 기타도 잘 치는 그 아이는 얼굴도 잘 생겼다. 중학교 신입생 때 2, 3학년 누나들이 궁금해 찾아올 정도였고 학교 앞에서 캐스팅 제의도 받은 적 있다. 소위 말하는 '엄친아'다. 그런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질풍노도' 그 자체다.

엄마에 따르면 최근 그 아이의 고민은 "누가 나 좀 잡아줬으면..."이란다. 공부나 진로에 대한 고민은 있지만 자기 절제, 자기 조절이 안되니 빡센 학원이라도 다녀볼까 하는 마음이 있단다. 아이의 엄마는, 직장을 다니느라 아이를 잡아주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니 게임에만 빠질 수밖에 없던 것은 아닐까 자책도 했다.


이런 고민이 비단 그녀만의 것이겠는가...

아이를 키우는 동안 선택의 순간에서든, 결과를 맞닥뜨렸을 때든 늘 따라다니던 고민이었다. 

'그냥 자유롭게,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키우는 게 맞았던 걸까?'

'학원 다니기를 싫어하고 힘들어하면 그만두게 해 주고, 떨어진 성적을 보며 스스로 느끼는 바가 있으리라 생각했던 게 너무 안일한 자세였을까?'

'갈등이 있더라도 부모의 소신대로 밀어붙이는 게 필요하지 않았을까?'

'판단과 결정을 내리기엔 어린아이인데 부모가 돼서 계획도 짜주고 방향도 제시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나중에 자신을 붙들어주고 조여주지 않은 부모를 원망하는 것은 아닐까?'


시어머니가 늘 하시는 후회가 있다.

"중학생, 고등학생 때 때려서라도 공부시킬걸..."

다시 돌아가면 그러실 수 있을까? 

나 역시 다시 돌아간다면 다른 방식으로 키울 수 있을까?


고민에 대한 답이 될지 모르겠다며 남편이 책 한 권을 소개했다. 사실 내가 구입해놓고 아직 읽어보지 못했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였다.

책에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현대인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서 설명한 부분이 있다. 

"사람들은 자유를 좋아하고 갈망하지만 자유에는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통렬한 책임'이 따른다. 고독과 책임의 무게에 지치게 되면 인간은 새로운 의존과 종속을 추구하게 된다. 비싼 대가를 치르고 획득한 '자유의 과실'을 맛본 독일인들이 파시즘의 전체주의에 열광한 이유이다."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자유가 던지는 고독과 책임을 받아들여 자신다운 삶을 살기 위해 정신력과 지식을 갈고닦든,

전체주의나 조직에 속박되는 것이 맘 편하다고 생각하든,

선택은 오늘을 사는 각자의 몫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결국, 인간사 답은 없다는 얘기 아닌가?

아이를 키우는 것도 답은 없다. 이렇게 키워도 저렇게 자라는 아이, 저렇게 키워도 이렇게 자라는 아이.

아무것도 안 해도 잘 자라는 아이, 아무거나 다해줘도 튕겨나가는 아이.


하지만, 어쩌면 모두가 답을 알고 있다. 

부모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를 느끼게만 해주면, 잘 자란다는 것을...

'자신이 받은 사랑만큼 삶을 사랑하는 힘'을 키워준다면 부모의 걱정 따위는 필요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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