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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Nov 09. 2019

D-100 프로젝트 < D-50 >


[Web 발신]
고객님 반갑습니다.
행복을 전하는 **택배입니다.
고객님께서 기다리시던 **홈쇼핑 상품을 가지고 배송 출발합니다.

택배 배송 알림 메시지는 늘 반갑다. 그런데 오늘은 궁금함이 먼저. 최근 주문한 상품이 아무것도 없어서다. 특히 홈쇼핑은 애용하지 않는지라... 뭐지?


몇 시간 뒤 도착한 물건은 보온도시락, 보온병 선물세트였다. 보내는 사람에 익숙한 이름이 있다. 함께 디베이트 코치를 하고 있는 동지이자 존경하는 선생님이셨다. 무슨 때만 되면 잊지 않고 챙겨주시는 분이시기도 하다.

수능을 앞두고 준비해주신 것. "정말, 못 말려~~"하며 전화를 드렸다.

통화를 끝낸 후 보내주신 문자에는...

수능이 다가오니 여러 분들이 선물을 보내오신다. 마카롱, 치즈 케이크, 초콜릿, 떡, 아이스크림... 금일봉까지...

감사한 맘에 더해져 송구스럽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말씀하셨다.

명절 때 세뱃돈을 받거나 대학 입학 등 큰일이 있을 때마다 친지들이 거액의 용돈을 챙겨주시면, 마냥 좋아라 하는 나에게 "다 빚이다~~."라고.

부모님은 내게 용돈을 주신 친지의 경조사를 잊지 않고 챙기셨다. 빚을 갚으신 거였다.

살다 보니 나에게도 그런 일들이 종종 있었다.

아이를 낳았을 때, 이사를 했을 때, 사무실을 얻어 교습소를 열였을 때 등등.

그때마다 가족들과 지인들은 봉투며 선물이며 챙겨주셨다. 어려서부터 들어온 이야기대로 "이게 모두 다 빚이다~"라는 맘이 자라났다. 그러나 그 '빚'은 은행 담보대출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것도 함께 알게 되었다.


부담스러운 마음의 짐, 빨리 갚아야 후련한 그런 '빚'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가 나를 생각해준 마음을 간직하고 싶은 것이요, 그 맘을 잊지 않고 저장해두었다가 언젠가 ctrl+c, ctrl+v (복사해서 붙이기)하고 싶다는 다짐이다.

잊지 않고 기억, 기록해 두었다가 반드시 똑같이 갚아줘야 직성이 풀리는 'give and take'의 자세와도 다르다.

부모님은, 친척 누군가의 결혼을 위한 적금통장 하나, 누군가의 이사를 위한 통장 하나, 이렇게 오래전부터 준비를 하셨더랬다. 삶이 아무리 팍팍해도 받은 마음에 대해 미리미리 조금씩 준비하시던 모습은 단순히 받은 만큼 돌려주는 깔끔함만은 아니었으리라. 매달 적금을 내면서 그들의 결혼과 이사가 잘 되기를,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까지도 차곡차곡 쌓아 넣으셨으리라...


이러한 '마음 나누기'는 우리나라가 유난한 것 같긴 하다.

미국에 이민 가신지 50년이  고모는 한국에 사는 가족들을 만때마다 보는 이런 풍경을 굉장히 생경해하셨다. 특히, 물건이 아닌 봉투, 그것도 10만 원 이상씩 담긴 봉투에는 눈이 동그라지셨다. 미국에서 100달러는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기에 굉장히 큰 금액이라며...

물론 금액에 따라, 선물의 사이즈에 따라 전해지는 마음의 크기마저 달라질리는 없다. 다만 정을 나누는 데에 유난히 열심이고 온 정성을 다하는 건 다른 듯하다. 그렇게 받은 정은 한없이 이어지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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