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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Feb 15. 2023

올빼미의 하루

[보글보글 매거진] 글놀이 "하루의 기록"

음~~~ 냐~~~~

이제 슬슬 활동을 시작해 볼까?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군. 프랑스에서는 이때를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한다지 아마? 멀리서 나에게 다가오는 상대가 적인지 친구인지 구분할 수 없는 시간, 저기 보이는 해가 지는 해인지 뜨는 해인지 잠시 헷갈리는 시간, 내가 딱 좋아하는 시간.


남들은 푹 자고 일어난 아침이 너무 개운하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고요한 새벽시간의 독서를 즐기며 기적 같은 아침을 맞이한다고 하던데, 난 아니지. 내가 가장 졸린 시간은 아침 7시, 잠에서 막 깨어났을 때야. 사람들이 정해놓은 일상의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시간에 일어나야 하지. 남편과 아이들을 챙기기도 하고 간헐적이지만 나도 출근, 외출을 하니까. 


찐한 아메리카노로 정신을 깨우고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김없이 그 시간이 찾아와. 눈꺼풀이 사정없이 주저앉는 시간. 누군가 대화를 하고 있든, 운전 중이든, 회의나 수업 중이든, 심지어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시간에도 가리지 않지. 그저 10분이라도 눈을 붙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득한 오후가 찾아와. 친한 지인들은 내 얼굴만 보고도 알아봐.

"쟤 또 그 시간 왔네. 얼른 잠깐 눈 붙여~"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 짧게는 15분에서 길게는 30분 정도를 깜빡 잠을 자. 코도 골면서 아주 맛있게 자고 나잖아?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어. 하루를 1 + 1으로 더 얻은 것 같은 기분이랄까?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돼. 일단 저녁 식사 준비부터 청소, 빨래까지 집안일을 시작해. 저녁을 먹고 나면 실내 자전거를 타거나 탄천 걷기를 하지. 밤 12시가 되잖아? 지금부터가 찐이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드라마를 보다가 잠드는 걸 아쉬워하며 잠을 청하지.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다음 날을 생각해야 하거든. 조금이라도 자 놔야 내일 낮을 소화 하지. 부부는 잠자기 시작할 때부터 같이 누워있어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를 한 십 분쯤 펼치던 남편은 "빨리 와라. 빨리 자라. 어서~ 빠...ㄹ..." 하다가 10시부터 잠들지. 그러니 그는 아침 6시에 일어나 도서관 최애 자리를 획득하러 서둘러 집을 나서는 새벽형 인간이 될 수밖에. 로또 같은 남편이야. 안 맞아도 참 안 맞지.


조르는 남편 때문에 일찍 잠들기를 시도해 봤지. 10시에 자잖아? 그러면 어김없이 12시나 1시에 잠이 깨. 그러면 더 미쳐... 잠은 안 오고 잠이 들어야 한다는 강박은 심해지고. 


아침에 청소를 해야 하루가 개운하다고?

빨래를 아침에 널어야 햇볕에 바짝 마르지 않냐고?

사람은 밤에 일찍 잠을 자야 활성산소가 제거 돼 건강에 좋다고?

그런데 말이야? 난 사람이 아니야~ 올빼미라고~~

해가 환하게 비추는 낮에는 내 모든 에너지가 해에게로 넘어가는 것 같단 말이야. 해에 노출되면 피부가 타는 드라큘라처럼, 달이 떠야 제대로 울 수 있는 늑대인간처럼, 밤이 되어야 제대로 된 나를 찾는...


열흘 전부터 8000보 걷기를 시작했는데... 밤에만 움직입니다. 

* 매거진의 이전 글

 김장훈 작가님의 글입니다.

janejeong 작가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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