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관심 없다고 하기엔 미각이 너무 발달했고 아무거나 입에 넣는 사람이 아닙니다. 외식업계에 발들인 뒤부터 생긴 직업병 같은 것인데 정작 본인은 자신의 입맛이 까탈스럽다는 것을 모르고 있지요. 아니,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더 맞을 겁니다.
그러던 그가 언제부터인지 먹을 것에 노골적으로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아이들과 자신의 반찬 비교였던 것 같네요.
퇴근할 때 신발을 벗기 전부터 코를 킁킁대며 말합니다.
"우리 아들들한테 고기 구워 줬구나?"
거기서 한 술 더 떠 한마디 보탭니다.
"그저~ 아들아들. 아들들만 챙기네. 음하하하하"
농담이라고 한 건지 자식만 챙기지 말라는 경고인지는 모르겠으나, "당신도 먹을래?"라고 물어보면 좋다며 얼른 식탁에 앉습니다. 콧노래를 부르며 소주를 한병 챙기고 좋아하는 쌈을 야무지게 싸 먹습니다.
식사가 끝나면 간식 넣어두는 캐비닛을 열어 놓고 한참을 째려봅니다. 제일 좋아하는 감자과자를 꺼내 한봉 통째로 클리어하고 나면 냉동실을 열어 아이스크림을 꺼냅니다. 그것도 두개나요. 순식간에 먹어치운 뒤 마지막으로 부스러지지 않는 과자, 예를 들면 빼빼로 같은 걸 들고 침대로 향합니다. 좋아하는 유튜브를 시청하며 과자를 먹다가 잠들고 싶은 겁니다.
과자가 당기지 않는 날엔 그냥 자냐고요? 아뇨... 마른오징어를 먹습니다. 몸통 옆구리에 가윗집을 넣어 굽는 섬세함도 잊지 않습니다. 마른오징어가 너~~ 무 맛있답니다.
아침엔 도시락을 챙겨 나갑니다. 회사에서 먹는 밥이 영 시원찮다고 해서 싸주기 시작한 게 벌써 서너 달이 됐습니다. 현미밥에 국, 반찬 하나, 김치하나, 과일 한통.
단출한 도시락이지만 싸는 사람 입장에서는 보통 성가시고 신경 쓰이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남편이 먼저 됐다고 하기 전에 제가 먼저 그만두기가 참 그렇습니다.
제가 도시락을 싸는 동안 남편은 냉장고를 열고 두유 한팩과 박카스 한 병을 챙깁니다. 얼마 전, 박카스 두 박스를 사놓았는데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는 겁니다.
"난 박카스를 하루에 한 병은 먹어야 피로가 확 풀리는 것 같아."
"언제부터 박카스를 먹었다고?"
"나 원래 박카스 좋아했어. 너~무 맛있어."
커다란 백팩에 도시락을 넣고 가방 양 옆에 달린 보조 주머니에 박카스와 두유를 챙겨 출근하는 모습이 마치 소풍 가는 아이 같습니다.
갱년기가 되면 원래 식욕이 저하되는 것 아니었나요? 모든 의욕이 떨어진다고 하던데요... 먹는 것에 도통 관심이 없어지고 뭘 먹어도 아무 맛도 안 나고. 그런 것 아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