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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Nov 15. 2019

D-100 프로젝트 < D-44 >

< 효능과 가치 >


"제 귀에 도청장치가 있습니다! 여러분~"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다. 누군가 내 하소연을 엿듣기라도 한 듯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해결사가 등장할 때.

'나를 주인공으로 하는 <트루먼 쇼>를 촬영 중인가?' 싶을 정도로 모든 일이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돌아가는 것 같은 순간.

예를 들어, 삶의 무게로 지쳐있을 때 나는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의 무게를 짊어진 지인들이 투입된다.

그들의 고민과 시련을 들여다보면서 나의 고민과 시련은 그저 투정이라고 느끼게 된다.

멘탈이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때,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말, 강의, 영화들이 마구 등장한다. 잊고 있던, 깊이 숨어있던  내 의지와 긍정의 기운을 다시 주섬주섬 모은다. 바닥을 딛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오늘 들은 강의가 그랬다.  '자존감'에 대하여...

자존감은 자아가치감과 자아효능감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아가치감이란 다른 이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이고
자아효능감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자아가치감과 자아효능감이 함께 잘 어우러질 때 자존감 즉 자아존중감은 높아진다.

갓 태어난 아기는 '쓸모' 즉, '효능'은 없음에도 굉장한 가치가 있는 존재인데, 자라나면서 가치보다는 효능으로 평가받는 존재가 된다. 성적, 외모 등으로 평가받으면서 자아가치감마저 떨어지게 된다.

어른들도 마찬가지... 자기가 회사에서 잘해야만, 봉사로 나눔을 실천해야만, 아이를 잘 키워야만, 이것저것 열심히 일을 찾아서 해야만 효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가치감은 낮은 채로... 따라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거나 나이 들어 봉사마저 못하게 되면, 아이가 다 자라거나 할 일이 없어지면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바닥으로 떨어졌던 나의 자존감은

아이들의 입시를 성공으로 이끌지 못한 내 효능에 대한 평가 때문일까?

내 존재 자체에 대한 가치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가?


주체할 수 없던 우울감은

성적으로 드러난 아이의 효능만을 보았기 때문일까?

아이가 자신의 부족한 효능으로 자아가치감마저 잃을 것이 안타까워서였을까?


얘들아~

엄마는 너희들이 공부를 잘하지 못해도, 방을 어지럽혀도,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도

태어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름다운 보석 같은 존재, 선물 같은 존재라서 너희들을 사랑한단다.


여보~

저는 당신이 돈을 잘 벌어오건 조금 벌어오건, 술을 먹고 늦은 밤에 들어오건 이른 새벽에 오건,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가 처음 느낀 그 마음 그대로 사랑합니다.


유정아~

난 네가 집안 일과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건,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건,

그저 너라서, 아름다운 세상을 즐겁게 살아가려고 애쓰는 너라서, 사랑해~


스스로를 평가할 때 효능과 가치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자아효능감이 있어야 자아가치감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러지 말자.

그저 있어주어서, 그저 있어주어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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