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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Dec 21. 2023

용인교육자원봉사센터 탐방기 4탄. 회복적 생활교육 팀

용인교육지원청 교육자원봉사센터에는 총 9개의 봉사팀 있습니다. 용인마주하기, 에코토탈공예, 회복적 생활교육, 환경교육, 감정놀이터, 그림책 리터러시, 패널시어터, 노리재미 그리고 제가 속한 디베이트. 

용인교육지원청 교육자원봉사센터에는 100여 명의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팀에 소속되어, 혹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교육자원봉사를 실천하시는 봉사자. 

현장에서 그들을 만나봅니다. 

네 번째 주인공은 회복적 생활교육 팀입니다.

회복적 생활교육이란, 회복적 정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 놀이와 서클을 통해 행복하고 평화로운 학급문화를 만드는 프로그램입니다.


회복적 정의는 흔히 응보적 정의의 반대말로 이해되곤 합니다. 사형제도의 정당성이나 청소년 범죄 처벌 강화의 주제로 디베이트 수업을 할 때 두 개념을 소개합니다. 법치주의에 따른 처벌이 사회정의를 실현시킨다는 응보적 정의에 대안적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것이 회복적 정의입니다.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와 영향을 직시하도록 돕고 그 피해를 회복하는 자발적 책임을 지게 하며, 관계 회복을 목표로 공동체가 함께 정의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때 진정한 정의가 이뤄진다고 보는 것입니다. 


자칫 추상적이고 이상적일 수 있는 '회복적 정의'라는 개념과 '존중'이라는 가치를 학생들은 놀이와 대화를 통해 즐겁고 자연스럽게 체화하게 됩니다. 


먼저 아이들은 동그랗게 앉아 현재 기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토킹 피스를 들고 있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자신이 주인공입니다. 안전하고 존중받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맘속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 오늘 나의 기분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이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답했습니다.

"다크요. 그냥... 학교생활이 힘들어요."

"노랑이요. 오늘은 학원이 일찍 끝나서 좋아요."

"블랙이요. 6교시잖아요."

"그레이요. 6교시지만 학원이 없어서 놀 수 있어요."

"엘로우 그린이요. 좋아하는 리코더 수업이 있어요."

"투명이요. 아무 색도 아닌 투명. 아무 생각이 안 나요."

"주황이요. 배고파서요."

"검정이요. 학교에 온 것부터가 짜증 나요."

"하늘색이요. 방송댄스를 하는 날이라 신나요."

"다크 블랙이요. 아침부터 엄마한테 혼났어요."


저는 한 학급만 관찰했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힘들지만, 성별에 따른 차이가 도드라졌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여자아이들은 밝은 색, 긍정적인 마음을 표현하는가 하면 남자아이들은 어두운 색, 부정적인 마음을 표현하더군요. 


눈치게임 1,2,3 놀이를 하는데, 회차를 거듭할수록 자신들만의 규칙을 눈짓으로 공유하며 마지막 번호까지 겹치지 않고 일어나게 되자 "우리 너무 잘하지 않냐?"라며 환호하던 모습,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이 사소한 게임을 통해 "우리"로 하나 되다니... 


비경쟁 놀이인 공동체 놀이를 통해 긴장이 풀리고 편안한 마음이 된 아이들은 '서클'이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둠을 만들고 한 명씩 여행자가 되어 옆에 있는 별로 여행을 갑니다. 주어진 질문에 대해 서로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면 모둠의 한 명이 다시 여행자가 되어 떠납니다. 소란스러운 사이 여기저기서 기발하고 재미있는 답변이 들릴 때마다 구석에 앉아 있던 저는 숨죽이며 웃음을 삼켜야 했습니다.

Q. 요즘 내가 빠져있는 것은?

Q. 2학기가 되면서 좋아진 점은?

Q.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은? (스마트폰 제외)

Q.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 친구 빼고)

Q. 크리스마스 날 받고 싶은 선물은?

Q. 학교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다음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었을 때는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Q. 내가 존중받았다고 느낄 때는?

A. 팔 깁스를 했을 때 친구가 가방을 들어줬어요. 그때 존중받았다고 느꼈어요.

A. 가족들이 내게 외식 메뉴를 물어볼 때요.

A. 놀이터에서 그네를 양보받았을 때요.

A. 축구공이 없어서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중학생 형들이 같이 하자고 했어요. 그때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A. 자고 있는데 아빠가 오셔서 이불 덮어줄 때요.

A. 아침에 시끄러운 알람 소리를 부모님이 꺼주고 조용히 나가실 때요.


Q. 친구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A. 어떻게 매일 에너지가 넘치니? 그 비결이 뭐야?

A. 왜 여자아이들은 남자애들만 보면 화를 내니?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내 목소리를 내고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이, 아이들에게  '존중'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어서게 됩니다. 폭력의 원인 중 하나가 소통의 부재라고 생각하는 저는, 서클을 통한 대화야말로 반 친구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기본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수업 내내 회복적 생활교육 봉사자 선생님들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서 

아이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보였습니다. 

회복적 생활교육 선생님들은 존중을 몸소 실천하는 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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