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봄유정 Feb 13. 2024

고통은 왜 밤에 커지는가

⭕라라크루 [금요문장: 금요일의 문장 공부]_2024.2.9     

⭕참여 방법: [오늘의 문장]을 보고 [나의 문장]을 만듭니다. 정해진 방법은 없습니다. 끌리는 단어나 문장이 있다면 나만의 표현으로 만들어보세요. (단, 타인의 문장을 따라서 쓰는 건 피하시기를 바랍니다) 비슷한 주제로 새로운 글을 써보셔도 좋습니다.     


< 오늘의 문장 >

인간의 고통은 기체의 이동과 비슷한 면이 있다. 일정한 양의 기체를 빈방에 들여보내면 그 방이 아무리 큰 방이라도 기체가 아주 고르게 방 전체를 완전히 채울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고통도 그 고통이 크든 작든 상관없이 인간의 영혼과 의식을 완전하게 채운다. 따라서 고통의 ‘크기’는 완전히 상대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출처.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 지음/이시형 옮김



< 문장과 연결된 내 이야기 >

인간의 고통은 좀비와 비슷한 면이 있다. 해가 쨍하던 낮에는 어두운 주차장, 음침한 지하에서 숨어있다가 어둠이 세상을 잠식하면 밖으로 나와 제 세상을 만난 듯 활개를 치는 것이다. 분주한 낮시간에는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작아졌던 통증들이 밤이 되면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들러붙어 존재감을 과시한다. 고통에 영혼과 의식을 빼앗긴 나는 벌게진 눈으로 새벽을 갈망한다. 그러다 이내 몸서리친다. 새벽이 온다는 건 또 하나의 밤이 따라붙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연휴와 함께 치통이 시작됐다. 절묘했다. 고통이란 놈은 내가 가장 극적으로 통증을 마주할 시간을 어둠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무리 아파도 갈 수 있는 병원조차 없는 기간, 시간.

긴긴밤을 통증으로 뒤척이며 두 시간 간격으로 진통제를 털어 넣었다. 누워있으면 더 아파서 앉은 채로 잠을 청했다.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통증이 사라졌다. 오후가 되면 곧 밤이 온다는 사실이 더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통증을 예약해 둔 밤은 그 자체로 공포였다.

마지막 밤이 끝났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매거진의 이전글 내내 쓰는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