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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지 Aug 19. 2020

박물관 자격제도..그거 꼭 필요해요?

나는 참 애매하다.

준학예사 시험을 통과했지만 1년 미만의 경력이 있다.


석사를 가지고 있지만, 경력인증대상기관에서의 경력이 2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3급 정학예사도 신청할 수도 없다.


해외취업까지 포함하면 약 2년간의 경력이 있는 셈이지만, 해외의 기관은 당연히 경력인증대상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학예경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게 대체 무슨 경우일까...


영국에서 석사유학을 하기 위해서 다니던 국립박물관을 퇴사했고,, 그 무렵 박물관은 정권이 바뀌면서, 다들 '조금만 더 존버하자...'라는 분위기였다. 대체로 계약직 근로자들이 공무직(무기계약직)으로 바뀐다는 '루머'가 돌았고, 다들 조금만 더 버텨보자...라는 분위기였다.


나는 '지금 당장' 영국에 가고 싶었고, '지금 당장' 석사유학을 하고 싶었고, '지금 당장' 조금 더 넓은 세상에서 오랫동안 살아보고 싶었다. 처음 경험하는 사회생활이었기 때문에 박물관 업무도 많이 배울 수 있었지만, 그 외 이른바 사회생활이라는 것도 조금씩 경험해나가고 있었다. 유학 후 뭐가 되었던 더 나은 자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고, 유학 후 '학예연구사 시험준비'라는 계획 또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또한 20대 중반이었기 때문에, 많은 고민도 하지 않았다. 


알아보니까, 이제 대부분 국립 박물관에서 모집하고 있는 '공무직'은 정규직 공무원 학예연구사처럼 국외유학을 다녀올 수도 있고, 공무원과 비슷한 복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여전히 '호봉제'가 아니라 월급은 오르지 않지만... (최저시급인상에 따른 물가상승률만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게다가, '박물관 자격제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학부를 다니면서 박물관 인턴도 했었고, 발굴기관에서 실습도 했었는데, 조금 더 알아보지 않았던 내 잘못인 것 만 같다. 충분히 준학예사 자격증은 받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증빙자료가 없다. - 왜 이런거 몰랐는지? ㅠㅠ


그런데, 참 이 모든게 계획대로 잘 흘러가지 않는다.


계획에 없던 영국에서의 취업을 하고, 워홀비자를 받았고, 애매한 경력으로는 영국에서 한국에서 그 어떤 나라에서도 살아남기가 참 힘이 들다. 특히, 박물관 쪽에 계속 일을 구한다고 가정한다면.. 또한, 이를 통해 이른바 '(재정적) 독립'을 하려고 한다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이런 저런 다양한 경험을 하고 난 후, 정신적으로 여유롭고 매우 풍유로워졌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뭔가 우려하던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참 마음이 아프다. 처음에는 이 자격증제도에 대해서 괘씸하고 화가 나고,, 억울해서,, 두달전에 쏟아내듯이 이 포스팅을 적었지만, 이제는 그냥 제도에 대해 포기하고 인정하게 된 것 같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박물관 자격제도가 꼭 필요한건가...? 라고 생각하면, 이 제도 자체에 대해서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준학예사 시험준비하고 시험에도 합격했지만, 준학예사 공부하면서 '석사 가고 경력 2년 쌓으면 바로 정학예사 3급인데 왜 준학예사 시험 공부해요?' 라는 말을 듣기도 했고, 준학예사 시험에 대해서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뿐... 밖인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심이 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물관 자격제도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심사하지만, 국립박물관기관들은 지원 자격요건에 '학예사 자격증'에 대해 언급하지도 않으면서, 공립이나 공공기관에서는 또 요구한다는게 아이러니이다...


'박물관 자격제도'...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다고 생각한다. 가장 문제인게, '경력인증기관'부터 없앴으면 가장 좋겠다. 왜 지정된 기관이 아니면 경력인증을 못받는건지... 상당히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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