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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서 본 권력, 마디낫주메이라

자랑스러운 대통령

by 영동 나나

2007년 어느 날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두바이를 방문하는데 가이드를 해 줄 수 있나요?

대사관에서 온 전화였다. 후보는 공식 직함을 가지고 있지 않아, 대사관에서 안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자단과 비서진을 합쳐 50여 명이었다. 내 역할은 이미 정해진 일정에 맞추어 약속된 장소에 모시고 가는 일이었다.


단순한 것 같지만 계획대로 진행이 안 될 경우 다음 약속이 늦어지거나 방송사 기사 송출이 늦어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어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게다가 중동은 ‘인샬라(신이 원하신다면)’라는 문화가 있어, 약속 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일도 흔했다.


셰이크 모하메드와 만남이 약속되어 있었는데 보안상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알려 줄 수 없다며 일행을 마냥 기다리게 했다. 마침내 셰이크 모하메드가 차를 보내오고 4명만이 궁에 들어가서 회의하고 돌아와 분위기를 전했다. “셰이크는 계속 다리를 떨고 핸드폰 몇 개가 계속 울리고, 가끔 전화를 받으며 미안한지 여자 친구에게서 온 전화라고 하더군요”라며 웃었다. 덕분에 긴장감이 없이 편안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하였다. 사우디에 오래 근무한 그는 중동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방문 장소는 사장님으로 계셨던 현대 건설의 제벨 알리 발전소 건설 현장이었다. 일정보다 늦어지자, 현장에선 계속 연락이 왔다. 도착하니 놀라운 상황이 벌어져 있었다. 현장 근무자와 노동자들이 일렬로 죽 서 있었고, 차에서 내리는 이 후보를 박수로 환영하였다. 현장 점퍼를 입혀드리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젊은 시절 현장의 어려움이 생각났을 것 같고 앞으로 대통령으로서 할 일에 대한 힘도 얻으셨을 것 같았다.


이후보의 전용차가 따로 준비되어 있었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기자들과 함께 다녔다. 일정이 많아서 피곤하실 텐데 꼭 봐야 할 곳이 어디냐고 조용히 물었다. 두바이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뽑는 최고의 장소가 ‘마디낫 주메이라’이며 5km의 인공 수로가 있는, 작은 베네치아 같은 리조트라고 설명했다. 바닷가에 3개의 호텔과 쇼핑몰, 식당가가 있는 리조트를 둘러보시고 “우리나라도 이렇게 만들 수 있겠어요”라며 고마워했다. 나중에 중단되었지만, 추진하려던 4대 강 사업을 보며, 그날이 떠올랐다.


얼마 후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동안 그분이 하신 많은 일들의 평가가 엇갈렸다. 결국 임기를 마치고 오랜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신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바이에서 내가 보았던 이 후보의 소박하고 권위적이지 않은 모습이 진짜 그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두바이에서 나는 많은 사람을 안내했다. 권력이 있어도 따뜻한 사람, 돈이 많아도 진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기억에 남았다. 지도자도 결국 사람이다. 그의 본질을 믿어주고, 완성되어 갈 시간을 기다려주는 것이 우리가 자랑스러운 지도자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통령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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