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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점심식사,
바다가 다 했다

아부다비 에미레이트 팰리스 호텔

by 영동 나나

아부다비 에미레이트 팰리스호텔


아부다비에 있는 에미레이트 팰리스 호텔을 가면 생각나는 분이 있다. 식사 한 끼를 대접하고, 평생 잊지 못할 인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내가 대접을 한 자리였지만 망설였고, 그 이유는 비용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오신 목사님 부부와 함께 아부다비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분들은 두바이 한인교회에서 삼 일간의 집회를 마치고, 귀국하시는 길이었다. 첫 일정은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 방문이었다. 육만 명이 동시에 예배드릴 수 있는 규모의 하얀 대리석 사원이다. 화려한 내부를 함께 둘러보며, 이슬람 신앙과 상징에 관해 이야기하고, 다음 일정은 에미레이트 팰리스 호텔이었다. 이름처럼 궁전 같은 곳으로, 사전 예약 없이는 내부 입장이 안 된다. 보통은 ‘골드 카푸치노’로 유명한 카페에 예약을 하는데 일인당 사만오천 원 이상 소비하라는 조건이 있다.


온통 금빛으로 장식된 로비를 함께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나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지나 있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이동하면, 식사가 너무 늦어질 것이다. 호텔 내 식당을 이용하면 시간도 절약하고 번거로움이 줄어드는데 일인당 비용이 십삼만 원 정도였고, 나까지 포함해 세 명이니 적은 금액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두 분만 드시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교회에 오신 손님의 기본 비용은 교회에서 지급해 주지만 고급 호텔에서 식사하는 비용을 교회가 부담하기는 어렵다. 일정상의 문제고 내 판단으로 고급, 비싼 것을 대접하는 것은 내가 부담해야 했다. 집회를 통해 받은 은혜를 생각하고 감사한 것으로는 비용이 문제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나는 돈을 생각하고 있었다. 예약해 놓은 카페에 가까이 오자 결정을 해야 했다.


“목사님, 여기서 점심을 드시는 게 어떨까요? 시간이 애매해서요.”


커피를 마시는 대신 호텔 4층에 있는 ‘르 벤돔’ 식당으로 갔다. 안내를 받은 자리는 바다가 정면으로 보이는 테라스 쪽으로 조용하고 아득했다. 식당 안에는 뷔페가 길게 차려져 있었다. 정성스레 손질된 해산물과 고기, 샐러드와 이름 모를 과일, 디저트가 화려하게 놓여 있었다. 뷔페식당을 갈 때 한 끼를 굶고 가서 많이 먹는 나와 달리 목사님 부부는 드시는 것이 별로 없다. “아까운데…”


식사를 마치신 목사님은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셨다. 신안 앞바다의 작은 섬, 여섯 살에 어머니를 여읜 이야기, 할머니와 살던 그 섬을 도망치듯 떠났던 중학생 시절과 그 후의 삶을 말씀하셨다. 아라비아해를 바라보며, 고향 바다가 생각나셨나 보다. 멀리 바다를 바라보시다가, 조용히 말씀하셨다.


“평생 잊지 못할 식사를 했네요.”


순간 나는 목사님께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넉넉한 마음으로 대접하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계산을 먼저 떠올렸고, 머뭇거렸던 것이 부끄러웠다.


지금 생각해도 그날의 바다 또한 특별했다. 잔잔한 바다는 아기를 재우듯 조용했고, 햇빛은 반사되어 물결이 유리 조각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선한 방향으로 결정한 내 마음에도 감사했다. 언제 또 그런 인사를 들어보겠는가. 만약 그날, 커피만 마시고 평범한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면 그날이 기억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 마음을 다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을 얼마나 대접했느냐보다 어떤 마음인지가 중요하며, 감사는 때를 놓치지 않고 표현해야 한다는 것도 그분을 통해 배웠다.

말은 짧았지만, 그 인사는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그날 이후, 나는 누군가를 대하는 내 마음을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작은 만남도 안에 담긴 마음은 작지 않다는 것을 그날의 식사와 바다가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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