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가 궁금해 (1) 운전면허 취득 A~Z
시카고에 온 지 벌써 3개월이 넘어간다. 모험하듯, 도박하듯, 혹은 힐난을 무릅쓰고 늦은(그렇게 생각한다면!) 나이에 결행한 미국행. 도착하기까지 지난한 고생 담은 차곡차곡 일기장에 기록해 뒀으니, 후학(!)을 위한 도움글을 위해서라도 나중 정리하는 걸로 하고.
시카고에서 당근, 모든 것들이 새로운 경험들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고생고생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와중에도 사람 사는 곳이니만큼 이것저것 기웃대고 도전하고 시도해보고 도움받으니 차곡차곡 '결과물'이 쌓인다. 그것들을 어떻게 정리할까. 기록하지 않으면 잊힌다는 대명제 아래, 고민 고민... 그러다 결정한 큰 제목이 '시카고에서 OO 하기'. 이 테마 아래 순서대로 '획득'한 것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기존 네이버 블로그에 할까, 생각했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과감하게 브런치를 택했다. 만들다 보니 상단 그림과 제목, 묘하게 절묘한 하모니. 누군가 무엇인가에 대한 동경도 담았다. 남자는 나다. 탕웨이는 시카고?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화면 거칠고 흐린 질감은 어쩌면 지금 내 상황? 내 선택이다. 그냥 즐기며 천천히.
첫 번째 출발은 '1. 시카고에서 운전면허 따기'다. 물론, 땄으니 이런 글도 쓸 생각을 했을 터. 4전 5기. 험난한 과정이었다. 좀 더 살 붙이자면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에서 운전면허 따기다. DMV, TVDL... 이런 용어들에 익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게을러져 못하지만, 시카고 도착 당일부터 하루하루를 시간을 쪼개 아이폰 메모장에 기록했다. 이 글은 운전면허를 따는 과정 과정, 그 기록을 연결한 것이다. 기억해둘 건, '한국에서 운전 쫌 해본 사람들, 시카고 운전면허 따기는 땅 짚고 헤엄치기'. 그래도 요소요소 걸리적거리는 행정적 절차는 적지 않다. 여기, 중국 이상의 만만디라는 것도 기억해두길. 영어? 못하면 잘하는 지인 동반 방문은 필수다. 없이도 가능은 하겠지만, 착오를 줄이는 방법은 함께 가는 길이다. 영어, 못하면 생각 이상으로 불편하다. 여기 미국에선.
<후딱 맘만 먹으면 글 하나 쓸 것 같았는데, 어째 사는 게 한국보다 더 바쁜 듯. '시카고에 온 지 벌써 3개월이 넘어간다...' 이렇게 이 글을 시작했는데, 중간 쉰다 쉰다 했더니만 이제 '시카고에 온 지 벌써 5개월째 돼 간다...'이렇게 바꿔야 할 판. 미안하다, 나 스스로에게. 글 쓰는 데 있어 너무 게으르다. 어쨌든, 시카고에서 00하기, 그 첫 번째는 어떻게든 매듭을 져야 할 것 같아서... 에잇! 맘먹은 대로 안되네, 이 놈의 글쓰기. -.-;;>
운전면허를 따야겠다고 생각한 건 물론, 시카고에 온 직후부터였다.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아왔으니 시간적인 여유는 있었지만, 현지 운전면허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건 기본 생각이었다. 그 생각은 이곳 생활을 하면서 더욱 강해졌다.(더욱이 일리노이는 국제면허 유효 기간이 3개월!) 경험하신 분은 알겠지만, 유학생 신분으로 항시 여권과 국제면허증, F1 등등을 들고 다녀야 하는 건 고역이다. 신분을 입증할 길이 그뿐이니, 만약을 대비해 항상 갖고 다니면서 분실의 위험에 노출된 것도 사실. 더 이상 유학생들에게 소셜 넘버도 부여하지 않으니, (예전엔 줬다고 하는데, 확인은 못했다) 실제 미국에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전기세도 못 내고, 당연히 집도 못 얻고, 은행 어카운트 만들기도, 휴대폰 개통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따기로 했다.(망할. 미국 50개 주 중 10개나 되는 주에서 '운전면허 상호교류(한국 운전면허의 미국 그것 변환)'이 가능한데, 살고 있는 한인 수 3, 4위에 달한다는 일리노이는 하필 불가! 떠나는 총영사마다 "운전면허 상호교류를 이루지 못해 아쉽다" 한 마디씩 하고 귀임하는 현실!)
2월 9일이다. 운전면허를 발급받기 위해 DMV를 방문한 첫날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s. 차량운전국)라는 데서 운전면허 시험도 보고 면허증 발급 등 관리도 한다.(우리나라 운전면허시험장 같은 곳) 유학생이 운전면허 시험을 볼 수 있는 곳은 시카고 지역에서 두 군데다. 남쪽 하나, 북쪽 하난데, 검색하고 이것저것 정보를 취합한 결과, 북쪽 소재 엘스턴(Elston)에 위치한 DMV로 결정했다. 거리가 가깝다는 점도 있었지만, 검색 결과 모든 사람들이 이곳을 추천했다. 사람들이 친절하다고, 맘 편해 운전면허 따는 확률도 더 높은 것 같다고 이구동성.(실제 그렇다. 사람들 엄청 친절하고, 때론 재밌다. 이왕 갈 거면 Elston DMV 강추!)
Chicago North DMV
5401 N. Elston Ave. Chicago, IL 60630
773-793-1012
월 화 목 금 09:00-17:00 / 수 정오-20:00
그냥 가면, 물론 안 된다. 엄청 준비를 해가야 한다. 대부분 서류들. 이것저것 여러 말들이 많은데, 왔다 갔다 번거로운 만큼 필요 서류는 다 갖춰가는 걸 추천한다.(한 가지 웃기는 건, 자기 차를 자기가 몰고 갈 수 있다는 거. 무면허로 운전시험장까지 운전해 가는 셈. '안 걸리면 된다'나...(맞나?). 자기 차든, 남의 차든 보험이 가입된 차면 어떤 것도 가능하다. 나도 중고차 구입하면서 보험 가입... 역시 소셜 없으니 그 싸다는 'GEICO'에서도 빠꾸. 엄청난 액수를 불러 포기.)
-여권
-비자
-i-20(유학생)
-i-94(유학생)
-국제 운전면허증
-은행이나 관공서에서 발행한 우편물(본인이 해당 거주지에 산다는 것 입증. 전기세 납부 우편물 등)
-차량등록증
-차량보험증
-또 뭐가 있었는데...(추후 추가)
첫날, 호기롭게 갔다가 어이없이 그냥 왔다. 모든 서류도 완벽했고 대기시간도 짧았는데, 시력 검사를 앞두고 서류 체크에서 에러. 학교에서 나를 '등록'하지 않아 DMV 시스템에서 '나'(I-20?)를 검색할 수가 없다는 뭐 그런 얘기. 학교에 가서 등록을 한 후 다시 와야 한다고. 젠장.(이래서 영어가 되는 지인과 함께 가라는 것.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가 손쉽다.)
이게 무슨 얘기인가, DMV를 나오면서도 몰랐다. 그래서 검색한 결과.
... 유학연수생이 운전면허를 신청하려면 미국 입국 후 최소 열흘이 지나고 SEVIS시스템에 입력돼 활성화된 지 최소 이틀이 경과해야 한다고 ICE는 밝혔다...
... 각 주정부의 DMV(차량운전국)들은 SAVE(Systematic Alien Verification forEntitlements) 프로그램을 통해 유학생, 연수생들의 이민신분을 온라인으로 확인하고 있는데 시스템에 입력되고 조회가 가능하도록 활성화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죄송. 출처 망실)
이런 얘기다. 그러고 보니 준비 과정에서 딱 한 사람, 네이버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렸던 것도 같다. 복불복이라지만, 내가 그런 케이스에 걸릴 줄이야. 문제는 지인을 데리고 학교를 갈 수도 없고, 이걸 영어로 어떻게 말해서 시정한단 말인가!!! 그랬더니 함께 가 준 지인이 아래 글을 카톡으로 보내줬다.('파이팅!' 덧붙여준 건 그의 애교다.^^) 그래서 써먹었다.
"I went to DMV for written and driving test. Duringthe visit, they checked i-20 for validate. This is what they said. “your nameis not on our system so go back to school and ask advisor to put your name onour system to proceed. Would you please put my name?"
이건 어째 어째 해결했다. 학교 인터내셔널 스튜던트 담당 왈 "미안해. 까먹었어. 오늘 당장 해놓을 테니 내일 다시 가면 될 거야. 불라불라" <<영어로... 알아... 들었다.^^;;
2월 16일 두 번째 도전. 필기 하나 틀리고 실기까지 일사천리. 그런데...
(여기서 잠깐. Elston DMV 접수 프로세스 간단 소개)
주차장 차 세운다-왼쪽이 운전면허시험장 입구-들어간다-유학생? 들어가자마자 있는 긴 줄, 아니다. 턴 레프트 해서 안쪽으로 쭈욱 들어가면 끝에 흑인 아저씨 사진 아래 두 사람이 서류받는 곳, 또 다른 줄이 있다. 인터내셔널 스튜던트 등의 서류 접수는 여기서 한다(중요 팁!^^)-갖고 간 서류 다 제출한다(하나씩 접수받는 사람이 달라는 대로 주면 된다)-은행처럼 번호표를 받는다(대기 시작)-전광판에 번호가 뜨면 해당 창구로 간다-조금 전 접수한 사람이 필요서류만 묶어준 것 창구직원에게 제출하고 눈 마주치며 사람 좋은 미소를 날린다(미국 사람들 눈 마주치는 거 좋아한다. 웅?)-상대 질문과 요청에 간단간단 답하면 된다-그리고 시력 검사(앞에 높인 전망대 망원경 같은 거 들여다보고 거기 보이는 숫자(였나...) 말하고, 마지막으로 깜박이는 불이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손 들면 된다. 아 이거 다 영어로 진행된다는 거... 여기 미국이다...)-창구직원 웃음과 농담, 그리고 제출 서류와 그가 써준 용지 들고 다시 뒤 돌아 또 어떤 창구, 여기서 돈 낸다. 얼마더라... 30달러?-그리고 필기시험. 웃기다. 바로 뒤에 필기시험장이 오픈된 채로 있다. 가서 시험지 받아 보면 된다-시험 후 제출, 시험지 나눠준 사람이 바로 그 자리에서 채점. 당락 통보-(합격 시) 바로 필기시험. 서류 챙겨 들고 건물 밖으로 나가 내 차를 타고 실기시험 위한 건물 앞으로 간다-대기-직원 나와 일단 차량 상태 체크. 경적(horn) 울려봐라, 깜빡이 켜봐라, 브레이크 밟아봐라 등등.(경적 울리라며 자꾸 '혼(horn) 혼 하는데 못 알아듣고 정말 혼이 나갈 뻔했다. ㅠㅠ)-앞차가 주행 위해 나가고 내 차 맨 앞 됐을 때 두 근 반 세근반. 그때 채점원이 문을 열고 탄다(이게 쿵 심장 내려앉는다. ㅎ). 그리고 사인하라며 용지 준다. 사인 후 출발하라는 손짓-(실기 테스트는 2부에...)
실기 테스트는 채점원을 태우고 출발하면서 시작된다. 근처 도로 한 바퀴 돌고 오는데 그 건 눈 깜짝할 새. 긴장만 안 하면 누워 떡먹기. 근데 DMV 다 와서 좌회전해 들어가야 하는데, 빨간불에 기다리다 뭐에 홀렸는지, 나도 모르게 좌회전. 깜짝 놀라는 채점원. 당연 탈락! 탈락! 사람 좋던 그 사람, 얼마나 놀라던지. 우이씨, 내가 더 놀랐다.
실기 테스트 사무실로 끌려가듯 가 불합격 용지 받고 터덜터덜. 지인, "뭥미!" 이러고 있고. 아쉬움 한 바가지. 자, 떨어졌다, 다음 절차는? 다시 접수창구로 가 물었더니 당일 1회 실기 원칙. 다음날부터 아무 때나 오라고. 여기서 중요. 내가 한번 헛걸음질한 이유이기도 한데, 실기 떨어진 후 다시 실기 시험 보러 올 때 불합격 용지와 함께 운전면허 시험 접수 시 가져왔던 서류 다 들고 와야 한다. 그리고 다시 접수 처음 과정부터 반복해야 한다.(이거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다소 불합리... 한국은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여하튼. 다시 서류 다 들고 DMV를 찾은 게 3월 1일. 다시 대기표를 받고 전보다 많이 순서를 기다려 접수창구에 섰는데 이것저것 다시 확인하고 입력하던 창구직원이 뭔가 잘 안 되는 듯 갸우뚱. 급기야 이것저것 해보더니 시스템이 all 셧다운 됐단다. 자 한국 같으면 이런 경우,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 벌떼처럼 달려들어 항의하고 소란스러웠을 텐데... 명색이 국가 기관에서 발생한 이러한 고장에 대해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창구 직원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뭐, 그러나 보다...' 그냥 관망. 평일 낮 시각, 다들 볼일 제쳐두고 왔을 텐데 정말이지, 아무도 아무도 이렇다 저렇다 누구 붙잡고 얘기도 하지 않더라... 창구 사람 좋은 할머니. 딱 두 가지 옵션 줬다. "갈래, (고쳐질 때까지) 기다릴래" 그리고 덧붙인다. "언제 고쳐지질 지 몰라. 어제도 끝내 못 고쳤어. 불라불라" 어렵게 시간 내 온 만큼 기다려보기로 했다. 의자에 앉아 40분 오기로 기다렸나... 기약 없을 듯 해 결국 손 들었다. 창구 할머니 쪽지 하나 써준다. 담에 와 이거 보여주면 앞 절차 생략하고 빨리 처리해준다면서.(담에 왔을 때 기실 이 쪽지 아무런 필요 없었다. 다시 그냥 처음부터 절차 밟아야...ㅠ)
이것저것 바빴다. 그래서 두 번째 실기를 본 건 그 이틀 뒤인 3월 3일. 벌써 DMV 5번째 방문. 날씨도 좋았다. 그리고 무뚝뚝해 보이는 흑인 할아버지가 채점을 위해 동승했다. 이 분, 주행하는 도중 많이 물어보시고 무척 친절하셨다. "한국에서 운전 오래 해쪄?" "한 이십 년" "와우" 뭐 대충 므흣한 이런 대화가 오가다 마의 좌회전 DMV 진입 바로 그곳. 여유 있게 통과.^^
(여기서 2부 실기 테스트 프로세스 전 과정 알아두기)
주차장에 들어오면 채점원이 그대로 직진을 요구, 끝쯤 다 가서 우회전 후 주차 테스트.(우회전하면 오른쪽에 조그맣게 주차 테스트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다시 우회전해 그 주차 공간에 차 넣고 핸들 바로 하고, 기어 'P'에 놓고, 마지막(이거 매우 중요!!!) 풋 브레이크까지 밟아주고 손 떼면 주차 끝.(풋 브레이크는 실제 운전할 때 쓴 적이 없다. 그래서 시험 때도 그 과정은 없다고 듣고 갔는데 시켜 깜놀했다. 준비 없으니 시험관 아저씨 주문 못 알아들었는데 시늉으로 다 가르쳐 주셨다. 땡스, 흑인 할아버지.)-아저씨 부지런히 채점-다시 운전 모드로 후진하면서 좌회전-직진 후 우회전해서 실기 사무실 앞 주차공간에 파킹-아저씨, "수고했다. 패스"-짐짓 태연한 척 "감사". 속으론 야호! 연거푸 훅훅훅)-사무실서 '통과' 용지 받아 다시 접수창구 건물로 gogo-필기 시험 친 곳 옆, 합격자 서류 제출 코너에서 통과 용지 보여주고 몇몇 서류 요구하는 대로 제출-바로 옆에서 이름과 생년월일 말하고 운전면허증용 사진 즉석 촬영(무료다! 대신 뽀샵 없으니 감수해야...)-촬영 후 다시 조금 전 창구에서 서류 돌려받으면 끝. 이때 창구직원 안내 "집으로 운전면허증 우편 발송될 거다. 열흘 내 안 오면 다시 찾아와라"-기쁜 마음으로 그곳 나오면 끝!(한 가지 더. 유학생 말고 현지인(!)들은 바로 그 자리에서 운전면허증이 발급된다. 왜!^^;;)
-로드테스트, 놓치면 안 되는 질문 하나 더.
"언덕길(uphill) 또는 내리막길(downhill)에서 정차 시 바퀴 방향은?"<<이거 진짜로 물어봅니다. 전 '언덕길' 묻길래 "오른쪽" 답해 통과.(주행 중 평행주차("Pull it over")도 요구한다는데, 전 기억이...-.-;;)
(참고로 유학생이 발급받는 면허는 TVDL(Temporary Visitor Driver's License)이다. 현지인 면허증과 안쪽 디자인과 색상이 약간 다르다. 100% 신분증 대용이 안 되는 이유다. 타깃에서 맥주 한 박스 살 때 이거 보여주면 통과되지만, 은행에서 또 뭔가 명의 변경(추가)할 때엔 여권 등이 역시 필요하다. 어쩔 수 없는 불편이다.)
그로부터 열흘 간 마음 졸인 거 생각하면. ㅠ 매일 우편함 확인. 정말이지, 딱 열흘째 되는 날, 거짓말처럼 운전면허증 도착. 이게 내가 시카고에 와 처음 가진 공식 '증명서'인 셈. 반갑고, 기뻤다. 여기저기 자랑질은 물론.^^
이상, 끝!